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삼부곡 1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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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룬, 진실희 역,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한스미디어, 2021.

Kun Lun, [獻給殺人魔的居家淸潔指南], 2018.

  처음으로 읽은 대만소설이다. 그래서 인명과 지명이 낯설었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매우 잔인한데, 그동안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며 단련한 정서인데도 소화하기에 버거웠다. 웹 소설? 인터넷 연재를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번역이 수려하다). 한마디로 '미소년 청소 살인마의 복수극'이라고 해야 하나... 잘생긴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암울하게 보냈다. 생사를 오가는 경험으로 결벽증과 복수심을 갖게 되었고, 연쇄 살인마를 찾아 제거하는 연쇄 살인마이다. 미드 <덱스터>가 떠오른다.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큰 실례입니다." 소년은 천보에게 그렇게 말하며 직접 제조한 얼룩 제거제를 배낭에서 꺼냈다. 가방 속에는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전부 청소도구였다.(p.19)

  스녠(十年)이라고 불리는 소년은 지나치게 깨끗하다. 보육원 출신으로 이름과 호적은 없고...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그는 살인마를 감별하는 특별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정보제공자의 도움으로 살인마를 해치우는데, 죽어가는 상대에게 청소에 관해서 조언한다. 택배 배달원으로 위장한 시체청소부가 와서 시신을 가져가면, 남은 현장을 말끔히 청소한다.

  'WE ARE JACK'은 살인마 집단 '잭'의 슬로건이다. 이들은 유명한 살인마 잭 더 리퍼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살인마 조직으로, 세계 각지에 조직원이 분포되어 있다. 그들이 납치, 감금, 학살 등 범죄를 일삼는 이유는 오직 잭 더 리퍼를 본받아 신선한 피로 악명 높은 살인마의 전설을 계승하기 위해서이다.(p.81)

  잭(Jack)은 세계적으로 조직원을 둔 살인마 집단이다. 다크 웹을 운영하는데, 그들이 벌이는 살인은 고스란히 녹화되어 인터넷에 올라온다. 살인마 잭 더 리퍼를 광적으로 숭배하여 가슴에 J자 흉터를 새기고 있다. 스녠은 이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사냥 같은 살인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매우 뚜렷한데, 단순히 죽이고 죽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사연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왜 살인마 집단을 증오하는지... 누구의 복수인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때로는 몽환적으로, 때로는 역동적으로 전개한다.

  배를 가르고 피의 의식을 치르는 살인마는 항상 사냥꾼의 역할만 하다가 자신이 사냥감이 되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당황해한다. 피의 굶주린 욕구를 채우던 기세는 사라지고, 청소에 관한 타박을 들으며 죽임을 맞이한다. 길거리 납치범, 영화관 영사 기사, 초등학교 선생님, 공장 기술자... 여기저기에 살인마는 본색을 감추고 있다.

  이 책은 웹 소설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준다. 간결한 문장, 명료한 전개, 화마다 호기심의 자극, 캐릭터의 매력, 사건의 충격, 현실의 반영, 블랙코미디의 요소... 등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로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폭력 일기]와 [판매상에게 잊힌 시체 보관 기록 노트]가 있다고 하는데,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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