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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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카히사, 이선희 역, [리턴], RHK, 2017.

Igarashi Takahisa, [RETURN], 2013.

  악녀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다란 키에 마른 몸매, 흐릿한 눈빛과 괴이한 웃음, 시큼털털한 역겨운 냄새... 소설 [리카](RHK, 2016.)에서 혼마 다카오를 스토킹하고 납치해서 도주한 리카는 [리턴]에서 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작이 2000년대 초반 인터넷 환경을 배경으로 서서히 밀려오는 공포를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2010년대 초반 모바일과 CCTV 환경을 배경으로 다시 등장한 악녀의 활동을 긴장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시신을 해부한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시신은 살해된 게 아니다. 사인은 목에 음식이 막혀서 죽은 질식사, 즉 살인이 아니라 사고사이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시신에는 눈도 없고 코와 혀, 귀도 없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 본인에게 살아 있다는 감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남자는 살아 있었다. 아마 끼니때마다 식사를 주었을 거다. 부검한 결과, 영양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동시에 몸의 어디에서도 이상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리적으론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는 뜻이다."(p.30)

  한 남자를 향한 여자의 왜곡된 집착은 매우 끔찍하다. 그녀는 무슨 이유로?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남자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 게이마 산허리에서 등산객에 의해 여행 가방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10년 전에 실종된 혼마 다카오의 시신이 들어 있다. 팔과 다리를 정교하게 절단하고, 눈과 귀와 코를 잘라 놓은 채 납치되었던 사람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목에 음식물이 걸린 질식사, 그는 최근까지 머리와 몸통만으로 살아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혼마는 리카라는 이름의 여성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리카는 자칭 28세, 직업은 간호사, 독신이라고 했다. 혼마는 리카와 몇번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호감을 가졌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만남 사이트의 최종 목적은 결국 만남이다. 두 사람도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그 즈음부터 리카가 조금 이상해졌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했는데, 그 이후 리카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걸려오게 되었다."(p.32)

  10년,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오랜 세월이다. 리카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혼다 다카오의 몸통과 함께 살았다. 숨은 붙어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남자... 리카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남자를 소유했다. 하지만 이제 그 남자는 죽고 없다. 아마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예전의 방법,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사용할지 모른다. 미해결 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수사 1과 콜드케이스 수사반은 과거의 기록을 다시 꺼내 목격자를 찾아 나선다. 소설은 아주 친절하게 전작의 내용을 요약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지난 10년간 리카는 혼다와 같이 살았어. 분명히 행복했을 거야. 지금은 그 시간을 믿는 수밖에 없어. 리카는 여성성이 한계까지 왜곡된 사람으로, 비틀어지고 일그러지긴 했지만 누구보다 여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여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잊을 수 없을 거야."

  "하긴 10년...... 10년을 사랑한 남자는 잊을 수 없겠지."(p.211)

  경찰은 리카를 체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지만, 그녀의 광기를 잠재우기란 쉽지 않다. 소설 [리카]가 호러의 성향이었다면, [리턴]은 서스펜스의 요소가 있다. 리카를 잡기 위한 여자 수사관의 기지가 돋보이고... 전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이어간다. 문득 악녀의 탄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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