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집은 참 가난했던 것 같다. 지금도 형편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때는 더 그랬던거 같다. 그나마 외동딸이라 그런 거 모르고 무럭무럭 자랐다. 부모님 덕분이다. 어쨌든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았던 시절. 우리 건물에는 호떡 할머니가 사셨다. 그 할머니가 겨울이 되면 동네 공터에 비닐로 포장마차를 만드시고 호떡을 파셨기때문에 나는 그냥 호떡 할머니라고 불렀다. 엄마는 "ㅇㅇ 할머니"라고 부르셨던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할머니를 잘 따랐다. 할머니도 나를 이뻐라 해서 호떡 사먹으러 가면 하나씩 더 집어주시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참 외로우셨을 것 같다. 같이 붙어있는 다른 집보다 훨씬 작은 방에서 (기억에 어둡기까지했다) 찾아오는 자식도 없이 사셨기 때문이다. 내가 두 살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니깐 엄마는 아마 외할머니 생각에 그 할머니한테 잘 하셨던 것 같고 나는 그런 개념은 없이 그냥 보너스 호떡에 혹해서 할머니를 따랐나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나중에 더 나이들면 호떡 할머니가 잊혀질 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