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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2 - 밥 먹어야지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네코마키(ms-work), 장선정 역, [콩고양이② 밥 먹어야지~], 비채, 2016.
Nekomaki(ms-work), [MAMENEKO VOL.2_GOHANDAYO], 2013.
어렸을 때 개를 키운 적은 있어도 고양이를 가까이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고양이에 관한 혐오증이 있었는데, 쥐를 잡아먹는다는 것과 벽을 타고 넘나드는 도둑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더 멀리했던 것 같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키우는 고양이를 보면서도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징그럽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에게 고양이는 그저 그런 동물이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세월이 흐르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 사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기묘한 표정으로 까다로움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갖춘... 아, 나도 언젠가는 고양이로부터 간택을 받은 집사가 될 수 있을까? 털 관리와 배변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당장에라도 동거를 시작하고 싶다.
[콩고양이① 팥알이와 콩알이], 비채, 2014.
[콩고양이② 밥 먹어야지~], 비채, 2016.
[콩고양이③ 야! 야! 야!], 비채, 2016.
자고로 시리즈는 한 방에 몰아서 읽어야 제맛(?)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쉽게 1편을 건너뛰고 2편을 먼저 읽었는데, 그 재미로 인하여 조만간 1편과 3편을 섭렵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일본만큼 고양이가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저자는 아이치 현 나고야 시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여기에는 순수 창작으로 25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삼색 털 암컷 고양이는 팥알, 검은색 수컷 고양이는 콩알, 고양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여주인, 왕년의 미남으로 고양이 주인의 할아버지 내복씨, 틈만 나면 고양이를 내보내려고 하는 엄마 마담 북슬, 집에서는 존재감 없는 아빠 집동자귀신 아저씨, 고양이 주인의 오빠 안경남, 그리고 암탉 마당이... 두 마리의 고양이가 어떻게 한가족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팥알이와 콩알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그런데도 좌충우돌 사연은 잠시 세상의 번잡함을 잊고 순수한 미소를 짓게 한다.
첫 경험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어색하기는 매한가지 인가보다. 처음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녀석들은 감기에 걸리고,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으며, 눈 위에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심지어 쥐를 보고 살며시 뒤로 물러나는 일까지 있었으니... 세상의 모든 엄마는 왜 고양이를 싫어할까? 내복씨의 잠자리에서 함께 뒹굴며, 그가 만들어준 봉재 인형에 집착하는 모습은 매우 유쾌하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때 써야 할듯한데, 사박사박 연필로 그린 그림은 단조로우면서도 멋스러운 일본 특유의 감성을 잘 살리고 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분위기는 미묘만큼이나 묘한 매력이 있다. 아줌마 파마머리와 두꺼운 입술의 마담 북슬을 피해서 이리저리 뛰노는 팥알이와 콩알이의 겨울... 이들은 무사히 계절을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