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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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야경], 문학동네, 2015.

Yonezawa Honobu, [MANGA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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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원서의 제목은 [만원](滿願)인데, 국내 번역은 [야경](夜警)으로 출간했다. 책에 수록한 여섯 번째와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다. 만원이란? 정한 기한이 차서 신이나 부처에게 기원하는 일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야경은? 밤의 경치가 아니라 밤의 경계이다. 가장 궁금하게 여기던 미스터리 소설이다. 일본에서 이런저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서 기대감이 있었고,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보아서 더 읽고 싶었다. 문화의 차이? 미묘한 정서의 간극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었을까? 책을 다 읽어도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야경(夜警)

  사인숙(死人宿)

  석류

  만등(萬燈)

  문지기

  만원(滿願)

  제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하고 동시에 읽었다. [화차]가 장편으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6개의 단편 모음으로 다양한 재미를 준다. 개인적인 취향은 짧은 호흡의 단편보다 긴 숨결의 장편을 좋아한다.

  그 녀석은 애초에 경찰에 맞지 않는 남자였어.(p.12)

  "그날은...... 아침부터 이상한 일이 연이었습니다."(p.51)

  미도리1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신입 경찰관이 한밤중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다. 경찰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지고, 언론은 용감한 순경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흉악범을 무찌른 것으로 기사화된다. 파출소장 야나오카는 유가족을 만나러 가는데, 경찰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그날 밤의 비밀은 따로 있다.

  "여기에서 강변으로 내려가면 화산가스가 잘 쌓이는 움푹한 땅이 있어. 거기서 해마다 한두 명은 죽어."

  나는 숨을 삼켰다.

  "어째서 그런 위험한 곳에."

  "그래서 좋은 거야. 소문난 온천이라고 했잖아."(p.86-87)

  어느 날 사라진 사와코는 도치기 야미조 산 첩첩산중에 있는 온천 여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2년 만의 재회... 그곳은 매년 한두 명씩 찾아와 자살하는 여관, 사인숙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녀와 새 출발 하기를 원하는데... 유서를 발견한다. 그날 자살을 막기 위해 유서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

  독서는 좋다. 뭐니뭐니 해도 영화나 음악보다 저렴하다. 아무래도 반에서는 "유코는 예쁘니까 집도 부자일 거야"라는, 아무 맥락도 없는 추측이 나도는 듯했다. 어처구니없는 착각이다. 도서관 책을 빌리는 것도, 독서가라서 그렇다기보다 돈이 없다는 이유가 더 크다. 하지만 책상 위의 이 책은 내 책이다. 벌써 몇 번이나 읽어서 단면이 앍았다.(p.153)

  "그 후로 귀자모신은 육아와 출산의 신이 되었고, 석류를 든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어. 석류는 씨가 많아서 다산을 의미한단다."

  "씨가 많아?"(p.156)

  미인인 사오리는 대학교 논문 수업에서 만난 사하라 나루미와 결혼한다. 유코와 쓰키코 두 딸을 낳고, 매력적이기는 하나 생활력 없는 남편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친다.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는데, 문제는 자녀의 양육권을 두고 재판을 해야 한다. 부모의 이혼과 친권 재판은 두 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석류 신화는...

  하지만 지금, 나는 심판을 받고 있다. 생각도 못 한 존재에게.(p.188)

  만등 앞에서, 나는 지금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p.297)

  이게타 상사에서 근무한 지 십오 년, 주로 해외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그리고 일본을 오가며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외국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즈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즈난 정에 가쓰라다니 고개는 생명선 같은 길이다.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그 길에서 최근 기묘한 사건이 다발했다고 한다.

  전부 사망 하고. 운전자들은 고갯길에서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져 죽었다. 파일에 담긴 사고는 지난 사 년 사이에 네 건. 사망자는 다섯 명......(p.313-314)

  괴담을 모아서 글을 쓰는 라이터, 선배에게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가쓰라다니 고개를 찾아간다. 낡아빠진 중고차로 오랜 시간 운전하다가 드디어 목적지 근처 휴게소에 잠시 들린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그곳에서 있었던 네 건의 교통사고에 관해서 묻는다. 오랜 세월 휴게소를 지켜온 할머니는 사고 당시의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작은 달마에는 한쪽에만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카와 다에코가 나와 함께 산 달마일지도 모른다. 내가 산 달마는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만원성취(滿願成就)의 의미로 두 눈을 그려서 절에 바쳤다(각주, 일본에는 두 눈이 없는 달마 조각상을 사서 소원을 빌 때 한쪽 눈을 그려 넣고 소원이 성취되면 나머지 눈을 그려 넣어 사찰에 바치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우카와 다에코의 달마가 어찌되었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p.399-400)

  하숙집에 불이 나서 다다미 가게를 운영하는 다에코 씨의 집 2층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법률을 공부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에코 씨의 이런저런 도움은 큰 힘이 되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하숙집을 나오고, 법률회사에 취업하고... 그러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다에코 씨의 소식을 듣는다. 삼 년에 걸친 재판은 항소를 포기하고 징역 8년이라는 일심 판결로 형이 확정된다. 다에코 씨는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야경'은 파출소를 배경으로 하는 경찰소설이고, '사인숙'은 하룻밤 새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석류'는 신화를 바탕으로 엘렉트라 콤플렉스(?)이고, '만등'은 기업소설과 추리 문학의 결합이다. '문지기'는 잔혹한 호러를 연상하게 하고, '만원'은 소원성취에 관한 드라마이다. 각각의 단편은 개성을 뽐내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제목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의미가 불분명하다기보다는 일본의 신화나 문화를 잘 모르기에 생기는 의문이리라. 책의 후반에 짧은 해설을 덧붙이면 어땠을까...

  만등, 문지기, 야경이 재미있었고... 석류, 사인숙, 만원은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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