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읽고 아주 오래전에 본 드라마 주제가가 생각이 났다.아무래도 난 떠나가야겠어.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화려한 조명 속에서 웃고 있지만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가였다.성공의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한 주인공과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명작이었다.겉표지부터 압도적인 그림!!!책을 펼치면 거대한 빌딩숲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주인공 악어의 머리가 가운데 커다랗게 보이고뒷표지에 물 속에 잠긴 꼬리가 보이는 긴 세로 판형이 된다.악어의 눈에 비친 화려한 도시의 거대한 빌딩숲과 조명들.반짝이는 듯한 악어의 눈 속에는 실은 깊은 상실감과 슬픔이가득차 있다.내가 원해도 여기에 온 건 아니야.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살아가야 하지.여기서 선택은 두 가지.계속 이곳에 남아 있던지,이곳을 떠나던지.악어는 아마도 떠날 용기가 없던지,떠날 방법을 모르는 듯 하다.세상은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는데도거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노력하지만 점점 초라해지고 외롭고 소외된자신의 모습만 보게 될 뿐.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며 죽음에 직면하는 순간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제 더이상 자신을 거부하고 부끄러워하거나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걸까마지막 물 위에 유유히 떠있는 악어의 모습이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악어는 말한다."나는 악어야.도시에 사는 악어.나는 내 꼬리가 부끄럽지 않아."악어는 선택한다.도시에 사는 악어로 사는 것을.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을 택한거라고생각하니 안심이 된다.주어진 삶과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작아지는 존재들에게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동시에 용기를 주는 그림책.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임에도 왠지모를 어둠과 슬픔이짙게 깔린 듯한 낮은 채도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간결한 문장 사이 사이 못다한 긴 이야기가 있는 듯,종횡으로 컷팅된 그림이 마치 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시민이나 소외되고 외로운 소수자.그들의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외로움이나 절망이 화려한 도시와 대조를 이루며 긴 여운이 남는 책이다.※이글은 서평단으로 뽑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글입니다. 좋은 책 보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