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프레드릭 배크만, 최민우 역, [오베라는 남자], 다산책방, 2015.

Fredrik Backman, [EN MAN SOM HETER OVE](A MAN CALLED OVE), 2012.

  작년과 재작년에는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 2013.)이 큰 인기였는데, 올해에는 같은 스웨덴 출신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가 시선을 끌고 있다. 약간의 통찰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책의 제목과 표지의 디자인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겠지만, 웃음과 감동이라는 코드로 유쾌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스웨덴식 유머는 이번이 처음인데, 최고의 역설이라고 해야 하나? 북유럽 눈의 나라를 배경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건강 이상으로 은퇴를 권유받아 노년을 맞이하는 까칠한 남자의 괴팍한 일상은 결국에는 따뜻함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블로그 연재를 시작으로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았는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여기에는 39개의 짤막한 에피소드와 1개의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오베는 아내의 친구들이 자신과 결혼한 그녀를 이해 못 한다는 걸 잘 알았다. 사실 그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아마 그들이 옳으리라. 그는 그 점을 결코 심각하게 반성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사회성이 없다'고도 했다. 오베는 이 말이 자기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싹싹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그는 그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제정신이 아니었다.(p.56)

  오베는 59세이다. 그는 평생 사브에서 나온 차를 샀다. 지금은 태블릿 PC와 랩톱 컴퓨터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내와 함께 40여 년을 거주한 집에서 자명종 없이 오전 6:15 이전에 일어나 여과기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아침마다 동네를 한 바퀴 시찰하는데, 주로 공공기물의 파손을 점검한다. 발길질하면서 교통 표지판의 상태를 살펴보고 주차 구역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을 신고한다. 쓰레기 처리장의 분리수거 상태를 확인하고 자전거 보관소로 간다. 인터넷을 신뢰하지 않으며 집 안의 나무로 된 작업대는 꼬박꼬박 기름칠한다. 그런데 6개월 전에 아내가 죽었다. 더 일하고 싶었지만, 심장이 좋지 않아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무엇을 하지? 사랑하는 아내의 흔적을 찾으며 그리워한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의 곁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준비한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장의사에게 돈도 냈고 교회 묘지에 묻힌 아내 옆에 자기 묏자리를 만드는 것에도 동의했다. 변호사를 불러 지시 사항이 분명히 담긴 유언장도 썼다. 그걸 중요한 영수증과 집문서와 사브의 정비 내역과 함께 봉투에 넣었다. 봉투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뒀다. 청구서도 다 지불했다. 융자도 빚도 없고, 그가 가고 나서 이 집에 들어올 사람들은 따로 손볼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컵들도 다 씻어놨고 신문 구독도 끊었다. 그는 준비가 됐다.(p.71)

  그는 그저 평화롭게 죽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는 인생, 계획한 대로 풀리는 삶이 어디 있을까? 옆집에는 외국인 부부가 이사를 온다. 키는 멀대같이 크고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남자와 임신으로 만삭인 이란 여자이다. 그들에게는 이미 7세와 3세의 여아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털이 반이나 빠진 볼품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창고를 들락거린다. 그는 주택 융자를 다 갚았고 관리비와 세금도 다 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중요한 서류와 유언장을 품에 넣는다. 혹시 몰라 발이 닿을만한 공간에 패드를 대고 천장 고리에 끈을 넣어 매듭을 지었다. 창고 문을 닫고 자동차 배기관을 튜브로 연결해 차량 유리를 통과시켰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사냥총을 장전해 총구를 머리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성격상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래, 이것만 해결하고 죽자! 그래야 아내 곁으로 갔을 때 그녀가 잔소리하지 않을 테니까...

  저녁이면 그는 소시지와 감자를 데쳤고, 식사를 하는 동안 부엌 창을 통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갔다. 그는 이런 일과가 좋았다. 늘 벌어질 일을 예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점점 더 차별을 두었다.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했다. 오베는 점점 더 말을 줄이고 점점 더 실천을 했다.(p.106)

  "남자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남자인 겁니다. 말이 아니라요." 오베가 말했다.(p.112)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p.189)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p.370-371)

  남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남들과 다른 신념을 지닌 오베라는 남자는 어쩌면 따분한 원칙주의자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는 세상을 정직하게 살았고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때때로 속임수에 넘어가 분노할 때도 있었지만, 자기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들려주는 한 남자의 인생 파노라마는 쾌활함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는 과연 방해자들(?) 틈에서 무사히 아내 곁으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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