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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1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평점 :
네코마키(ms-work), 오경화 역, [고양이와 할아버지①], 미우, 2016.
모든 생명이 그렇지만, 고양이는 참 신비롭다. 묘한 표정으로부터 사람하고 밀고 당기는듯한 알 수 없는 성격까지, 한없이 귀엽다가 어느 순간 까칠하게 돌변하기도 하고... 일본의 시골은 고양이가 잘 어울린다. 바닷가 근처에서 떼를 지어 있다가 어선이 들어오면 떨어진 물고기를 받아먹으려고 몰려드는 모습은 우리하고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고양이로부터 간택을 받지 않아 집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고양이 만화를 선물로 받았는데, 책의 제목처럼 나이가 들면 고양이와 동거를 하게 될까?
네코마키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부부로, 공동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콩고양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사각사각 연필로 그린 그림은 따뜻하고 정감 어린 느낌이다. 이전의 시리즈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삼색 털 암고양이 팥알이와 검은색 수고양이 콩알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때에도 고양이를 데려온 주인의 할아버지 내복씨가 등장하는데, 다른 식구들보다 고양이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동기가 되었던 것일까? 이번에는 한집에 사는 고양이와 할아버지에 관한 내용이다.
타마(10세, 수컷)
다이키치 씨(75세)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며 막역하게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
2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고양이와 둘이서 생활.
이와오 씨(75세)
전직 어부.
은퇴하긴 했지만 종종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곤 하는 약간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
다이키치와는 철든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p.6-7)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2년 전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은 고양이 타마와 둘이서 지내는 다이키치 할아버지... 그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은퇴하여 마을 사람들로부터 선생님으로 불린다. 대문을 마주하는 앞집에는 죽마고우로 자란 이와오가 살고 있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아주 평화롭다.





봄... 벚꽃 날리는 계절은 분홍빛으로 예쁘게 칠해져 있다. 고양이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1960년에 할머니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도 곁에 고양이가 있었다. 매일 어디론가 사라지는 고양이 타마의 비밀...
여름... 수국이 피어나는 계절은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고양이는 정말로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개를 싫어하는 마을에서 고양이를 더 싫어하는 친구 이와오 할아버지. 그런데 그가 잡은 생선은 고양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은가 보다. 할아버지들에게도 유쾌한 유년 시절과 화려한 젊은 날이 있었고,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아내와 사별하고... 오늘은 고양이와 산다. 출가한 아들이 찾아왔다.
가을... 봄에 태어난 고양이는 대부분 살아남으나 가을에 태어난 고양이는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10년 전 처음으로 타마를 만났을 때... 실연당한 고양이는 생선회로 위로한다.
겨울... 본능으로 따뜻한 곳을 찾는 계절이다. 할아버지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 홀로 남겨질 타마를 걱정한다. 이번에도 둘이서 새해를 맞이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의 구성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아침이면 죽은 아내를 떠올리며 커피를 내려 단 위에 올려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산책... 아니 다이키치 할아버지가 어딜 가든 고양이 타마는 따라나선다. 콩밥, 문어 숙회, 참새 초밥의 요리법을 소개하고... 만화이지만, 마치 실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다. 책의 마지막은 기획 노트를 첨부하는데, 작가는 어떤 개념으로 그리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평화로움과 따뜻함, 유유자적한 일상이 떠오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