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로버트 코마이어, 조영학 역, [텐더니스], 황금가지, 2008.

Robert Cormier, [TENDERNESS], 1997.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면 큰 거부감이 있다. 나의 아동-청소년기가 그렇게 유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로버트 코마이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고, 청소년 문학가로 소설 [초콜릿 전쟁](비룡소, 2004.)이 유명하다고 한다. 소설 [텐더니스]는 부드러움을 소재로 가출 소녀와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서 적잖이 놀랐다. 그동안 읽은 청소년 성장 소설은 매우 건전했는데, 수영이나 달리기... 등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부드러움을 향한 집착과 갈망을 이야기한다.

  나는 다시 그 갈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것은 아마 내게 부드럽게 대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싱클레어 선생님은 언젠가 교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 가지 단어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유일한 단어는 부드러움(tenderness)이었다.(p.22-23)

  로라(로렐라이 크랜스턴)는 집착이 강한 15세 소녀이다. 아빠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엄마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매번 남자가 바뀐다. 제대로 되지 못한 환경은 가정폭력에 노출되고, 떠도는 생활로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다크 뮤직을 하는 가수에게 집착하고, 언젠가 우연히 만나 친절을 베푼 에릭을 사랑한다. 자기의 집착을 이루기 위해 집에서 나오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집착이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다.

  에릭은 고양이들부터 시작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새끼 고양이였다. 그는 고양이들을 끌어안고 쓰다듬고 털 밑의 가냘픈 뼈의 감촉을 느껴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약하디약한 뼈들. 너무 세게 안거나 쓰다듬으면 그대로 분질러질 것 같은 놈들이었다. 처음에는 고양이들을 안고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 너무 예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쓰다듬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에릭은 두 팔로 고양이들을 끌어안고 두 손으로 얼굴을 잡은 다음, 그들의 몸이 부드럽게 꺾여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런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너무나 부드러운 느낌.(p.41)

  에릭 풀레는 몸에 학대의 흔적을 남기고 친모와 계부를 살해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부드러움을 갈망하며 세 명의 소녀를 더 죽였다.) 성인이 아니라 정상참작으로 소년원에 수감된다. 곧 있으면 18세이고, 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데... 자유롭게 될 때까지 욕구를 감추어야 한다.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된다.

  제이크 프록터는 오리건에서만 26년을 경찰로 근무했고 그 후로는 이곳 뉴잉글랜드에서 20년을 일했다. 그는 온갖 역경과 훈장과 진급을 통해 끝내 경위의 직위를 얻어 냈다. 자신의 본능과 개 같은 부지런함이 가져다준 성공이었지만 그래도 제이크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오리건에서의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자신의 모든 성공들을 무위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p.67)

  제이크 프록터 경위는 46년의 경찰 근무를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이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의 눈에 연쇄살인이 포착된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소년원에 있는 에릭에게 몰입한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그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살면서 지나친 집착을 한 적은 거의 없다. 대상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오히려 싫증을 잘 내는 편이다. 그래서 이 모양으로 사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로라, 에릭, 제이크 세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간다. 수기식으로 기록해서 각 인물의 심리 묘사는 뛰어난데, 특히 집착과 갈망, 욕구와 몰입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로라는 친절함에 집착하여 에릭을 찾아 나서고, 에릭은 부드러움을 갈망하며 대상을 찾는다. 제이크는 에릭에게 몰입해서 새로운 범죄를 막아서는데, 얽힌 세 사람의 관계는 광적이다. 아름다운 로라, 친절한 에릭, 투철한 제이크... 이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굶주려 있다.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이 안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