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역, [페이스 오프], 황금가지, 2015.

David Baldacci, [FACEOFF], 2014.

  얼마 전 나영석 PD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BS <1박 2일> 제작 시절에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의 전화 통화에서 콜라보를 제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것인가? 두 사람은 긍정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갔으나 아쉽게 양측 방송사의 불허로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보면,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주연급 배우를 한자리에 모으기가 절대 쉽지 않았음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글을 쓰는 작가의 경우 출판사와의 계약과 저작권의 문제가 있어서 공동작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셜록 홈즈와 함께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뤼팽이다. 당시에 늘 궁금했던 것은 명탐정 홈즈와 괴도 뤼팽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라는 문제였다. 그러다가 결국 [홈즈와 뤼팽의 대결](?)을 읽게 되었는데, 서로 다른 작품의 주인공을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것이 매우 신기했고, 무엇보다 작가적 자존심이 있을 텐데...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끝까지 호기심을 놓치지 않았다. 결론은... 뤼팽은 범행을 예고하고 신출귀몰하게 값비싼 보석을 훔치지만, 홈즈는 기막힌 솜씨로 단서를 찾아 그를 검거한다. 하지만 뤼팽은 경찰의 이송 도중에 탈출하는 것으로 끝나면서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무승부에 가까운 결말을 끌어낸다.

  전설적인 스릴러 작가들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들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는 설정이 나로선 아주 흥미로웠다. 원래 이런 책은 나오기가 쉽지 않다. 스릴러 작가들은 주거래 출판사와 체결한 계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에 소속된 작가와 한 팀이 되어 캐릭터들을 합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소설을 쓰면 어느 출판사에서 출판할지 도저히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제3의 출판사가 그 소설을 출판하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고.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 모델, 즉 작가들이 소설을 기부하고, 그 수익금이 협회로 가는 모델만이 이런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실로 평생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을 작품이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은 협회 회원들이 기증했고, 모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p.12)

  영미 스릴러의 어벤져스, 스릴러 소설의 가이드북...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페이스 오프]는 현대를 대표하는 20여 명의 스릴러 작가가 참여하여 콜라보 형식으로 엮은 11개의 단편 모음이다. 국내에서는 책을 번역 출간하며 작가 대 작가(캐릭터 대 캐릭터)의 대결 구도로 홍보를 했는데, 실제로는 각각의 주인공이 서로 협력하여 사건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출판 배경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작업이 가능할까? 2004년 10월 9일에 만들어진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는 2007년 결의로 회비를 걷지 않고 협회가 책을 출간하여 그 수익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소속된 작가는 작품(주로 단편)을 기부하거나 편집의 수고를 자원하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소설은 다음과 같다. 협회에서 낸 첫 책 [스릴러](2006.), [스릴러 2편](2009.), [러브 이즈 머더](2012.), 제프리 디버가 편집한 오디오북 [쇼팽의 원고], 오디오북 [구리 팔찌], 데이비드 모렐과 행크 와그너가 편집한 논픽션 [필독 스릴러 100편], 예비 작가들이 처음으로 쓰고 리 차일드가 편집한 단편 모음 [퍼스트 스릴](2011.)...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비드 발다치가 편집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야간 비행

  마이클 코넬리 vs 데니스 루헤인

  해리 보슈 vs 패트릭 켄지

  인 더 닉 오브 타임

  이언 랜킨 vs 피터 제임스

  존 레버스 vs 로이 그레이스

  가스등

  R. L. 스타인 vs 더글라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

  슬래피 복화술사 인형 vs 알로이시어스 펜더개스트

  웃는 부처

  M. J. 로즈 vs 리사 가드너

  말라차이 사무엘 vs D. D. 워렌

  팬더를 찾아

  스티브 마티니 vs 린다 페어스타인

  폴 마드리아니 vs 알렉산드라 쿠퍼

  라임과 프레이

  제프리 디버 vs 존 샌드포드

  링컨 라임 vs 루카스 데븐포트

  지옥의 밤

  헤더 그레이엄 vs F. 폴 윌슨

  마이클 퀸 vs 해결사 잭

  정차

  레이몬드 코우리 vs 린우드 바클레이

  션 라일리 vs 글렌 가버

  침묵의 사냥

  존 레스크로아트 vs T. 제커슨 파커

  와이어트 헌트 vs 조 트로나

  악마의 뼈

  스티브 베리 vs 제임스 롤린스

  코튼 말론 vs 그레이 피어스

  대단한 배려

  리 차일드 vs 조셉 핀더

  잭 리처 vs 닉 헬러

  시작부터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이라니...^^ 각 단편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작가와 캐릭터 그리고 작품이 쓰인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는데, 이것은 스릴러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해리 보슈는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의 미해결 사건 전담반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의 성격상 출장을 갈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보스턴으로 가서 수사하다가 우연히 사립 탐정 패트릭 켄지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한 작가가 처음 몇 페이지를 써서 메일을 보내면, 다른 작가가 뒤를 이어서 쓰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작가마다 개성이 있어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아무튼, 적절한 조화와 역할 분담으로 완성도 높은 긴장을 조성한다.

  여러 작가가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재미를 보여주는데... 개인의 의뢰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해결 사건, <환상특급>의 분위기, 법정 스릴러, 함정과 반전, 판타지 모험, 로드 무비 성격, 액션 활극... 등 사건이나 형식 또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보조 또는 파트너 캐릭터가 함께 등장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차려진 밥상의 반찬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기가 부담스러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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