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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감옥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안드레아스 빙켈만, 전은경 역, [물의 감옥], 비채, 2016.
Andreas Winkelmann, [WASSERMANNS ZORN], 2012.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 [물의 감옥]은 2016년, 올해의 마지막 서평이다. 일본 미스터리와 영미 스릴러를 좋아해서 열심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독일의 스릴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였는데, 강력반의 형사는 나라의 구분 없이 모두 이혼을 했고 여자관계에 문제가 있다. 알코올 중독 같은 잘못된 습관을 지니고 있고, 이것의 원인이 되는 씁쓸한 과거사가 있다. 여기에서 범인은 기상천외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를 물속으로 유인하여 익사하게 하는 파렴치함을 보인다. 거기에 대응하는 홍일점인 여자 형사가 등장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단 3일간의 이야기이다.
"슈티플러, 과거가 당신을 잡으러 왔어."(p.15)
"아니, 지금 말을 들어야 하는 쪽은 당신이야.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슈티플러. 그 여자는 지금 수영하는 중이다. 수영하고 있다고. 당신이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그 여자 인생의 마지막 수영이 될 거다. 그 여자가 당신이 어디 있는지 묻더군. 그래서 당신은 너무 겁쟁이라서 도와줄 수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내 말이 맞지? 여전히 빌어먹을 만큼 겁쟁이인가?"(p.15-16)
일본은 섬나라의 특성으로 초등학교 시절에 수영 강습을 꼭 한다고 한다. 유럽의 선진국은 생활 체육의 발달로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를 즐기는듯하고... 나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물은 물론이고 높은 곳도 싫어한다. 그냥 평평한 땅이 좋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죽임의 과정에서 익사는 몸부림치며 폐 안으로 물이 차 들어가 배가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오르며 극심한 고통을 맞는다고 한다. 작가는 이것을 노린 것일까? 혈흔이 낭자한 끔찍함 대신에 고요한 호숫가에서 여자를 조용히 끌어안아 물속으로 들어가는 살인을 쾌감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시신의 배에는 형사 에릭 슈티플러의 이름이 인두로 새겨져 있다. 엽기적이면서 예고적인 살인, 범인과 형사는 과거에 어떤 악연이 있었을까?
"물의 정령. 슈티플러, 난 물의 정령이야."(p.44)
그는 여자가 지금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것도 어쩌면 아주 멋진 꿈이었을지도. 하지만 다음 장면은 냉기와 물뿐이잖아? 물이 입과 코와 귀로 들어오고, 사방에 물뿐이잖아. 그러면 익사할지도 모른다는 원초적 공포가 밀려오지.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위아래나 좌우도 가늠이 안 돼. 모든 게 똑같아. 죽음의 공포는 공황상태로 변하지.
공포에 질리면 빠져죽는다. 이렇게 간단한 이치야.(p.175-176)
에릭 슈티플러에게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그가 아는 여자의 익사를 예고한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는데, 범인은 무슨 게임이라도 하는 듯이 그에게 예고하고 범행을 저지른다. 마누엘라 슈페를링은 갓 경위로 임명되어 4주간의 실습을 위해 배속되었다. 슈티플러의 조수로 일하게 되는데, 뭔가 살인사건 전담팀에서 소외된 기분이다. 라비니아 볼프는 3년 전에 동료를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여전히 그때의 범인이 자기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누군가 그녀의 뒤를 쫓는다. 프랑크 엥글러는 기면증이 있는 환자로 택시 운전을 한다. 라비니아를 태워준 인연으로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물의 정령으로 불리는 범인...
소설은 이렇게 네 사람, 아니 범인까지 다섯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장면 전환이 지나치다고 해야 하나? 초반에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기본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읽기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뭔가 극적인 장면마다 전환이 이루어져 짧은 호흡이 아쉽게 느껴지고... 장을 좀 더 긴 호흡으로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바람이 있다. 저자는 깊고 고요한 호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통해서 한 남자의 잘못된 집착을 표현하고, 더불어 부패한 경찰 관료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력반의 마초적인 문화와 끼리끼리인 인습을 드러내며 신임 여형사의 활약을 돋보이게 한다.
물의 감옥에 가두어 서서히 빠져 죽게 만드는 물의 정령,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