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줄리애나 배곳, 황소연 역, [퓨어①], 민음사, 2012. 

Julianna Baggott, [PURE], 2012.

 

  줄리애나 배곳은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3개의 펜 네임 중에서 소설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퓨어]는 '종말' 이후를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판타지이다.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진 세상, 황폐함과 어둠이 깔린 세계,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음모와 투쟁, 증오와 사랑을 강렬함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전의 소설이 어떠한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것이었다면, 최근에 나오는 소설은 멸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장르를 '포스트 아포칼립스'1라고 한다.

 

  프레시아가 대폭발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라면 마치 태양에 태양에 태양을 더한 것 같았던 발디밝은 빛... 그리고 자기가 인형을 들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인형을 가지고 놀기에는 나이가 많았던 건 아니었을까? 인형의 몸통은 황갈색 천이었고 팔다리는 고무였다. 공항에 있을 때 섬광이 그녀의 시야를 뒤덮더니 세상이 폭발했고 녹아내렸다. 온갖 것들이 서로 뒤엉켰고 인형의 머리는 프레시아의 손이 되었다.(p.22)

 

  형제자매여, 우리는 여러분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언젠가 우리는 '돔'에서 나와 여러분과 평화롭게 공존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멀리서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p.11)

 

  작가가 상상한 종말은 대폭발이다. 위기 속에서 가진 자는 돔 안으로의 생존권을 구매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방치된다. 급작스런 대폭발의 섬광과 열기로 모든 것은 타오르고 녹아내린다. 돔 안의 생존자는 '퓨어'라 불리며 비교적 평온한 생활을 하지만, 바깥세상의 생존자는 화상과 융합으로 '돌연변이'가 된다. 왼팔이 쪼그라든 아이, 목에 철삿줄이 달린 여자, 한 손이 자전거 손잡이와 뒤엉켜 굳어진 사람... 그리고 사람끼리 융합된 그루피, 이들을 사냥하는 땅과 융합된 더스트와 동물과 융합된 비스트 등이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종말 이후는 퓨어와 돌연변이, 돔 안과 바깥세상,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구분되는 이원화된 세계이다.

 

  돔은 폭발과 바이러스 공격, 환경 재앙에도 끄떡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공간이다. 돔 안의 사람은 바깥세상의 사람을 천민이라고 부르며, 철저한 질병관리를 통해서 언젠가 지구가 회복되는 날, 바깥으로 돌아가 천민을 돌보며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고 있다. 바깥세상은 폐허의 공간이다. 대폭발 이후, 수색 구조단은 의료 체계를 재건하고 치안을 위해 군대를 조직했으나, 이내 지도자는 축출되고 혁명군이 등장하여 공포정치를 하며 돔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낸다.

 

  한쪽 손이 인형의 머리와 융합된 프레시아는 16세가 된다. 그러면 혁명군에 징집되어 살인자가 되거나, 아니면 살아있는 표적이 되어야 한다. 패트리지는 돔 안에서 최고위층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안락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생존을 믿으며 돔에서 빠져나온다. 혁명군을 피해 도망치는 소녀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돔에서 탈출한 소년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무너진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도우며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 사실적인 묘사, 독특한 캐릭터, 커다란 스케일, 인물 중심의 서술... 등 소설은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3부작으로 [퓨어](Pure) 이후에 [퓨즈](Fuse)와 [번](Burn)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여행의 끝에는 어떠한 진실이 숨어있을지, 작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줄지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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