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 최고은 역, [침묵의 거리에서①], 민음사, 2014.

Okuda Hideo, [CHINMOKU NO MACHIDE], 2013.

  좋아하는 일본 작가를 묻는다면? 누구와 누구, 또 누구... 라고 줄줄이 이름을 댈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명을 꼽으라면?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주저 없이 '오쿠다 히데오'를 말하고 싶다. 전혀 무관심하던 일본소설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그를 통해서였고, 한때는 두문불출하며 그의 작품을 사 모아 몰아서 읽은 적도 있다. 세상이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고 있을 때에 나는 오쿠다 히데오를 읽고 있었으니... 이러한 이유로 오랜만에 만나는 [침묵의 거리에서]는 기분 좋은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

  이 작품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중학생의 왕따' 문제를 다양한 시점에서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모든 일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마련이라, 100퍼센트의 악도, 100퍼센트의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점을 공감해 주신다면 작가로서 더없이 행복할 겁니다.(①, p.7)

  하필이면 왜 소설을 읽는가? 라는 물음에서 어떤 이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때로는 자극이 필요해서...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고달픈(?)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비극보다 해피엔드를 좋아하고, 나에게 책은 진통제이고 마약이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럭저럭 무난한 삶을 살아서 눈에 띄는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다(미성숙한 인격의 소유로 누군가를 은근히 따돌린 적은 있어도...). 일본사회의 청소년 따돌림 문제를 소재로 하는 이 소설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 프로그램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교사, 학생, 학부모, 경찰, 기자, 검사, 변호사의 눈으로 보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조금은 익숙한듯하나 중립적이면서 철저한 그의 글솜씨는 나의 현실을 망각할 정도로 충분한 재미를 준다.

  대충 기사를 훑어보니 죽은 소년, 나구라 유이치가 동급생들에게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며, 몸에 폭행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14세 이상인 두 학생을 상해 혐의로 체포하고, 14세 미만의 두 학생은 아동 상담소로 송치했다는 내용이었다. 나구라 유이치의 시체가 교정에서 발견된 일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수사 중."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박스 기사에는 소년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실려 있었다.(①, p.124)

  새삼 그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스물넷의 다카무라로서는 외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아마 제 인생을 빼앗긴 듯한 심정일 것이다. 앞으로 진심으로 웃는 날은 영영 오지 않는 게 아닐까.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하고, 그런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때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을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 맑게 개는 날은 이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①, p.220)

  경찰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 소년이 나구라 유이치에게 은행나무로 건너뛰도록 강요했고, 건너뛴 걸 보고 나구라 유이치를 홀로 남겨 둔 채 돌아갔다. 또는 떨어진 걸 보고 겁을 먹고 도망쳤다.

  하시모토의 마음속에 의심도 분명히 존재했다. 어쩌면 단순 사고인 게 아닐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나구라 유이치가 일부러 혼자 건너뛰었을 리는 없지만, 중학생이란 원래 충동적인 생물이다.

  자신의 중학 시절을 돌아봐도,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뜬금없는 짓을 저지른다. 자살 충동이 싹트는 것도 바로 이 시기의 특징이다.(①, p.233)

  구와바타 시립 제2중학교에서 방과 후에 운동부실 2층 건물에서 떨어진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2학년 나구라 유이치인데, 평소 교우관계의 특이성과 몸에 꼬집힌 상흔으로 경찰은 왕따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가장 먼저 같은 테니스부 활동을 하는 4명의 동급생이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데, 휴대전화에 남겨진 문자 메시지와 학교 주변의 CCTV 기록을 토대로 괴롭힘의 정황이 포착된다. 사건이 일어난 날 학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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