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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요 네스뵈, 노진선 역, [데빌스 스타], 비채, 2015.
Jo Nesbo, [MAREKORS](THE DEVIL'S STAR), 2003.
집 안을 흐르는 물줄기와 벽 속에 갇힌 괴담, 떨어지는 핏방울... 시작부터 몰입을 보장한다! 형사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에서 다섯 번째인 [데빌스 스타]이다. 세 번째 [레드브레스트](비채, 2013.), 네 번째 [네메시스](비채, 2014.)와 함께 오슬로 3부작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각각의 개별 사건 이외에 이어지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 - 강력반의 라이벌이자 프린스라고 불리는 불법무기 밀매상인 톰 볼레르와의 대결(이것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 을 다루고 있어서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볼레르의 휴가 기간을 적어 넣는 공간은 비어 있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가끔씩 묄레르는 톰 볼레르가 휴가를 내기는 하는지, 심지어 잠은 자고 다니는지 궁금했다. 수사관으로서 볼레르는 강력반의 두 스타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늘 자리를 지켰고,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으며 맡은 사건마다 거의 다 해결했다. 또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와 달리 톰 볼레르는 듬직했고 흠잡을 데 없는 전적을 가졌으며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한 마디로 모든 상관이 탐낼만한 부하 직원이었다. 게다가 반론의 여지가 없는 뛰어난 리더십까지 있었으니 때가 되면 묄레르의 자리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p.24)
해리 홀레.
외톨이에 술고래, 톰 볼레르를 제외하고 경찰청 7층 강력반 최고의 형사이자 이단아. 그가 그렇게 뛰어난 형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이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인 형사를 위해 지난 몇 년간 비아르네 묄레르가 병적일 정도로 자기 목을 걸지 않았더라면 해리 홀레는 진작 해고되었을 것이다. 평상시였다면 그는 제일 먼저 해리에게 전화해 수사를 맡겼겠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었다.(p.25-26)
극명한 대비 서술... 금요일 오후에 스물세 살의 미혼 여성이 자기 집 욕실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리고 마치 거울에 반영된 서로 다른 인격처럼, 아니 빛과 어둠의 그림자라고 해야 할까? 서로 닮은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두 스타플레이어는 아이러니하게 한여름 휴가철로 부족한 인력 때문에 임시 파트너가 되어 사건 현장에 투입된다.
지금까지 '사이코 살인마'나 '피 맛을 본 이웃'이라는 헤드라인이 달린 것으로도 모자라, 두 개의 단서가 더 밝혀지자 신문 1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대서특필되었다. '카밀라 로엔의 절단된 손가락', '눈꺼풀 속의 빨간 별 모양 다이아몬드'.(p.81)
"아니, 스카레. 난 기억 안 할 거야. 하지만 자네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두라고. 미리 작정한 살인, 그것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살인사건이 터지면 범인이 형사보다 훨씬 유리하기 마련이야. 법의학적 증거들도 모두 없앴을 테고, 피살자의 사망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도 세웠을 거고, 살인 무기도 모두 버렸을 테니까. 그것 말고도 많아. 하지만 범인이 사실상 절대 없앨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지. 그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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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동기야." 해리가 말했다. "너무 쉽지, 안 그래? 동기, 우리의 수사는 거기서 시작해야 해. 동기를 찾는 건 너무 기본적인 거라 가끔씩 잊어버릴 때도 있지.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괴물 같은 놈이 나오는 거야. 모든 형사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에서 나온 살인마. 그 형사의 사고 회로가 어떻게 생겨먹었느냐에 따라 악몽일 수도 있고, 평생 고대하던 꿈일 수도 있어. 악몽이라고 하는 이유는 범인에게 동기가 없기 때문이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기가 없지."(p.161-162)
집 안의 욕실에서, 이웃이 있는 동네에서 연이어 살인과 실종이 일어난다.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절단되어 사라진 손가락과 오각형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고 근처에는 오각형 별 문양의 흔적이 있다. 같은 패턴으로 연쇄살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휴가 중인 형사들을 비상소집하여 수사팀을 꾸리지만, 아직 범행의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우선 FBI의 심리학 프로필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지. 사이코패스는 종종 사회 부적응자들로 직장도 없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전과가 있고 사회 문제도 많다네. 반면 소시오패스는 똑똑하고 겉보기에 정상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 사이코패스는 어디서나 눈에 띄고 쉽게 의심을 받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버리지. 소시오패스의 정체가 발각되면 이웃이나 친구들은 늘 충격을 받기 마련이야. FBI에서 프로파일러로 활동했던 심리학자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 친구 말로는 자신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이 범행 시리라더군. 살인을 저지르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걸려. 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살인이 평일에 일어났느냐, 아니면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어났느냐가 유용한 단서라는 거야. 후자일 경우에는 범인에게 직업이 있고, 따라서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고 했어."(p.205-206)
"세 건의 살인이 각각 같은 날짜만큼의 간격을 두고 발생했네. 세 건 모두 손가락 절단과 시신을 꾸미는 의식을 치렀고, 범인은 손가락 하나를 자르고, 그 보상으로 피살자에게 다이아몬드를 주었네. 이런 보상 행위는 잔인한 범죄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지. 어렸을 때 엄격한 도덕적 원칙에 따라 키워진 살인자들의 전형적 행동이라네. 그게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군. 노르웨이에는 그렇게 도덕적인 집안이 별로 없으니 말이야."(p.208)
현장에 남은 수수께끼, 범인의 독특한 의식... 단서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한 명의 희생자가 더 있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수사는 어렵게 진행된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관한 심리학자의 묘사, 연쇄살인의 통계 분석, 알코올 중독으로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해리 홀레, 그리고 악마의 은밀한 제안은 아주 흥미롭다.
"펜타그램은 오랜 종교적 상징입니다. 비단 기독교에서만이 아니죠. 보다시피 이 오각형 별은 하나의 선을 계속 연장하여 몇 차례 자신과 교차하며 만들어집니다. 수천 년 전의 묘비에도 이 별이 새겨져 있었죠. 하지만 하나의 꼭짓점이 아래로 가고, 두 개의 꼭짓점이 위로 가면서 별이 뒤집어지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데모놀로지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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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악령인 데몬이 존재하면서 악이 비롯되었다고 믿었던 시절의 용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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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르트... 사탄이라고도 하죠."(p.222-223)
"마레코쉬(Marekors), 악마의 별이죠."
"마레코쉬?"
"이고됴의 상징입니다. 마레(Mare)를 쫓아내기 위해 침대나 문간 위에 새겨 넣곤 했죠."
"마레?"
"네, 악몽(mareritt)이라는 단어가 거기서 파생됐죠. 잠든 사람의 가슴에 앉아 그 사람이 악몽을 꾸게 하는 여자 악령입니다. 이교도들은 마레가 유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레'의 어원이 인도게르만어족의 '메르(mer)'라는 걸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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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는 '죽음'을 뜻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살인'이죠."(p.248)
단서를 찾아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우 논리적이고 명확하다. 반대로 시종일관 인간적인 괴로움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술에 의존하는 또 다른 모습은 몽환적이고 때로는 절망스럽다.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과 사연 깊은 경쟁자와의 대결... 악마와의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하드보일드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양면성을 충분히 드러낸 문학성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