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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츠키 행진곡 ㅣ 창비세계문학 5
요제프 로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대전 직전 기록이 담긴
오스트리아 역사소설 🔫✍️
『라데츠키 행진곡』
요제프 로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박경리의 『토지』를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합니다. 두께를 보면 역사소설은 참 읽기가 어려운 장르이지만, 또 어떻게 읽으면 그 시절, 시간에 대한 가장 진실한 기록에 가까운 것 같아서 마음으로 읽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역사소설에서 그려내는 시간은 우리와는 멀고 이해하기에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시기에도 누군가의 이야기는 존재했고 우리의 시간도 언젠가는 역사소설의 일부분이 될 것이기에 역사소설은 여러 가지 계기로 다시 찾게 됩니다.
(물론 읽기에 부담이 적은 역사소설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이 있겠네요) 📚
이번에 읽은 『라데츠키 행진곡』은 조금은 낯선 오스트리아 문학이자 역사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아주 간략히 소개하면 세계 대전이라고 불리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 시대의 기록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한 귀족 가문을 중심으로 기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
작가, 요제프 오트는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당시 여러 제국들이 등장하고 독립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다가 세계대전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균열로 인해 발생했는지를 목격했고 이후 프랑스로 망명하며 살게 되었지요. 당시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 어떤 나라들은 자유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은 나치화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민족 운동 앞에 유대인은 미처 제대로 된 보호,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다가 학살에 노출되고 말았지요. 2차 대전 직전에 죽음을 맞이한 작가였지만, 그는 끊임없이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자 현상 앞에서 자신과 자기 민족의 이야기를 재현합니다 ✍️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희미해진 가치들 ; 선함, 명예, 충심 등이 이 소설에선 등장하고 여러 인물들은 이를 위해서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들은 시대의 급격한 변화인 전쟁의 위기 앞에 흔들리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시절에도 충심이란 가치는 질문받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막을 수 없는 다국가적 갈등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거대한 이야기에서 여러 가치들이 소멸하고 반전되지만, 그럼에도 한 인간의 고귀함을 신실함과 연결하는 것에는 묘한 향수도 느끼게 되었네요.
코로나…에 확진되어서 마지막 부분은 정말 힘들게 읽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무거움이 잔잔하게 남은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자마자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보게 되었다면 이 마음이 잘 이해되려나요? 💭
코로나, 전쟁, 다국적 갈등, 기후 위기라는 갈등 앞에 우리의 역사(소설)는 어떻게 우리의 가치, 이야기를 남길까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