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네코마키(ms-work), 장선정 역, [콩고양이① 팥알이와 콩알이], 비채, 2014.

Nekomaki(ms-work), [MAMENEKO_AZUKI TO DAIZU], 2013.

  비염과 지독한 감기를 일주일째 달고 있어서 약 기운에 취해 정신이 몽롱하다. 이런 때 주인의 상태를 알아보는 반려동물이 있으면 고통이 조금 덜할까나...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내 한 몸을 추스르기도 어려운데 무슨 반려동물이냐는 비난이 있을지 모르겠다. 상당히 아프고 외롭다...ㅜㅜ 새해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는데, 가볍게 읽기에는 제격이다.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눈이 가는 대로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있어서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맞춤형 독서가 되었다. '콩고양이 시리즈'의 첫 번째인 [팥알이와 콩알이]이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2편을 먼저 읽어서 상대적으로 그림이나 내용의 부실함이 느껴졌는데... 그래도 나름 일본 특유의 정서를 잘 유지하면서 두 마리 고양이에 관한 알콩달콩 25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2편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한가족이 되었느냐였다. 여기에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 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주인은 두 마리를 입양한다. 삼색 털 암컷 고양이는 팥알이로, 검은색 수컷 고양이는 콩알이로 이름 짓는다. 그리고 여전히, 아니 처음부터 그들이 보는 세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등장하는 인물이 왜 하나같이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령 할아버지는 옷을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복장이라서 내복씨라고 하고, 마담 북슬은 북슬북슬한 파마머리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집안에서 존재감 없는 투명인간으로 여겨지는 아버지는 집동자귀신 아저씨가 된다. 이들은 모두 한 지붕 아래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직접 고양이들 데려오고 아주 좋아하는 여주인이 있지만, 실제로 고양이와 많은 교감을 나누는 이는 여주인의 할아버지 내복씨이다. 마담 북슬은 틈만 나면 사고뭉치 녀석들을 내보내려고 하지만, 때때로 내복씨는 고양이의 범행을 자신이 기꺼이 뒤집어쓴다. 이것을 잘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내복씨를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두 녀석은 밤만 되면 내복씨의 잠자리 곁에서 뛰어놀고 이불 속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잠을 잔다. 이런 녀석들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할아버지와 어린 고양이의 얽힌 운명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상자에 들어가기를 좋아하고 뭔지 모를 이유로 뛰어다니다가 집 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지만,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이기 때문에 모든 게 용납된다. 정작 당사자는 심각한 피해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리지만, 고양이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고양이의 귀여움과 매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서 삼색 털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온다고 하는데, 팥알이와 콩알이를 통해서 액운은 사라지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박사박 연필로 그린 그림은 딱히 잘 그렸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은근히 정감이 간다. 고양이를 키우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나도 둘 중의 하나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아, 어지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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