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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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고 아주 오래전에 본 드라마 주제가가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난 떠나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가였다.
성공의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한 주인공과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명작이었다.

겉표지부터 압도적인 그림!!!
책을 펼치면 거대한 빌딩숲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주인공 악어의 머리가 가운데 커다랗게 보이고
뒷표지에 물 속에 잠긴 꼬리가 보이는 긴 세로 판형이 된다.
악어의 눈에 비친 화려한 도시의 거대한 빌딩숲과 조명들.
반짝이는 듯한 악어의 눈 속에는 실은 깊은 상실감과 슬픔이
가득차 있다.

내가 원해도 여기에 온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살아가야 하지.

여기서 선택은 두 가지.
계속 이곳에 남아 있던지,이곳을 떠나던지.
악어는 아마도 떠날 용기가 없던지,
떠날 방법을 모르는 듯 하다.
세상은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는데도
거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점 초라해지고 외롭고 소외된
자신의 모습만 보게 될 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며 죽음에 직면하는 순간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더이상 자신을 거부하고 부끄러워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마지막 물 위에 유유히 떠있는 악어의 모습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악어는 말한다.
"나는 악어야.도시에 사는 악어.
나는 내 꼬리가 부끄럽지 않아."
악어는 선택한다.
도시에 사는 악어로 사는 것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을 택한거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주어진 삶과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작아지는 존재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동시에 용기를 주는 그림책.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임에도 왠지모를 어둠과 슬픔이
짙게 깔린 듯한 낮은 채도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간결한 문장 사이 사이 못다한 긴 이야기가 있는 듯,
종횡으로 컷팅된 그림이 마치 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시민이나 소외되고 외로운 소수자.
그들의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외로움이나 절망이 화려한 도시와 대조를 이루며 긴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이글은 서평단으로 뽑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글입니다. 좋은 책 보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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