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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영화관 ㅣ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평점 :
호리카와 아사코, 김선영 역, [환상 영화관], 북다, 2026.
Horikawa Asako, [GENSOU EIGAKAN], 2013.
일본소설 중에서 라이트노벨, 판타지, 코믹 장르는 익숙하지 않아 호기심으로 읽은 책이다. 표지는 남자가 들고 다니기 민망하고, 허무맹랑한 전개는 어질어질하다. 호리카와 아사코는 [환상 우체국], [환상 영화관], [환상 일기점]... 등의 시리즈를 썼다고 하는데, 솔직히 뭘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전개와 만화 같은 엉뚱함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척 오래된 서양 영화 포스터와 한산한 매점, 충전재가 튀어나온 긴 의자, 유리문에 비쳐 좌우가 반대로 보이는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금색 간판.
'게르마, 전기관.'
게르마도 그렇고 전기관(*1903년 일본 아사쿠사에 등장한 오락 시설로 영화관의 전신)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p.17)
구스모토 스미레는 혼자 끝말잇기를 하고, 여우원숭이를 좋아하고, 게자리 O형, 16세 고등학교 1학년이다. 구스모토 관광 그룹 집안이고, 유령을 보는 신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등교를 거부한다. 그날도 늦은 등굣길, 우연히 전철에서 아버지가 내연녀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무작정 뒤를 밟는다. 그러다가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오래된 영화를 보고... 살바도르 달리 같은 수염을 기른 지배인,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은 육감적인 유령 마리코 씨, 그리고 잘생긴 영사 기사 우도 군을 만난다. 그녀는 우도 군에게 한눈에 반해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인생에서 겪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지, 2관은 그 '주마등'을 보여 주는 장소야...... 매달 달빛이 사라지는 초승달 밤에 죽은 사람들이 심야 상영을 보러 2관에 모여들어...... 그리고 다들 자기 인생의 '주마등'을 보면서 천국으로 떠나는 거야...... 개중에는 천국 말고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p.131)
스미레는 학교에 가기 싫은 핑계로, 아니 인생에서 좌절을 겪어보려고, 사실 그보다는 우도 군과 같이 일하고 싶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돌아가신 할머니 유령을 제령(除靈)해 달라는 친구, 술에 취해 영화를 보러 오는 노인, 아버지의 불륜녀는 어린 딸을 영화관에 맡기고 일하러 가고, 그 소녀는 이상한 춤을 춘다. 유령들은 사십구재에 맞춰 심야 상영회를 예약하고, 초승달이 뜨면 맞춤형 단편 영화 '주마등'을 본다. 살아있는 사람은 전부 졸면서 똑같은 꿈을 꾸고, 망자는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본 뒤 저세상으로 떠난다. 이 세상과 저세상을 연결하는 비밀 장소이다. 그런데 누군가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이 스크린을 찢고 돌아오는 소동이 벌어진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도망쳐!"
이것이 바로 이 작품에 담은 핵심 메시지다.(p.294)
작가는 후기에서 '도피'에 관해 얘기한다. 현실의 문제에서 훨씬 더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에, 참을 수 없다면 도망치라는 메시지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일하게 된 환상 영화관에서의 좌충우돌 성장기, 유쾌한 판타지이다. 흘려듣는 듯한 농담 같은 소설은 기묘한 해방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