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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이마무라 나쓰코, 홍은주 역,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문학동네, 2020.
Imamura Natsuko, [MURASAKI NO SKIRT NO ONNA], 2019.
제161회 아쿠타가와상
표지가 벗겨져서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만으로 운명처럼 읽었다. 작가는 누구이고,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것을 몰랐는데, 그만큼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게 끌렸나 보다.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보라색 짧은 치마나 속옷이 아니니 관능미는 아닐 것이고, 치마를 입은 미녀가 아니니 환상 연애는 더욱 아니다. 그냥 보라색 취향을 지닌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일상이 궁금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우리 동네에 '보라색 치마'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언제나 보라색 치마를 입고 다녀서 그렇게 불린다.(p.5)
보라색 치마가 내 언니와 닮았다면 보라색 치마가 동생인 나와도 닮았다는 말이 될까, 되지 않을까. 공통점이 없지도 않다. 저쪽이 '보라색 치마'라면 이쪽은 이른바 '노란색 카디건'이라 할 수 있으니까.(p.7)
요컨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나는 꽤 오래전부터, 보라색 치마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p.14)
아담한 체형에 푸석푸석한 검은 머리, 뺨에는 드문드문 기미가 있고... 보라색 치마는 일주일에 한 번 상점가 빵집에 들른다. 사람들 사이를 재빠르게 지나 공원에서 크림빵을 먹는다. 보라색 치마는 내 언니를 닮은 것 같고, 내 친구를 닮은 것 같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패널을 닮은 것 같고, 동네 마트의 캐셔를 닮은 것 같다.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 나는 노란색 카디건을 입은 여자이다.
노란색 카디건은 보라색 치마를 뒤따르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설명한다. 표면적으로 둘의 관계는 완벽한 타인이고, 관계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상징성을 떠올리려고 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동시에 등장한 것이라는 생각, 타인이 의식하는 나와 내가 의식하는 나라는 생각, 자아의 분열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토록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어 한 것은 뭔가 어긋난 것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판단했다. 어쨌든 마지막에는 보라색 치마가 앉았던 공원의 자리에 노란색 카디건이 앉아 있다.
"미안한데요오, 안 들렸는데 다시 한번 부탁해요오."
사실은 들렸다. 히노입니다, 마유코입니다, 라고 그녀는 확실히 말했다. 일명 보라색 치마라고 합니다, 라고. 노란색 카디건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p.31)
지금 '마유 씨'의 손톱은 새빨갛고 끝이 뾰족하다. 그 뾰족한 손톱으로 '마유 씨'는 공중전화 버튼을 누른다. 누르고는 끊고, 누르고는 끊고를 되풀이한다... 덕분에 나까지 소장 집 전화번호를 외워버렸다.(p.102)
보라색 치마는 호텔에서 청소 스태프로 일하게 된다. 육상부 출신답게 빠른 움직임으로 의외의 적응을 하고, 동료들과 친분을 쌓고, 공원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등 생활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파견업체 소장과 사귀면서 다시 어그러지는데... 외모가 바뀌고, 사내 규정을 위반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관계가 틀어져서 결국에는 호텔에서 도망쳐 나간다.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일상이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재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