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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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아사트, 한정아 역, [다음 사람을 죽여라], 비채, 2017.

Federico Axat, [LA ULTIMA SALIDA(KILL THE NEXT ONE)], 2016.

  어떤 이는 꿈과 희망을... 다른 어떤 이는 가족에 관한 메시지를 쓰고 싶어 하겠지만, 페데리코 아사트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첫 문장부터 독자를 매혹하는...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을 때는 제목과 함께 첫 문장을 유심히 살핀다. 제목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상상하고, 처음 한두 줄은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읽고 또 읽는다.

  테드 매케이가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으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끈질기게.(p.10)

  [다음 사람을 죽여라](KILL THE NEXT ONE)라는 제목에서 연쇄살인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주인공을 떠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첫 문장인데, 작품성이나 문학성을 뒤로하고라도 이 얼마나 강렬한 시작인가! 테드는 아내와 두 딸을 디즈니랜드로 여행 보내고,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방문을 잠근다. 브라우닝 권총을 장전하여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누군가 끈질기게 초인종을 누른다.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방해받아 결국 자살하지 못한다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가 뇌리를 스치지만, 여기에는 유쾌함보다 진중함이 있다.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p.12)

  그는 결심의 실행을 잠시 미루고 밖을 내다본다. 낯선 방문자는 이미 그가 하려던 일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말리거나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단지 대상을 바꾸어서 누군가를 죽여주면, 다른 누군가가 와서 대신 죽여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한다. 이것은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를 심판하는 일이고, 균열된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살보다는 타살이 남은 가족에게 그나마 덜한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원자를 뽑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방식은 가장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를 뽑을 수 있는데, 문제는 효과가 가장 적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거죠. 애석하게도요. 우리의 대의명분에 동조하고 도와주는 정신과 의사들이 있어요. 그들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우리에게 알려줘요. 우리, 그러니까 의사와 다른 조직원들이 환자의 비밀을 지킬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어 약간의 재량권을 우리 자신에게 부여했죠. 하지만 누구에게도 강요하진 않아요. 내가 당신 집 앞에 나타난 것처럼 그냥 찾아가서 제안하는 거예요. 후보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요. 당신 경우에는 여기까지 들어오는 게 좀 더 극적이긴 했죠. 난 당신이...... 그러니까 내가 너무 늦게 왔나 하고 생각했어요."(p.26-27)

  사흘의 기간, 청부 살인... 나를 죽이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를 죽인다.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 죽인다. 다음 사슬의 연결고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 된다. 테드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명을 살해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죽이러 오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냥 자살을 실행하면 될 것을... 그는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시종일관 궁금증을 유발하는 두 가지... 첫 번째는, 테드는 왜 자살을 결심했을까? 두 번째는, 긴박한 순간에 그를 찾아온 사람은 누구인가? 뭔가 얽히고설킨 미스터리는 중반부터 심리 스릴러로 변모한다. 정신과 병동을 배경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자아를 찾는 과정은 아주 극적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서술트릭... 연쇄살인의 과정은 스티븐 킹의 단편 [행복한 결혼 생활](굿 메리지)이 연상되기도 한다. 꿈과 현실, 망상과 기억 속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뭔가 색다른 분위기의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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