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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창가의 토토 ㅣ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고향옥 역, [일러스트 창가의 토토], 김영사, 2015.
Kuroyanagi Tetsuko, Iwasaki Chihiro, [EHON MADOGIWA NO TOTTO-CHAN], 2015.
책을 출간하자마자 바로 읽어야 하는데, 유행이나 흐름에 민감하지 않아서 뒤늦게 읽은 어른을 위한 동화 [창가의 토토]이다.
토토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그런데 퇴학을 당했어요. 겨우 1학년인데 말이에요!
지난주에 엄마는 토토의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갔답니다.
선생님은 딱 잘라 말했죠.
"댁의 따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주세요! 정말이지 곤란합니다!"(p.6)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실제로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 읽기와 쓰기는 물론 사회성까지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흔히 말하는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렇지 못했는데... 일본이 전쟁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자라난 세대는 지금과 비교해서 많은 것이 결핍되었을 것이다. 처음 들어간 학교에서 괴상한(?) 행동으로 자퇴를 권유받고 전학을 가야 한다면, 아이와 부모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 그러나 엄마는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선생님을 찾아 다른 학교로 간다.
도모에 초등학교
바로 그때,
토토의 눈에 꿈 같은 광경이 들어왔어요.
토토는 몸을 구부려 교문 옆 나무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안을 들여다봤어요.
"엄마! 저게 진짜 기차예요?
운동장에 나란히 서 있는 거 말이에요!"
토토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답니다.
'기차 교실이라......'(p.20-21)
배우이자 오랫동안 인기 토크쇼 <테츠코의 방>을 진행한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우리에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창가의 토토]는 남과 다른 행동으로 처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 토토가 대안학교인 도모에 초등학교에서 꿈을 꾸며 친구를 사귀고 성장해 가는 내용이다. 기차를 가져다가 교실로 만든 이 별난(?) 학교는 이전의 학교와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교장 선생님은 토토에게 말했어요.
"자, 선생님에게 뭐든지 말해 보려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든 좋다."
토토는 뛸 듯이 기뻐서 곧바로 이야기를 쏟아 냈답니다.(p.31)
교장 선생님은 토토가 하는 말에 관심을 두고 끝까지 들어준다. 수업은 그날의 시간표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을 쓰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뒤에서 실험한다. 바다에서 나는 것과 산에서 나는 것을 반찬으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식사 후에는 유채꽃밭에서 산책한다. 여름에는 모두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아무리 흙이 묻고 찢어져도 상관없는 가장 허름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 혹시 더러워질까, 찢어질까? 신경 쓰지 않고 맘껏 놀 수 있도록...
화장실에서 퍼낸 것이 꽤 수북이 쌓였을 때였어요.
때마침 교장 선생님이 화장실 뒷길을 지나갔어요.
"얘야, 뭐 하고 있니?"
"지갑을 화장실에 빠뜨렸어요."
"그래."
교장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가 버렸답니다.
다시 시간이 한참 흘렀어요. 지갑은 여전히 찾지 못했죠.
화장실에서 퍼낸 똥오줌은 점점 산더미같이 높아졌어요.
다시 교장 선생님이 지나가며 물었어요.
"찾았니?"
"아니요."
선생님은 토토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친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다 끝나거든 원래대로 해 놓으렴."(p.64-65)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아이는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화장실에서 오줌똥을 퍼내어 입구에 쌓아놓고 있다. 지나가다가 이런 해괴망측한 행동을 본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나무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갑을 빠뜨린 아이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한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대한다. 훗날, 아이는 자라나 유명인이 되어 그날을 회상하는데... 나를 믿어 주고 어엿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 준 것에 지갑을 찾지 못해도 만족감을 얻었다고 한다. 토토는 이런 선생님들 틈에서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된다.






도모에 초등학교는 야스아키나 다카하시처럼 몸에 장애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아이가 몇 명이나 있었지만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한 번도 "도와주렴."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모두가 똑같단다. 함께해야 하는 거야."라고만 했지요. 그래서 토토와 아이들은 무엇이든 함께했습니다. 도와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토토가 야스아키를 나무에 데리고 올라간 것도 올라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p.182)
어린이는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토토는 절대 이상한 아이가 아니었다. 조금 생각이 많고 행동이 앞설 뿐, 모두가 똑같다.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 이것이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이다.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람을 가리며 차별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더불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따뜻함이 있다.
수묵화와 수채화의 장점을 살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