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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과 모리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요시타케 신스케, 권남희 역, [메멘과 모리], 김영사, 2024.
Yoshitake Shinsuke, [MEMEN TO MORI], 2023.
메멘과 모리는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누나와 동생이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본에서 그림책 서점대상을, 뉴욕타임스의 최우수 그림책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동네 작은 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에 50여 권의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인기를 체감했다. [메멘과 모리]는 첫 번째 장편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세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메멘과 모리와 작은 접시
메멘과 모리와 지저분한 눈사람
메멘과 모리와 시시한 영화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다면, 작가의 그림을 극찬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빠르게 한 번 읽었고, 그림의 설명을 듣고 나서 천천히 두 번을 보았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 얼굴의 방향과 시선, 살짝 번진 듯한 펜의 흐름은 대단한 표현력이다. 나는 글에 관심을 두었는데, 다른 누구는 그림에 초점을 맞춘다.
미안...
누나가 만든 접시를
깨뜨렸어......
어마나......
....음.
괜찮아.
또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접시인데......
괜찮아!
어떤 것이든 언젠가는
깨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거야.
'줄곧 거기에 놓여 있는' 것보다
'함께 뭔가를 한' 것이
더 중요하잖아?
그림을 빼고 보니 꼭 시를 읽는 기분이다. 어린 동생 모리를 향한 누나 메멘의 따뜻한 조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현실적이면서 미래적이고, 무엇을 정해놓기보다는 무한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메시지이다. 동생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에서 내가 갖추지 못한 성숙한 인격을 배우게 된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지저분한 눈사람이었다는 이야기, 시시한 영화를 함께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접시를 깨뜨린 철부지 모리의 모습을 포함해서 내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여전히 뭔가를 떨어뜨려 깨뜨리고 있고... 지저분한 눈사람으로 아직도 꿈을 좇고 있으며... 이렇게 살다 보면, 결국 시시한 인생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
눈사람일 때의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게 해 줄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잔뜩 생각해 두자.
요컨대 사람은 '생각이랑 달라!'하고
깜짝 놀라기 위해 사는 거야.
생각과 달라서
세상은 괴롭고, 힘들고,
즐겁고, 기뻐.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언젠가 하게 될 일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하고 달라서 깜짝 놀라는 일이 일어나는... 그래서 삶은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는 교훈이 있다. 동화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아이를 위하기도 하고, 어른을 위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시시한 영화는 없고, 시시한 인생도 없다! 귀여운 그림이 마음에 들고, 전혀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