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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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신스케, 손정임 역, [영리], 해냄, 2018.

Numata Shinsuke, [EIRI], 2017.

제157회 아쿠타가와상

분가쿠가이(문학계) 신인상

왜 제목을 영리(影裏), 부제(제목 설명)를 '그림자의 뒤편'이라고 했을까? 그림자 영(影), 속 리(裏)를 썼으니 '그림자의 안쪽', '그림자의 내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림자의 뒤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상상되지 않는다. 작가는 제목을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p.96)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발췌했다는데, 뭔가 아리송하다.

대략 90여 페이지 단편 소설이다. 예전에는 번역 출간할 때 나름대로 엄선 과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상을 받으면 무조건 판권부터 사 오는 듯하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고 해서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상을 받은 배경은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누군가 써야 할 글을 썼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서 동떨어진 느낌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무책임성으로 별다른 감동은 없다.

강이 완만히 굽어지면서 제방 전체가 양 기슭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그림자로 푸르게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마치 온종일 햇빛이 닿지 않는 정원 구석 같은 곳이었다. 풀꽃과 나무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적고, 가냘픈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여린 잎사귀의 테두리가 살짝 비친다. 어느 것이나 여러 해 동안 자외선을 피해 왔던 노력이 보상을 받은 듯 온몸에 선명한 초록빛 윤기를 휘감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p.8)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이와테현의 자연환경, 오이데강의 특별한 풍경... 자외선을 피해서 선명한 초록빛을 휘감은 여린 잎사귀, 그곳은 햇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의 이면이 아니라) 그림자의 내면 세계가 있다. 작가는 그림자의 내면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햇빛을 등지고 전쟁, 태풍, 지진, 쓰나미... 등이 몰아치는 곳이지만, 어두운 그림자의 내면에서 일본은 여전히 버티고 번성하고 있다는 것을...?

1장에서 곤노 슈이치는 회사 동료인 히아사 노리히로와 친하게 지낸다. 같이 술을 마시고, 지난 1년 내내 낚시를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히아사는 퇴사하고, 잠시 연락이 끊긴다. 허전함과 그리움이 있는데, 히아사는 상조회사로 이직해서 나타난다. 2장에서 곤노는 오랜만에 헤어진 동성 연인과 여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히아사의 부탁으로 상조회에 가입하고, 같이 낚시를 즐긴다. 3장에서 지진 재해가 일어나고, 히아사는 행방불명된다. 그리고 뜻밖의 채무가 있음을, 곤노는 히아사의 본가에 방문해서 그의 아버지로부터 모르던 얘기를 듣는다.

한마디로 동일본대지진을 전후로 게이와 사기꾼의 이야기이다. 문학성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중심에 두고, 앞뒤 모르는 모호한 전개는 매우 불친절하다. 껄끄러운 번역은 더 불편하고...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자를 인터뷰하고, 시작과 끝을 포함해서 뼈대를 만들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구성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성과 개연성을 점검하고... 재미까지 주는 대중소설이 훨씬 친절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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