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 최고은 역, [침묵의 거리에서②], 민음사, 2014.

Okuda Hideo, [CHINMOKU NO MACHIDE], 2013.

  작가는 한 중학생의 죽음을 두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교사, 같은 반 친구들과 테니스부 부원들의 뜻밖의 증언, 우리 아이가 연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 왜 우리 아이가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슬픔과 원통함에 빠진 유족, 사건의 숨은 진실을 찾기 원하는 경찰과 검사, 누군가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언론, 법리적인 해석에만 집중하는 변호사... 이들 각각의 견해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사건을 단순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음을 잘 드러낸다.

  "아이들은 누구나 그런 잔혹성을 가지고 있지만 커 가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중학생은 아직 그 성질이 남아 있고. 학교 폭력, 집단 괴롭힘이 가장 심한 연령도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 되면 강도를 조절할 줄도 알고 동정심도 생기지."(②, p.306-307)

  "나도 이 바닥에서 하루 이틀 굴러먹은 게 아니야. 이런 일은 여러 번 겪었으니 좀 믿고 맡겨 봐요. 분명히 사카이씨의 말대로 피해자 가족은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면 분노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한마디로 죽은 가족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건 조금이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하지만 그게 인지상정인데 어쩌겠어요.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이성과 감정이 항상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단 말입니다. 근본이 그런 생물이라고."(②, p.321)

  [침묵의 거리에서]의 가장 큰 매력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추리의 과정이나 후반부의 깜짝 놀랄 반전보다는 각자의 처지에서 그려진 탁월한 심리 묘사를 읽는 재미이다. 각각의 관점은 모두가 다 사건의 순리적인 해결을 원하면서도 더는 문제가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학교, 이기적일 정도로 내 자식만을 감싸는 학부모, 조속한 수사를 원하는 경찰과 검찰, 특종을 생각하는 기자, 진실보다는 어떻게든 합의를 원하는 변호사,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의 독특한 세계관... 등 잔잔하면서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글맛은 단연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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