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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싱 - 돌아온 킬러 의사와 백색 호수 미스터리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9
조시 베이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조시 베이젤, 이정아 역, [와일드 싱], 황금가지, 2015.
Josh Bazell, [WILD THING], 2012.
한 권의 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면... 조시 베이젤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된 후에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할 수 없었나 보다. 2009년 전직 킬러인 의사 피터 브라운을 주인공으로 하는 [비트 더 리퍼](황금가지, 2011.)로 데뷔한 후에 이번에는 후속으로 [와일드 싱]을 내놓았다. 영화를 제외하고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미국식 어드벤처(스릴러) 블랙 코미디인데, 번역의 난이도를 계산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아쉽게 전작은 읽지 못했는데, 사이사이의 문맥과 친절한 각주를 통해서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의사의 고백, 나는 킬러였다!'라는 부제를 가진 전작에서 과거 피에트로 브라우나는 시실리 마피아와 러시아 마피아 밑에서 악명 높은 암살자로 활동했는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연방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피터 브라운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추고 있다. 요점은 마피아 사이에서 고위급 중재자로 일했던 데이비드 로카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주인공을 죽이고 싶어한다. 피의 복수를 피해 도망 중인 한 의사의 이야기이다. 후속작은 '돌아온 킬러 의사와 백색 호수 미스터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은 여전히 마피아의 추적을 피해 신분을 감추고 라이어넬 아지무스라는 이름으로 유람선의 의사로 있다. 그리고 한 통의 전보를 받는데,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한다는 뜻이오. 이것 보시오, 난 그냥 선생께서 내 대신에 이번 탐험에 참여해 줬으면 하는 것뿐이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봐 주시오."(p.64)
실제로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듯하다. 가령 독특한 장소에서 천혜의 진미를 먹는 일상 이외에 우주여행을 계획한다든가 하는... 미국에서 열네 번째 부자로 손꼽히는 인물은 특별한 모험 여행에 초대를 받는다. 미네소타의 백색 호수에 가서 괴생물체를 찾는다는 기이한 여행이다. 백만 달러의 참가비와 함께 각계의 다양한 인사가 비밀리에 참여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무엇보다 괴물의 진위가 궁금하다.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믿고 일을 맡길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마피아의 추적으로 신분이 묘한 의사를 추천받아 그를 고용한다.
막달레나가 죽고 난 후 내가 정한 규칙은 간단했다. 어떤 여자가 내 생일이 언제인지 신경을 쓸 정도로 나와 가까운 사이가 되면 그 여자를 내 인생에서 완전히 도려낸다. 나 이외의 어떤 누구도 표적이 되지 않게 한다. 솔직히 그렇게 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우선 라이어넬 아지무스의 생일이 언제쯤인지 기억할까 봐, 다시 말해 누군가 좋은 뜻으로 내게 깜짝 파티를 열어 주려고 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p.143-144)
글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이다. 겉으로는 털털해 보여도 항상 치밀함을 유지하는 의사 라이어넬 아지무스, 그는 미모의 고생물학자 바이올렛 허스트와 함께 미네소타 주의 작은 마을 포드에 가서 증거를 수집한다. 일하면서 둘은 서로의 매력에 끌려 옷을 벗고 한바탕 뒹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마도 과거의 연인이 추적자의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한 기억 때문에 남자는 의식적으로 여자를 멀리하려고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괴물의 존재를 사실로 믿는 이들과 하찮은 루머로 여기는 이들, 그리고 나름대로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여행 참가자들의 팽팽한 신경전도 볼만하다.
괴물을 직접 목격한 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사고사했거나 아니면 약에 취해 있었다. 마을에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소문이라고 하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우여곡절 끝에 백색 호수로 여행을 시작한다.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전작은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미국 의료업계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했다면, 후속작에서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어드벤처로 자연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끝난 뒤에 실려 있는 부록 및 출처이다. 작가는 무려 70여 페이지에 걸쳐 글을 쓰면서 인용한 구절, 얻은 영감, 부여된 동기, 환경과 관련된 에너지 조약... 등을 하나하나 깨알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백한 표절임에도 발뺌을 하거나 이를 감싸려고 하는 국내 문학계와 비교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