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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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 김은모 역, [소년 농성], 블루홀6, 2025.

Kushiki Riu, [SHONEN ROJO], 2023.

내가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는? 간결하고 강렬한 제목, 명확한 글 솜씨와 짜임새 있는 구성, 개성 강한 캐릭터, 논리적이고 개연성 깊은 이야기, 여기에 극적인 반전과 사회적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구시키 리우는 처음 만난 작가인데, 소설 [소년 농성]은 이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살인 혐의가 있는 열다섯 살 소년이 경찰에게서 총기를 탈취, 무고를 주장하며 인질극을 벌인다. 진범을 찾으라는 요구, 이와가키시 오아자 도로코베 온천 거리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접객원의 태반이 국가 행정을 믿지 못하고 거기에 의지하지도 못하는 여자들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 여자. 기댈 곳이 없는 싱글맘.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일가의 어머니. 또는 부모에게 학대당해 가출한 딸. 그녀들에게는 도로코베 온천 거리 자체가 거대한 보호소 같은 존재였다.

폭력과 빚에서 벗어나기 위해 접객원들은 최대한 숨죽여 기척을 지운 채 일급을 번다. 일단 '생존'하는 것이 고작이라 아이의 교육과 위생 상태는 뒷전으로 밀린다.

그 결과 거리에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갈 곳도 없는 아이들이 매일 뒷골목이나 술집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을 걸 찾는다.(p.37-38)

국가 복지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이 있다. 도로코베 온천 거리에는 갖가지 사연을 안고 들어와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싱글맘과 아이들로 넘쳐난다. 빚쟁이에게 쫓기거나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여자는 양육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치되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제때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폭력과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그럼 이미 들었겠지만 우리 가게는 어린애 한정으로 모든 메뉴가 백 엔이야. 백 엔이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 계산해도 되지. 접시를 깨지 않고 설거지하는 아이에게는 돈가스 덮밥. 가게 앞을 청소하는 아이에게는 오야코 덮밥. 손님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테이블을 닦는 아이에게는 계란 덮밥을 제공해. 자, 고코나는 뭘 할 수 있지?"

"청소요."(p.20)

야기라 쓰카사와 미요시 이쿠야는 도로코베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다. 서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둘은 일종의 속죄로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이,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리리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쓰카사는 아버지가 하던 식당(야기라 식당, 일명 어린이 식당)을 물려받아 배고픈 아이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이쿠야는 경찰이 되어 최근에 형사과에서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고자사가와강 하천부지에서 남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래. 이게 요구 사항이야! 짭새 놈들에게 제대로 조사해서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걸 밝혀내라고 해. 범인을 찾아내면 그 새끼의 이름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의심해서 죄송하다고 내게 사과하는 거야. 그때까지는 이 가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어!"(p.105)

끔찍한 살해 수법으로 난도질당한 시신, 곧바로 특별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용의자를 물색한다. 강도 및 상해 혐의로 소년원에 갔다 온 마세 도마와 와타나베 게이타로는 검문을 받다가 경찰의 권총 한 자루를 빼앗아 야기라 식당으로 들어간다. 쓰카사와 어린이 손님 네 명을 인질로, 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연쇄 살인의 의혹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한다.

"환경이 안 좋았을 뿐이지. 나도 가정환경이 그랬으면 똑바로 자라기가 어려웠을걸. 그리고 녀석은 고작 열다섯 살이야. 자업자득이라느니, 자기책임이라니...... 그런 말을 던져도 될 나이가 아니야."(p.341)

"세상 사람들은 죽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주죠. 살아 있는 동안은 '자기책임'이라고 차갑게 대하면서요. 죽고 나서야 '불쌍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건 싫어요. 동정받아 봤자 죽으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저는 살아있는 동안에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어요."(p.460-461)

하천부지에서 어린아이 시체 두 구를 추가로 찾아낸다. 도로코베는 죽음과 실종에 무감각한 곳으로, 언제 누가 사라져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행정은 마비되고, 공권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빈틈으로 지난 20여 년간 살인을 저질러 왔다. 공공기관의 조직적인 은폐와 비위, 정치권과 지역 유흥업의 유착, 뿌리부터 썩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악랄하고 교활하고 음흉한 농성이다.

가정환경과 성장환경의 중요성,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일에 관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어두운 그늘에 방치되어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이 있다. 그들의 서글픈 비명이 들리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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