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크리스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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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글, 스기타 히로미 그림, 양윤옥 역, [마더 크리스마스], 소미미디어, 2018.

Higashino Keigo, Sugita Hiromi, [SANTA NO OBASAN], 2001.

히가시노 게이고의 크리스마스 그림 동화이다. 우리가 아는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바로 그 히가시노 게이고가 맞다. 다작으로 유명하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에세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림 동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라서 한 달 전에 읽었더라면, 좀 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으로 읽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핀란드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산타협회 회의가 열린다. 회의실 풍경은, 회의에 참석한 열두 명의 산타클로스는 옷차림과 피부색은 제각각 다르지만, 하나같이 수염과 눈썹이 하얗다. 이날 안건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국 지부를 담당하고, 회장직에 있었던 산타의 은퇴로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둘은, 미국 지부를 담당할 새로운 산타를 뽑아야 한다. 회의는 각 나라 지부를 담당하는 산타클로스의 만장일치로 진행된다. 작가는 회의 과정을 통해서 현실을 풍자하고, 산타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먼저, 회장 선출은 부회장 산타가 이어서 회장이 되는 것으로 한다. 만장일치로 통과, 부회장이던 네덜란드 지부 산타가 회장이 된다. 다음으로, 미국 지부를 담당할 산타 후보를 추천하는데, 여기에서 살짝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어쨌든 회원 모두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독일 지부 산타, 피부색 때문에 후보 시절에 곤란을 겪었다는 아프리카 지부 산타, 이것을 위로하는 영국 지부 산타...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북유럽계인데, 실제 산타 모델인 성 니콜라스는 서아시아계라는 얘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고민하고... 회의는 우왕좌왕이다.

"이번에 후보자를 선정하면서 나는 지금까지의 제약을 모조리 없애기로 했습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아프리카 산타의 입회 승인 회의 때였어요. 그를 지켜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내 후임자가 될 미국 산타에는 흑인도 대상에 넣어야겠다고요.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지요. 인간적인 자질 외에는 어떤 조건도 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여기 이 여자 분이 미국 산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어요."(p.30)

은퇴를 앞둔 미국 지부 산타는 후임으로 제시카를 추천한다. 여성 산타클로스가 가능한가? 규칙을 점검하는 독일 지부 산타, 수염이 없음을 지적하는 프랑스 지부 산타... 산타는 꼭 남자이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네덜란드 지부 산타, 산타클로스는 부성(父性)의 상징이라는 일본 지부 산타... 여성 산타클로스를 두고 회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저도 부성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시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또한 산타는 부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성을 부여받은 것은 반드시 남성만은 아니겠지요. 또한 모성을 부여받은 것도 반드시 여성에 한정된 일은 아닐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저는 산타에 지원했습니다."

...

"겉모습 따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아프리카 산타가 중얼거렸다.(p.54)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되고... 제시카는 아들 토미 모르게 빨간 맞춤 스커트를 입고, 화장을 하면서 세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에 오른다. 큼직한 선물 보따리... 밤새 미국 전역을 돌아야 한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아닌 산타클로스 아줌마 이야기이다. 산타클로스가 되는 웃지 못할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는데, 각 나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대정신을 포함하고 있고... 아기자기한 삽화는 이야기하고 매우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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