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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평점 :
마야 유타카, 김은모 역, [신 게임], 내친구의서재, 2025.
Maya Yutaka, [KAMISAMA GAME], 2015.
그동안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며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섬뜩하고 잔혹해도, 다소 기괴하더라도 장르적 특성으로 여기고 오히려 그 발칙한 상상을 즐겨왔다. 그런데 내가 읽은 게 성인이 아닌 아동용이라면?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야 유타카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이단아, 문제작의 작가로 알려졌는데, 소설 [신 게임]은 원래 아동용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세계관과 전개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신(神)이 아직 생일이 아니라고 경고하기 위해 이렇게 불길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아 영 기분이 찜찜했다.(p.9)
고양이 학살 사건이란 내가 사는 가미후리(神降, 신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 시에서 연속해서 발생 중인 악질적인 사건이다.(p.13)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한 요시오는 네 살 이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빠는 형사이고, 하마다 정에 사는 친구끼리 만든 '하마다 탐정단'의 일원이다. 같은 반 단짝 히데키, 짝사랑하는 미치루, 탐정단의 리더 다카시... 그리고 보름 전에 전학 온 스즈키 다로가 등장한다. 지역에서는 '고양이 학살 사건'이 일어나는데, 누군가 연속으로 길고양이를 무참히 죽이고 있었다. 요시오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미치루를 위해 범인을 잡고 싶어 한다.
"난 신이야."
"신이라고?"
"그래." 스즈키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역시 도시에서 유행하는 게임 같은 걸까? 하지만 무슨 게임일까. '신 게임'? 적어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본 적은 없었다.(p.34)
"그럼 넌 누가 만들었는데?"
"내가 만들었지. 이렇게 말하면 희한하게 들리겠지만 나한테는 전혀 이상하지 않아. 삼라만상,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창조물인 이상 나 자신도 내 창조물이야."(p.37)
"그럼 난 몇 살까지 살 수 있어?"
스즈키는 눈을 잠깐 감았다가 "넌 서른여섯 살까지 살 거야"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차단해두었던 미래의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이리라.(p.41)
학교 화장실을 청소하다가 전학생 스즈키를 만나는데, 그는 자신을 천상에서 내려온 신이라고 한다. 요시오는 도시에서 유행하는 게임인 줄 알고 여기에 장단을 맞춘다. 신의 존재에 관해서, 외계인에 관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서 물어보면 막힘없이 대답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알려주는데... 신은 모르는 게 없고, 결국 신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인간을 구하는 건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역할이야. 인간이 멋대로 내게 의지해 살아갈 힘을 얻는 건 자유지만. 종교란 자의식을 지닌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을 그냥 구경할 뿐이야.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 사회가 혼란스러워진 끝에 망하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어. 멸망해도 또 만들면 그만이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래왔어. 인간은 신을 무슨 자신들이 번영하도록 책임져야 하는 수호자인 양 여기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지적 생명체를 포함해 어떤 생물이나 물질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또 모르지만. 그니까 특별히 네 소원은 들어줄게. 너랑 이야기하면 여러모로 재미있거든."(p.92-93)
천벌을 내린다! 어린이 탐정단의 활약을 예상한 명랑소설은 신과 인간의 존재에 관한 철학적 담론으로 전개되고, 밀실 살인사건으로 발전해서 충격적인 결말을 맞는다.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성역 없는 소재는 파격적인 재미를 보장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잔혹동화는 반감을 불러온다. 신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고, 서른여섯 살에 비행기 사고로 죽는다는 요시오의 미래가 궁금하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기대된다. 아, 나를 괴롭게 하는 자에게도 천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