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시키 리우, 곽범신 역, [TIGER], 허밍북스, 2024.

Kushiki Riu, [TORA WO OU], 2019.

유흥가에서 자란 십 대 소년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자 인질극을 벌이며 무죄를 주장하는 [소년 농성](블루홀6, 2025.)과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과감하게 파고드는 [사형에 이르는 병](에이치, 2019.)을 인상 깊게 읽어서, 일부러 찾아 읽은 책이다. 구시키 리우의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항상 아동-청소년의 성장환경에 초점을 맞추는데, 여기에서도 범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 가메이도 사형수 도쿄 구치소에서 병사]

법무성은 7일, 1987년부터 88년에 걸쳐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에서 살인, 성폭행 및 영리 목적 유괴 등의 죄로 사형이 확정된 가메이도 겐(65)의 사망을 발표했다.(p.8)

현경에서 정년퇴직한 호시노 세이지는 사형수가 감옥에서 병사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30년 전, 어린 소녀 2명을 연달아 납치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당시 형사부 수사 1과 소속으로 특별 수사본부에 있었는데, 그는 주로 서류 업무를 담당했고... 베테랑 수사관의 활약(?)으로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DNA형 일치와 자백으로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오랜 세월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떤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물론 수사관은 모두 진범을 잡아들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어. 처음부터 누명을 씌우려는 녀석이 어디 있겠니. 하지만 - 하지만, 어쩌다 우연히 수사의 방향성이 틀어지고 마는 경우가 있지. 대개는 도중에 정신을 차리고 바로잡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확률로 끝까지 밀고 나가버리는 사건도 없지는 않아. 경찰은 조직이니까. 조직이라는 건 크면 클수록 방향을 틀기가 어렵지"(p.50)

진술 조서에서 살의와 계획성은 그대로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계속 바뀌어 뭔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 경찰의 혹독한 취조를 견디지 못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은 아닌지? 그 시절의 DNA 검사를 신뢰할 수 있는지? 가메이도 겐은 죽었고, 공범인 이요 준이치는 여전히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지만, 세이지는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해볼 생각으로 나선다.

"취조 단계에서 이미 가메이도 씨는 정상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처음에는 수사관에게 욕지거리를 내뱉거나 바닥에 침을 뱉으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점차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더니 느닷없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죠. 법정에서도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거의 불가능했다 들었습니다."(p.80-81)

"무척 자존감이 낮은 사람입니다. 일단 성장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일찍이 모친을 여의었고, 부친은 그 사람을 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 않고 일을 돕게 하고선 '솜씨가 형편없다'라며 호되게 꾸짖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탓인지 도피 벽이 있어서 편한 쪽으로 흘러가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트너인 가메이도 씨에게 상당히 의존했던 것 같더군요. 가메이도 씨가 먼저 자백했다는 말에 마음이 꺾여버린 것도 이해가 갑니다."(p.81)

범죄의 배경에는 늘 열악한 성장환경이 있다. 세이지는 변호사와 피해 유가족 등을 만나며 과거의 사건을 재조사해 나가는데,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기까지의 환경적인 요인을 집요하게 다룬다. 빈집털이 좀도둑이 여아 연쇄살인범으로 몰리기까지... 가메이도는 취조실과 법정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기괴한 행동을 보였고, 이요는 애정결핍으로 자존감이 낮고 의지박약하여 의존적인 성향이었다.

"가메이도 겐은 투렛 증후군이었던 것 같아요."

...

"투렛......? 그건 또 뭐냐."

"투렛 증후군.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일어나는 질환이에요."

데쓰는 단숨에 대답했다.

"주된 증상은 틱, 경련,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근육의 움직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에 반해 폭언이나 외설적인 말을 내뱉는 모욕증. 도파민 신경의 발달 부전으로 발생하는 지나치게 빠른 반응과 반사, 혼잣말이에요. 이 모든 증상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개선된다고 하죠. 또한 이 환자들에게서는 이따금 음악적 재능이 발견된다고 해요. 가메이도 겐은 틀림없이 투렛 증후군 환자였을 겁니다."(p.240)

가메이도의 이상 행동은 어쩌면 투렛 증후군 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 틱은 어른이 되면 낫는 것이고 예절 교육의 문제로 여겨졌다. 이요는 정신적인 결함은 없었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발달이 늦었고 어디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사회 부적응자인 두 사람은 왜 함께 행동했을까? 만약 진범이 따로 있다면, 이들이 체포되고 나서 범행을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는 자상한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세대였으니까. 자식에게 어떻게 애정표현을 하면 좋은지, 그 방법을 몰랐어.(P.409)

과거의 사건을 하나씩 확인하고 되짚어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야기의 전개는 특유의 체계적인 논리성으로 몰입감을 주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끝까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관되게 가정환경과 성장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오락성을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설의 구조가 [사형에 이르는 병]하고 매우 유사하여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