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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평점 :
오야마 세이이치로, 윤시안 역, [밀실수집가], 리드비, 2025.
Oyama Seiichiro, [MISSHITSU SHUSHU-KA], 2015.
제1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추리 소설에서 밀실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어렵고, 독자를 상대로 하는 수수께끼는 기발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세상이 바뀌어 최근에는 범죄의 방법보다 사건의 동기와 이유에 더 관심을 두지만, 그럼에도 잘 짜인 트릭의 짜릿한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소설 [밀실수집가]는 경찰서마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밀실수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로, 5개의 단편 모음이다.
버드나무 정원 (1937년)
소년과 소녀의 밀실 (1953년)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 (1965년)
이유 있는 밀실 (1985년)
가야코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2001년)
현대에는 각종 첨단 수사 기법은 물론이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밀실을 꾸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대를 반영해 밀실을 구성한다. 1937년부터 200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주로 목격 진술과 시간 추적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밀실수집가가 등장해 명탐정의 추리를 하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64년의 세월이 흐르지만, 그는 서른 살 전후의 잘생기고 독특한 분위기를 한결같이 유지한다는 것이다.
"범인은 왜 손목시계를 들고 도망쳤을까요?"
꼭 엘러리 퀸이 쓴 탐정소설 같아. 지즈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퀸이 집필한 작품에서는 범인이 피해자의 실크 모자를 가지고 자리를 뜨거나 옷을 들고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제일 중요한 수수께끼로 부상한다. 범인이 왜 피해자의 손목시계를 들고 도망쳤는지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기이한 수수께끼 아닐까. 퀸이라면 '일본 시계 미스터리'라는 제목을 붙였을지도 모른다.(p.38)
고등여학교 음악실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음악실의 문은 안에서 잠긴 채 음악 교사가 죽었다. 범인은 온데간데없고, 특이한 것은 희생자의 손목시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밀실수집가는 목격자의 이야기를 듣고 곧이어 "진상을 알아냈습니다."라고 말한다.
범인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잠시 목숨을 부지한 상황에서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다음 세상을 떠나면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런 유형의 밀실을 내출혈 밀실이라고 부릅니다.(p.114)
경찰이 잠복 중인 집에서 소년과 소녀가 죽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고, 최초 발견자는 경찰이었다. 사귀던 남녀가 동반으로 목숨을 끊은 정황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칼에 찔린 피해자가 스스로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죽는 것을 '내출혈 밀실'이라고 하고, 피해자가 밀실에서 죽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시간차 밀실'이라고 한다.
첫째, 범인은 왜 범행을 마치고 나서 굳이 시체를 떨어뜨렸는가? 또 범행을 마치고 최소 세 시간 남짓 기다렸다가 시체를 떨어뜨린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범인은 시체를 떨어뜨린 다음 어떻게 현장을 빠져나와 도망쳤는가?(p.158)
주상복합 빌딩 6층에서 여자가 흉기에 찔려 창밖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녀가 살던 호실은 굳게 잠겨있었는데, 범인은 왜 시체를 창밖으로 내던졌는지 의문이다. 추락할 때 여자는 머리를 아래로 두었는지, 아니면 발을 아래로 두었는지가 추리의 쟁점이다.
여덟 번째 이유는 밀실을 만드는 일에 수반되는 어떤 행위가 범인의 진짜 목적이라는 겁니다. 그 행위만으로는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밀실 제작에 그 행위를 포함시켜 범인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했다는 뜻이죠."(p.245)
약점을 잡고 돈을 갈취하던 프리랜서 기자가 총에 맞아 죽었다. 살해 현장은 밀실이었고, 피해자의 뱃속에서 현관문의 열쇠가 발견되었다. 범인이 밀실을 만드는 여덟 가지 이유는? 첫 번째, 사고사로 꾸미기 위함이다. 두 번째, 다른 사람에게 혐의를 씌우기 위함이다. 세 번째, 범죄 입증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네 번째, 시체가 발견되는 시간을 늦추기 위함이다. 다섯 번째, 밀실 현장을 범행 현장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여섯 번째, 자신이 고안한 밀실 트릭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다. 일곱 번째, 현장이 진짜 밀실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함이다. 여덟 번째, 밀실을 만드는 일에 수반되는 어떤 행위가 범인의 진짜 목적이다. 번외로, 밀실수집가를 불러내기 위함이다.
"아니요, 저는 밀실 살인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경찰 측에서는 여기 사사노 가야코 씨가 범인이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그녀가 결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야코 씨가 결백하다는 말은 범인이 눈밭에 발자국을 안 남기고 현장을 드나들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야말로 밀실 살인 아닙니까."(p.294)
다로를 재우고 다로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지로를 재우고 지로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미요시 다쓰지가 지은 '눈'이라는 시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다로와 지로 형제가 사는 집에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또는 다로네 집과 생판 남인 지로네 집에 눈이 내리는 풍경으로 보인다. 눈 내리는 날에 병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현장에는 피해자의 발자국만 남아 있다.
책을 읽는 시종일관 지루함과 호기심이 공존한다. 밀실에 집중해서인지 건조한 느낌이고, 장황한 설명은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어떻게 밀실 범죄가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붙들게 한다. 밀실에 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작가의 고민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비슷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발목을 잡는데, 또 누구는 그게 재미라고 하니... 결국 취향의 문제인듯하다. 본격보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더 좋아해서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