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마크 그리니, 최필원 역, [그레이맨], 펄스, 2015.

Mark Greaney, [THE GRAY MAN], 2009.

  코드명 그레이맨, 코틀랜드 젠트리, 미국인, 36세, 암살 전문가, 한때 CIA에서 일했으나 현재 수배 중, 프리랜서로 활동, 개인적인 윤리와 신념으로 도덕적 딜레마가 없는 케이스만 작업... 북부 이라크의 알 바아지에서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추락한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그레이맨은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몰려든 알카에다를 저격한다. 신출귀몰한 솜씨로 생존자를 구출하는데...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마크 그리니의 소설 [그레이맨]은 미국식 액션 스릴러로 마치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본 시리즈'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경께서 그레이맨을 제거하는데 협조해주시면 CSS와의 계약을 현 수준의 세 배까지 늘려드리겠습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동생의 킬러를 잡아 책임을 묻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이죠."(p.30)

  "저희는 아부바커와 그 계약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계약서에서 결정적인 허점을 찾아냈어요. 저희는 그 불행한 실수를 부랴부랴 수정했고, 그의 최종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펜만 들면 계약이 체결되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운명의 순간에 경의 관리 하에 있는 킬러가 그의 동생을 암살한 겁니다."(p.32)

  같은 시각, 영국의 첼트넘 시큐리티 서비스(CSS)의 경영자인 도널드 피츠로이 경(卿)에게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로랑 그룹의 변호사가 방문한다. 그는 그레이맨의 목숨을 요구하는데, 실제로 피츠로이는 그레이맨의 관리자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정보가 샜는지 모르지만, 매우 파격적이면서 위험한 제안이다. 명예와 신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계에서 이런 거래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 변호사는 아들 내외와 쌍둥이 손녀를 인질로 협박한다. 어쩔 수 없이 배달 팀에게 패키지의 제거를 명령하는데...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틈 없이 작가는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간다.

  "도널드 경, 코트 젠트리의 나침반은 진북眞北을 가리킨 적이 없습니다. 그는 암살자이지만 CIA 소속일 때도 그리고 프리랜서로 뛸 때도 자신이 납득하지 못한 임무에는 결코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테러리스트, 마피아 두목, 마약 딜러, 죽어 마땅한 놈들만을 제거해왔을 뿐이죠. 코트는 킬러입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릇된 것들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의 도구로 여겨왔단 말입니다. 바로 그게 그 친구의 약점입니다. 그를 잡으려면 그걸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p.61-62)

  "우린 전 세계 8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난 제3세계 국가 수십 곳의 국가 안보 책임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국민들과 국가의 적들을 견제할 목적으로 전문 인력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제3세계 지사들에 연락해보겠습니다. 험소를 뒤져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킬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나절이면 회사 전용기로 전부 데려올 수 있어요. 각 팀에겐 똑같은 임무가 내려질 것이고, 그들은 그레이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겁니다."

  "콘테스트처럼 말씀이죠?"

  "그렇습니다."(p.73)

  한순간에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레이맨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로랑 그룹은 나이지리아의 천연가스 채굴권 계약을 앞두고 대통령이 요구한 48시간 안에 그레이맨의 머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3세계 정보국 요원을 끌어들인다. 알바니아, 인도네시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보츠와나,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볼리비아... 그리고 한국 등 12개 팀 50여 명 이외에 자사의 인원을 동원 전 유럽을 감시한다. 제거 팀은 100만 달러의 수고비와 함께 그레이맨을 죽이면 2,0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게 되는데, 이것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마치 콘테스트처첨... 주인공은 제한된 시간 내에 추적자의 눈을 피해 진실을 찾고 인질을 구해야 한다. 이 과정이 상당히 혹독하다.

  김성모는 한국 국가정보원 소속 암살자였다. 그는 국정원 최고의 킬러였다. 아무 지원도 없이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에 침투해 비밀 작전을 수행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제재 방침을 위반한 북한 인사들을 처단하기 위해 중국에도 일곱 차례나 들어갔었고, 러시아에서는 핵 비밀 제공자들을 암살하기도 했었다. 또한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수정을 필요로 하는 한국인 몇 명도 그의 손에 죽음을 맞았었다. 로랑 그룹은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서른두 살의 김성모를 용병으로 데려왔다.(p.141)

  "맞습니다, 도널드 경. 사실 우린 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속담이 있죠? 개들과 잠들면 벼룩들과 깨어나게 된다. 우린 아주 오랫동안 많은 개들과 뒹굴고 지내왔습니다. 아부바커는 그 중 최악이죠. 그는 마르크 로랑이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탈식민지화 이후 많은 이가 대륙의 자원에 탐을 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폭군의 파트너가 될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우린 한동안 아부바커를 쥐고 흔들었지만 이젠 입장이 뒤바껴 버렸습니다. 그는 마르크 로랑이 자원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무슨 짓을 벌여왔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간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일이 많이 있었죠. 우린 물러나는 대통령이 계속 침묵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p. 243-244)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국정원 요원이 단독으로 사냥에 참여한 것이고 상당한 비중으로 치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우리의 국가정보원을 국수주의적으로 묘사하고 다른 제3세계의 정보기관처럼 돈을 받고 움직이는 기관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악의 역할인 만큼 차라리 북한의 공작원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다. 외로운 늑대의 싸움은 덫을 피해 서서히 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 남은 선택이 없다.

  이왕 건드리는 거 사전조사로 아프리카 대륙의 독재 권력과 다국적 기업의 음모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보다는 추적을 피해 인질을 구해내는 액션 활극으로 되어 있어 기대와 다른(?) 재미를 준다. 책을 읽으면서 갖은 두 가지 질문은... 첫째, 킬러의 보스는 놔두고 왜 킬러에 집착을 하는가? 둘째, MI5 출신의 보안회사 대표가 다국적 기업에 너무 쉽게 휘둘리는 것은 아닌가? 라는 개연성과 논리성의 아쉬움이 있지만, 부분 부분에서는 작가적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후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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