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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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권영주 역, [Q&A], 비채, 2013. 

Onda Riku, [Q&A], 2004.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두 가지 삶이 있는데, 하나는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종일 책을 읽으며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를 결합하여 책을 읽고 여행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밥벌이의 책임감이 앞서는 현재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내 꿈을 실현하는 두 명의 여성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돈키호테의 발자취를 따라 스페인을 여행하는 서영은([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비채, 2013.) 작가와 두문불출하고 연간 200여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는 온다 리쿠이다. 온다 리쿠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밤의 피크닉](북폴리오, 2005.)이다. 아직 일본소설이 익숙하지 않았던 때라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성이 헷갈려 3분의 1을 두세 번 반복해서 읽다가 중간에 놓쳐버린 안타까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지금도 내 책상 위에는 언젠가 읽게 될 것을 기대하며 이 책이 놓여 있다). 그 후로 미스터리와 판타지, SF와 호러 ... 등의 다양한 장르로 다가왔으나 인제야 구체적인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하신 말씀은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질문에 대해 당신이 본 것, 느낀 것, 아는 것을 솔직하게, 마지막까지 성심껏 대답해주신다고 맹세하시겠습니까?(p.5)

 

  [Q&A]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르포르타주(Reportage) 스타일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어느 날, 도쿄 교외의 쇼핑센터 M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집단으로 도망하고 빠져나오려다가 69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화재라는 속보가 뜨고 곧이어 독가스 테러라는 말이 나돌았지만, 사상자 대부분은 인파에 밀려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밟히고 압사당한 경우였다. 소설은 사건의 목격자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글쎄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사건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게 저희 주목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의가 있겠습니다만, 실은 이번 조사에서 범인을 찾는 건 우선순위가 낮거든요. 그때 그 일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어떤 사건이었는지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게 저희의 조사 목적입니다. 저희는 그게 뭐였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p.109-110)

 

  사건 발생은 어떤 느낌이던가요?

  "제가 받은 인상으론 '돌연하다'란 말 한마디면 족하더군요. 화면에 찍힌 건 갑자기 뛰기 시작한 사람들뿐. 정말로 갑자기. 사람들이 뛴 원인은 찍혀 있지 않았습니다."(p.113)

 

  복수의 장소에서 군중이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는 것 말입니다.(p.122)

 

  사실도 거짓말을 한다?

  "응, 내 생각엔."

  그럼 어떻게 사실을 알아내야 하지?

  "글쎄. 사실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란 걸 인식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 눈의 수만큼 사실이 존재하는 거야."(p.151)

 

  "부조리하고 이유가 없는 대량 사망 사건."(p.162)

 

  "저희도 부상자 이송 중에 어떻게 된 일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끈질기게 반복해서 물었습니다. 의식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다들 요령부득이더란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도망치길래 자기도 도망쳤다. 불이 난 모양이다, 가스가 살포된 모양이다. 죄 그런 대답들뿐이었어요. 실제로 연기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몸을 써서 부상자를 밖으로 운반할 땐 오히려 괜찮았지만, 다들 똑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을 겁니다. '원인은 뭐였던 거지?' '어째서 피해가 이렇게 커진 거지?' 하고 말이죠."(p.205-206)

 

  목격자의 인터뷰와 관련자의 질문과 대답은 총 1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자의 직업과 상황이 묘하게 연관되어 사건의 의문을 증폭시킨다. 맨 처음 신문 기자인 남자는 자신이 쇼핑센터 근처에서 본 것을 토대로 사건을 개괄 설명한다. 이어서 쇼핑센터 안에 있었던 여성, 노인, 초등학생 생존자는 각 층에서 자신이 목격하거나 경험한 것을 진술하는데, 여기에는 부부 사이의, 노년 부모와 자식 간의, 아동 청소년의 사회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그리고 소방대원, 변호사, 작가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군집의 패닉 현상이라든가, 지속한 지진으로 재난에 둔감해진 일본을, 정부의 신무기 실험 음모라든가, 보이지 않는 신의 개입으로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 등 다양한 의견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언론의 보도 경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더 힘들어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이는 기적의 소녀가 되어 신흥종교를 만들어낸다. 도시 괴담을 좋아하는 몇몇은 사건 현장을 돈벌이로 이용하기도 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공무원은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된다.

 

  매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작가는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독특한 형식으로 기이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인터뷰는 깊이 있는 대화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소설은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사회과학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후반에는 판타지와 스릴러로 마무리된다. 등장하는 인물의 연관성을 찾는 재미가 있고, 끝까지 사건의 원인을 찾으려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함을 좋아하는 취향에서는 장편소설의 결말이 열려 있어서 살짝 아쉬움이 있다.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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