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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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이,눈에 보이는 세상이 어쩌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조금씩 가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이책에서는 조각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동생 혜진이 실종된지 1831일.
열 다섯 살 현수와 그의 가족은 너무 쉽게 타인의 상황에 이런저런 말을 보태며 소문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가족의 삶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돌아오지 않는 동생과 동생을 찾는 부모로 집은 늘 부재로 가득차 있다.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동생의 전단지만 가득한 채.
그곳에서 현수는 유령처럼 지내며 스스로를 지워나가고 있었다. 마침내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가 되었고 이제는 현수를 위해 혜진이를 놓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어마어마하고 불가해한 비극적인 슬픔에서 현수는 변화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타인의 슬픔에 자신의 세계를 내주는 사람들-기꺼이 같이 울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들 말이다.
이책에서는 청소년 센터장 미스터 서프라이즈, 최수민, 임시 보호를 하게 된 개, 호텔 메니저 조창엽 아저씨,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까지.
5년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서 현수는 오래 봉인해 둔 기억과 마주한다.
게임에 몰두해 동생이 나가는 것을 보고도 쫓아가지 않은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이 동생을 사라지게 만든 죄책감을 꺼낸다.
동생은 5년만에 재개된 경찰 수사로 일부 유골을 찾게되고 조촐하게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동생이 사라진 날로부터 다시 찾게 된 잃어버린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슬픔을 말할 수 있게 된, 마음껏 울 수 있게 된 지금. 현수와 가족은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서로를 안아줄 수 있게 된다.
이책을 통해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 슬픔을 마주하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슬픔은 회피하거나 극복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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