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게임
야나기 코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야나기 코기, 한성례 역, [조커 게임], 씨엘북스, 2014.

Yanagi Koji, [JOKER GAME], 2008.

제30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블로그 이름을 바꿔야 하나? 올린 글이 원본인데도 자꾸 유사 문서에 포함된다. 소설 [조커 게임]은 도서 리뷰인데, 어쩌면 불법 도박하고 관련한 오해를 일으켜 검색 반영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정성스럽게 쓰는 글인데, 늘 아쉬움이 있다. 최근에 중고서점 이용에 재미를 붙였고, 책을 좀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쉬운... 그래서 선택한 첩보 미스터리이다. 신선한 소재가 마음에 든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5개의 단편 모음이다.

  조커 게임

  유령

  로빈슨

  마의 도시

  더블 크로스

  하나의 세계관이란, 1930년대 후반 일본 육군은 비밀리에 스파이 양성학교를 설립한다. 일명 D기관, 유키 중령을 중심으로 여기에 소속된 요원의 이야기이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 몰랐는데, 현대가 아닌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별의별 생각이 들었고, 절대 공감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행히 우리와는 연관이 없고, 당시 시대를 풍자하고 있어서 나름 흥미로웠다. 첩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끝은 추리식 결말로 누가? 왜? 어떻게? 를 설명하는 오락성 작품이다.

  '스파이처럼 잔꾀나 부리는 짓은 예부터 내려온 우리 일본 무사도에 반하는 행위'라고 공공연히 토로하며 스파이 양성을 탐탁지 않아 하는 고위 간부들도 적지 않았다.(p.16)

  '군인이 아니면 사람도 아니다.'(p.17)

  "지방인(地方人)을 암만 훈련시켜봐야 반쪽짜리 군인 밖에 될 수 없다. 그런 녀석들에게 절대로 군사 기밀을 맡길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방인'이란 군대용어로 군인 이외의 민간인을 말한다. 재학시절부터 군인정신을 철저히 교육받은 육군사관학교 졸업생이라면 몰라도 일반대학을 나온 학생을 신뢰하라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p.17)

  마왕으로 불리는 유키 중령은 전설의 스파이였다. 적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붙잡혀 모진 고문으로 신체의 일부를 잃는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빈틈을 노려 탈출에 성공, 획득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더는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스파이 양성학교에서 후학을 기르는 일을 하게 된다. 군인이 아닌 스파이를 만드는 과정은 선발부터 훈련 내용 모든 것이 다르다. 태평양전쟁(1941-1945년) 바로 직전의 일본 육군은 일왕주의와 군국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사무라이 정신의 오만함은 극에 달했고...

  "잊지 말게. 여기는 스파이 양성학교다. 이 녀석들은 여기를 나가면 세계 각지로 흩어져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야만 하지. 외교관 꽁무니나 따라다니며 이삼 년 보내다가 귀국하는 속 편한 무관 따위와 차원이 달라. 십 년, 이십 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낯선 타국 땅에서 지내야 한다. 침투한 지역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 그 나라의 정보를 모으고 본국으로 보내는 일을 오로지 홀로 해 나가는 거야. 누구에게도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되고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의논할 곳이 없어. 임무에 실패해 적에게 발각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그 존재가 드러나서는 안 된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그 고독한 생활이 자네는 상상이 가나?"(p.32-33)

  "우리 대영제국에 이런 속담이 있네. '스파이는 더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신사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p.76)

  스파이는 군인과 철저히 구분된다. 죽으면 안 되고, 누군가를 죽여서도 안 된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일본 육군은 스파이를 잔꾀나 부리는 것으로 배척하지만, 영국은 스파이를 신사로 취급한다. D기관에서 훈련한 요원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조커 게임'은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 기술자 존 고든의 스파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유령'은 요코하마에 있는 영국인 총영사 어니스트 그레이엄이 폭발물 테러의 용의자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로빈슨'은 런던에서 활동 중인 요원의 신분이 노출되어 영국 정보부에 의해 납치, 감금된다. '마의 도시'는 상하이 조계 지역에서 발생한 일본인 헌병 살인 사건과 폭탄 테러를 조사해야 한다. 더블 크로스는 도쿄에서 독일과 소련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던 독일인 카를 슈나이더의 죽음을 밝혀야 한다. 각각의 단편은 나름의 반전과 속 시원한 결말이 있다.

  "미스터 가모, 당신이니 하는 얘기지만 지금 일본은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요. 특히 최근 중국 대륙에서 자행한 일본군의 행각은 해도 너무해요. 이대로라면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립될 거예요. 일본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이라도 해 볼 생각인가요? 우리 집에까지 스파이를 보내다니 파렴치한......"(p.77)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무슨 수를 써서든 탈출하라. 그리고 캐낸 정보를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와라. 이게 바로 제군들의 사명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정신력이나 일본 남아의 고유한 정신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들이 아니다."(p.142)

  조사 결과 런던 주재의 한 외교관이 암호도 쓰지 않고 일본어로 국제전화를 한 것이 문제였음이 밝혀졌다.

  육군은 조속히 외무성에 다음과 같은 엄중한 요구를 했다.

  '군의 기밀사항에 관해서는 최소한 암호를 사용할 것. 국제전화는 도청당하고 있으므로 통화 시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

  그러나 외무성은 '신이 수호하는 우리 일본어는 아주 특수하기 때문에 영국과 미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신사의 나라 영국이 외교관의 전화를 도청한다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해당 기밀이 누설된 것은 우리 탓이 아니라'라며 딱 잘라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p.185)

  스파이 활동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오늘날하고는 차이가 있지만, 따라서 활동하는 내용도 차이가 있다. 당시에도 스파이의 기본 능력은 아주 출중했다.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정보를 빼내는 기술... 소설은 스파이의 허황한 활약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나 사건을 참고해서... 작가적 상상력은 논리를 기반으로 짜임새 있는 한편의 미스터리를 완성한다. 그리고 당시 일본의 만행과 무모한 희생을 지적하고, 황당한 논리를 풍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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