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이즈미 기미코, 권영주 역, [변호 측 증인], 검은숲, 2011.

Koizumi Kimiko, [BENGO GAWA NO SHONIN], 2009.

고전의 재발견, 일본에서 오래전에 발표한 추리 문학의 의미를 찾아서 재출간한 책이다. 현대의 눈높이에서는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캐릭터 특징이 단조로운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소설 [변호 측 증인]은 (스포일러 주의!) 서술트릭의 개척(?)이라는 의미에서 읽어볼 만하다. 1963년에 처음 발표한 소설을 2009년에 되살렸고, 국내에는 2011년에 번역했으며...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서 읽게 되었다...;;

'피고를 사형에 처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왜 남편을 보지 않았을까? 물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이 어떤 태도로, 어떤 표정으로 그 말을 듣는지 나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었다.(p.14)

존속살해 혐의로 피고를 사형에 처한다는 판결... 여기에는 어떤 억울함이 있을까? 소설은 영화보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일관된 논조로 전개한다. 꼬인 매듭이 마지막 장에서 해결-정리하는 구성, 낭만적인 묘사는 고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네 행운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건 아닌데."

야시마 산업의 유명한 아들이 '클럽 레노'의 미미 로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했을 때, 에다는 이렇게 운을 떼고 말했다.

"시집가서 네가 고생할 건 누가 봐도 뻔해. 아니, 스트리퍼라서 그렇다는 게 아니야. 난 너만큼 좋은 아내가 될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는걸. 문제는 그 사람이야. 이 바닥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방탕한 사람이란 말이야. 일족의 골칫덩이라고 이야기되는 그 사람을 새사람이 되게 한 건 네 힘이란 말을 듣게 해야 해. 지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지면 안 돼. 넌 벌거벗고 춤추는 생활에서 발을 빼는 거야."(p.34)

나미코는 클럽 레노의 스트리퍼이다. 불행한 가정사로 이류 카바레에 흘러들어 미미 로이라는 이름으로 춤을 춘다. 어느 날 클럽에 놀러 온 야시마 스기히코는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야시마 산업의 외동아들, 방탕한 골칫덩이... 하지만 사랑은 진지했고, 집안의 허락 없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과 불편한 나날... 야시마 나미코는 남편의 생활을 바로잡고, 저택의 안주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말이네, 유기. 경찰이 반드시 진범을 잡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 내가 저번에 비서 애한테 빌려서 읽은 외국 탐정소설에선 죄도 없는 인간이 감옥에 들어가지 뭔가. 게다가 경찰에서 한번 잡고 나면 얼마 있다가 무죄가 밝혀져도 체면이 손상된다고 그냥 범인으로 꾸미더군. 그게 어느 나라 이야기였더라. 음, 그게 분명히......"(p.125-126)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날 밤에 야시마 류노스케 회장이 살해된다. CCTV와 과학수사가 일상화된 현대와는 다르게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추어 용의자를 검거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게 그렇게 기적적인 일인가?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자신의 오인 체포를 인정하면 안 되나? 자기가 잡은 용의자의 무고함이 판명되면 그걸 인정하면 안 되나? 다시 진범을 체포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가 자신의 오인 체포를 공표하기 위해 법정에 서면 세상이 뒤흔들리기라도 하나? 그런 일을 하는 경찰관이 존재하면...... 아니, 그런 경찰관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이야기는 현대에서는 처녀 수태나 루르드의 기적이나 마찬가지로 허황된 이야기인가?(p.233)

작가는 1960년대 당시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담으려고 했을까? 경찰의 오인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를 말하는 것은 공권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체면을 손상하는 일이기에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래서 변호 측 증인으로 증언대에 오르는 인물...

서술트릭은 작가와 독자의 두뇌 싸움으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있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경이롭다! 추레한 복장으로 별 볼 일 없는 외모를 지닌 변호사가 등장하는데, 괴짜 변호사의 활약을 첨가하면 어땠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