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성을 향한 탐구의 여정
최성환 지음 / 좋은땅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성환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익명'과 '상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1장 <생각의 숲>부터 14장 <다시 생각의 숲으로>까지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익명, 상식, 신념, 이념, 그리고 개인과 사회로 키워드를 확장하면서 저자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왔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거대 익명의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언론과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매개체를 통해 오랜 기간 자리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 온 '상식'에 대해 저자는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가 믿는 상식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이 생각들은 항상 옳은 것일까? 


저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며 설명한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는 회사원들. 어떻게 보면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임금을 많이 받는 정규직들과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비정규직들. 이들을 보면 평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는 국가임에 분명함에도, 그리고 우리 상식으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삶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상대방의 불운에 의한 안식으로 유지되는 사회만큼 비참한 곳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서열의 계층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자신보다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안식을 느끼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면 갈수록 살기가 빡빡해지고, 밝은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출산율 0.7명.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에 보았다. 아파트 가격은 치솟고, 물가는 오르고,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감소하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출산율이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문제임을 알지만 바꾸기가 힘들다. 잘못된 현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관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을까? 투표를 잘해야 한다. 전 국민 투표율이 90퍼센트를 넘긴다고 생각하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물론, 선거기간에만 포퓰리즘식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니 일단 저질러보고 생각하자. 국민의힘이랑 민주당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다수가 믿는 '상식'을 한번 깨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생각들을 한 번씩 다 의심해 보게 되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강조한 것처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모든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고, 기록해두고 싶은 구절도 많았지만 아래의 분량 정도로만 남겨 놓는 것이 좋겠다. 자세한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주제인 만큼, 독서모임에서도 같이 읽어고 생각을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p.21-22

'생각을 제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자. 이 질문의 답은 이 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그 무엇에 대항할 수 있다면, 생각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생각의 숲에서 길을 나타내는 표지는 우리가 피부를 직접 맞대고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런 현실 속의 환경이 제공하는 수많은 요인은 생각의 숲의 지형을 마음대로 휘저어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p.35

사회의 목소리는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밝혀지지 않은 이름들로부터 터져 나온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익명'이라는 용어로 함축하고자 한다. 사회의 거대한 익명은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암시를 보내는데, 암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의미 전달의 방법이다. 암시는 모든 개인의 행동, 언어, 심지어 표정, 분위기 모든 것에 녹아 들어가 있으며, 사람을 연결시키는 모든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p.36-37

실제로 우리는 가치편향적인 언론과 교육이 국민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배웠으며, 외형상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익명의 암시는 언론과 교육의 효과에 선행하는 더욱 근원적인 것이다. 만약 익명의 암시가 없는 언론과 교육이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 공동체에서 익명의 암시는 교육이나 각종 미디어가 없더라도 작동한다는 의미다. 다른 측면에서 언론과 교육은 우리에게 각종 가치를 주입하는 암시의 최종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p.44

이런 자본의 암시로 만들어진 생각들은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기에, 이를 인지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익숙함이란 특별하게 인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익숙함은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어색한 감정을 거울로 삼아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익숙하여 쉽게 인지되지 않는 생각들은 사회 구조, 법령, 자본의 분배 지형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상생활 속의 사람들의 숨결 속에도 숨어 있다. 


p.84

우리는 모두에게 익명인 상태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여전히 익명인 채로 남아 있다. 우리는 관계를 맺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고 고유한 이름으로 불린다. 익명의 관계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들은 서로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아주 조금씩 나눠 갖는 것과 같다.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야말로 관계의 본질이며, 그 관계의 마지막 핵심에는 서로에게 모든 것이라 선언하는 사랑이 있다. 


p.97

익명의 그림자가 암시하는 공포는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그 가치가 무엇을 가리키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본을 지향하는 사회는 자본이 공포를 만들어 내며, 관계를 지향하는 사회는 관계가 공포를 만들어 낸다. 공포는 그 가치의 방향에 따라 함께 움직일 뿐이다. 


p.125

우리 시대의 안식은 쉽게 변질될 수 있기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제든지 특정 대상의 파멸을 통해 안도하는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안식의 감정으로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상대방의 불운에 의한 안식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사회만큼 비참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회의 개인들이야말로 완전하게 고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불행을 근거로 안식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기제는 자본의 서열로 계층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며, 이렇게 삐뚤어진 안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p.151

정치는 사회의 무의식적 영역인 익명의 외침과 암시를 의식화하는 중심에 있으며, 이를 현실화시킨다. 그렇기에 익명의 그림자로 야기되는 문제가 현실에 터져 나오면 결국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념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행위를 위반하는 탐욕적인 행태들은 법으로 금지된다. 특히 경쟁은 자본주의 시장의 핵심 가치로, 경쟁을 무력화하는 자본의 탐욕적인 행태야말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것이다. 


p.161

익명의 암시로 견고화된 상식들 중에는 기존의 상식과 충돌하여 전복되고 폐기되는 상식도 있는 반면, 기존의 상식과 공존하는 상식 역시 수두룩하다. 물론 상식이 폐기되는 과정이란 순탄치만은 않은데, 상식의 폐기는 현실의 거대한 기둥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상식은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수반한다. 상식이란 누군가의 입에서 말해지는 한마디, 누군가가 종이에 쓴 한 문장을 넘어서는 실체적인 힘을 갖는 것이다. 


p.191

상식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강한 당위성을 갖고, 익명의 의식적인 연장이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의 본질적인 성격이다. 한 인간의 눈에 비친 세상, 한 인간이 말하는 세상은 바로 그 인간의 상식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것이다. 상식은 사람의 사고와 행동체계에 있어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사회화된 사람들 중에 상식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회화란 바로 그 사회의 상식을 습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p.206

자본주의 시장은 자유롭게 있는 자에게 책임을 반드시 묻는 법이다. 자본주의는 그 사람이 생활을 이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여, 자유를 추구하는 상태를 일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결국 그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시간을 빼앗기고, 좀 더 빠른 신체적 노쇠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실에서 우리가 평등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자유롭지 않고, 부분적으로는 자유롭다. 


p.208

우리가 자본으로부터 그나마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생활을 이어 나가는 데 적당한 재산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갖는다면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노동을 줄임으로써 새롭게 확보한 시간을 통해 성찰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질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정신적 목마름을 느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적당함이란 어느 수준인가 하는 것이다. 

p.213

우리가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상식을 과감히 거둬 내고, 현상을 새롭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과 상식의 대조를 통해 그 상식으로부터 연역되는 사실들이 그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차라리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마치 인류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p.223

상식의 믿음이 쌓이면 자연스레 신념으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신념과 확신 없이 이뤄지는 일은 없다. 사실 신념 그 자체는 특별히 어렵게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신념은 확고부동한 믿음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며, 이런 믿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적인 것이다. 


p.294

생각의 숲에서 나무속을 헤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당신에게 필요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이념과 상식을 떠올리고 천천히 의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눈을 사회와 개인의 현실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현실의 모습이 과연 무엇인지 집중해 보자. 상식에서 이념으로 이어지는 것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익명 속에 스며들고, 익명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암시를 보낸다. 


p.311

우리가 당면한 사명은 현실을 바로 보는 것, 바로 그것이어야만 한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사회의 이념과 자신의 신념에 대한 고찰이 시작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련의 무게를 감내하기 벅찬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많은 이가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조금은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등 독일어 1등 외국어 시리즈
Mr. Sun 어학연구소.윤성민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r. Sun 어학연구소 <1등 독일어>




<1등 독일어>는 독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단 한 권으로 충분히 독학할 수 있도록 기획된 교재이다. 기본 독일어 문법부터 실용 회화까지 언어의 모든 필수 분야를 망라한 이 책의 제작 기간은 무려 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보통 교재들은 어려운 단어, 문장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군더더기들은 모두 배제하고 알짜배기 핵심들만 모아놓았다고 하니 큰 기대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동영상과 리스닝 파일, 독일어 단어 1000개 PDF 파일을 함께 제공한다고 한다. 해커스 토익 교재는 부수적인 자료들은 돈 주고 다운 받아야하는데...이 가격에 이 정도면 가성비 있고 좋은 것 같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생각보다 많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를 사용할 수 있다니...나중에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 배운 독일어를 한번 써봐야지! 




독일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해, 영어와 독일어의 차이, 그리고 동사, 명사 등 본격적인 독일어 문법에 대해 알려준다.  


intro. 독일어에 대하여_12p

1장. 영어는 Be동사, 독일어는 Sein 동사_46p

2장. 명사의 성, 수, 격을 따른다! 관사_74p

3장. 6가지 모양의 일반 동사_114p

4장. 대명사&소유형용사_150p

5장. 동사를 도와주는 조동사_190p

6장. 의문사 활용하기_214p

7장. 명사를 변신시키는 전치사_244p





영어와 독일어의 발음과 알파벳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다. 발음의 경우, 한국식으로 알파벳을 그대로 읽으면 독일어 발음과 가까워서 그리 어렵지 않다. 영어로 die는 '다이'로 발음하지만, 독일어 die는 '디'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그리고 독일어에만 움라우트라는 변모음을 만드는 특수기호가 있는데 단어와 같이 공부하면 쉽게 적응할 것 같다.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모든 단어가 여성, 남성, 중성으로 구분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어로 한국 사람은 'Korean' 한 단어이지만, 독일어로는 한국 남자 'koreaner', 한국 여자 'Koreanerin'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남자 웨이터/여자 웨이터, 남자 대학생/여자 대학생, 남자 축구선수/여자 축구선수도 모두 단어가 다른데 규칙이 있다. 보통 남자 단어에는 er를 뒤에 붙이고, 여자 단어에는 erin으로 붙이면 되는 것 같다. 예외적인 상황도 있을 거 같으니 좀 더 공부하면서 배우는 걸로.  



<1등 독일어>라는 책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독일어 입문자들에게 아주 딱 맞는 책이다. 독일어에 대한 설명부터 영어와의 차이를 설명해 주는 부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필수 단어와 문장들 모두 좋았다. <먼 나라 이웃 나라>가 생각날 정도의 재밌는 만화 이야기도 이 책의 볼거리 중 하나다. 독자의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독일어 실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세현 <정세현의 통찰>












이 책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학 정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중국, 북한, 미국, 일본에 대해 저자는 솔직하고 매우 직절적으로 현 상황 및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사방으로 둘러싸인 여러 나라 속에서 어떤 국가와 친해져야 할까? 저자는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현재 상황 속에서 친미에만 집중하지 말고 변방 국가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향후 국제 정세가 재편되었을 때 중심이 되는 강대국과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 다수가 중국을 싫어하는 반중 정서가 매우 강한데,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 수 있으니 무조건적인 부정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단편적으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 반성하게 되었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군대, 하나의 국가 수장이 존재하는 남북이 통일된 통일한국이 아닌, 각각의 체제를 존중하고 경제적으로 협력관계를 돈독히 해나아가는 '남북연합'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었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해봐도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통일을 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엄청나다면 굳이 통일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나도 저자처럼 경제적 협력관계만 유지하는 남북연합의 형태가 우리나라 국민에게 와닿고, 서로 출혈이 적인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뉴스로 지나가는 국제 정치 이슈들을 이 책을 통해 한 번에 요약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연륜이 깊고, 연세가 꽤 있으신 저자분이시지만 생각은 깨어있는 분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현 정권에도 도움 되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셔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p.18

국제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시작해 보자. 나는 국제정치라는 게 조폭의 세계와 같다고 생각한다. 조폭들은 보통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믿는다. 폭력을 사용할 때 핑계나 명분은 나중에 만들고 먼저 행동부터 한다. 또한 자기 조직의 '영역'을 침범하는 뜨내기 깡패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 뜨내기 깡패들에게 배후가 있을 경우에는 더 극렬하게 저항을 하거나 반격한다. 명분도 구실도 필요 없고 무조건 치고 들어가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 것이다. 


p.24

미국은 중국 견제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고 북핵 문제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따라서 가진 힘 가운데 60-70퍼센트는 동아시아에 쓰고 있는 셈이고 남은 힘이 30-40퍼센트밖에 안 된다. 러시아의 힘은 물론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리적으로 러시아에 가깝고, 미국은 멀리 있으니 좀 밀어붙여도 간섭하는 데 한계가 있을 테고, 우크라이나 전체는 아니더라도 흑해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돈바스 지역쯤은 잘하면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p.84

일본은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인 대동아공영권-팍스 자포니카를 세워서 아시아의 주인 행사를 하고 싶었던 그 꿈을 아직 품고  있다고 나는 본다. 중국은 중국대로 팍스 시니카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팍스 자포니카를 성사시키려는 꿈과 팍스 시니카 부활의 꿈은 서로 충돌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처음부터 좋을 수가 없다. 그나마 우리가 중국하고 그런대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던 것은 우리에게는 적어도 팍스 코리아나의 꿈이 없기 때문이다. 


p.112

한 국가의 외교정책의 목표는 첫째가 안보다. 둘째가 번영, 셋째가 권위다. 첫째 목표인 안보의 방법론에서 1번은 자주국방이다. 혼자서  감당 못할 때 동맹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안보는 먼저 자기 힘으로 확보를 해야지 처음부터 남의 힘으로 보장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자칫 속국이 될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않나.

p.194

결국 이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지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미국과 한목소리만 내서는 남북 간의 평화적 관계를 만들 수 없다. 때로는 미국과 불편해지더라도 일단 남북 관계부터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p.286

우리에게 제일 좋은 것은 미국이 북핵 문제 협상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설득해 협상을 시작하게 하고, 그 협상의 결과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거다. 이것이 가장 바랍직하다. 핵이 없는 남한이 핵을 가진 북한과 협상을 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핵을 쓸 것처럼 위협하면서 우리의 양보를 요구할 테니까. 우리는 어떻게든지 미국을 설득해서 북핵 협상을 빨리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무라카미 하루키만큼 한국에서 많이 읽힌 일본 작가를 꼽자면 단연 다사이 오사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인 <인간실격>은 1948년 잡지 <텐보>에 3부작으로 연재되었다가 단편집 <굿바이>와 함께 출간되었다. 연재가 완결된 지 한 달 후 다자이 오사무는 다마강 상류에 몸을 던져 자살하면서 삶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의 인생은 인간 실격이었을까. 그 반대였을까.


이 소설에는 '나'라고 호칭하는 인물이 쓴 서문과 후기, 그리고 '요조'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 편의 수기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유복했지만 불행했던 집안 환경, 실패하고 방황하는 청년 시절, 결혼과 약물 중독 사건 등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요조는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하게 되는데, 실제로 강에 투신자살한 다자이 오사무 본인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그와 많이 닮아 있어 보였다. 

154페이지의 짧은 책이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짧고 임팩트있게 충격을 주는 문장들이 굉장히 많아서 읽으면서 내 머릿 속이 많이 복잡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영주들이 재산을 몰수당하고 경제공황이 찾아와 대혼란이 빚어진 시기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저자 자신이 살아온 불안전한 인생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함이었을까. 여러 번 곱씹으면서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p.14

그러니까 결국 내겐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아직도 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서로 엇갈린 것 같다는 불안,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신음했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행운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만 언제나 사는 것이 지옥 같았고, 오히려 날 보고 행운아라고 말한 그 사람들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p.53

비합법. 내겐 그것이 은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통용되는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난 두려웠고(거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를 예감하게 됩니다) 그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서, 창문도 없는,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그 방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서, 밖은 비합법의 바다라 할지라도 그곳으로 날아들어 헤엄치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게 내겐 훨씬 마음 편할 것 같았습니다. 

p.143

지옥.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최후의 수단. 이게 실패하면 다음엔 목을 매다는 수밖에 없다고 신의 이름을 걸고 결심하고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 안에다 나의 실상을 전부(여자에 관한 일은 차마 쓸 수 없었지만) 고백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습니다. 좀 기다려보라든지, 그냥 그렇게 살라든지,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와 불안 때문에 난 오히려 주사량을 늘려야 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자벨라 바그너 <지그문트 바우만>















지그문트 바우만의 첫 평전, <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이 출간되었다. 바우만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전반을 다룬 이 책을 저술한 이자벨라 바그너는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로, 폴란드 포즈난 음악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첼로 연구 거장들의 사회적 생산을 연구하여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폴란드 콜레지움 시비타스대학교 사회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바우만 연구소의 연구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누구인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나라에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의 인기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는,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이다. 1925년 11월 19일 폴란드 포즈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폴란드에서 반유대주의를 경험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나치를 피해 폴란드 탈출에 성공하여 소련에 도착하여 도피생활을 시작한다. 군인으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였고 공산주의 정당의 첩보 요원으로 인했다. 


1954년에 조국인 폴란드의 바르샤바대학교의 교수가 되었고,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1968년 폴란드 공산당이 주도한 반유대 캠페인 때문에 교수직을 잃고 국적을 박탈당하여 조국을 떠나게 되고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이후 1971년에는 영국의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영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1990년 정년퇴직 후 리즈대학교와 바르샤바대학교 명예교수로 남아 다양한 저술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지그문트 바우만이 어떻게 세계적인 사회학자, 철학자가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반유대주의를 포함한 인종차별, 나치의 만행, 전쟁에서의 참혹한 실상 등 거의 죽을 뻔한 위기를 인생에서 수차례의 경험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포함한 유명한 저서들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잘 살고, 돈이 없는 사람이 더 못 살게 되는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 대해 환멸감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충분히 주목해볼만하지 않을까? 지그문트 바우만의 다른 저서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및 경제,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p.13

바우만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썼다. 어른이 된 뒤로 마주한 삶의 여러 국면에서, 바우만은 한 번도 팔짱 낀 관찰자로 머물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의 이상을 좇아 움직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토대를 형성한 여러 재앙을 목격했고 또 휘말렸다. 어린 시절에 폴란드에서 반유대주의를 경험했고, 나치를 피해 폴란드를 탈출했고, 소련에서 난민으로 살았다. 굶주림에 시달렸고, 군인으로 전쟁을 겪었고, 폴란드에서 친소련 정권을 완성할 때는 공산주의 정당의 선전원으로 일했다.


p.15-16

바우만은 자본주의가 구매와 소비로 행복을 이룰 수 있다고 약속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문명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따. 바우만의 용어를 빌리자면, 자본주의는 사회관계, 사랑, 규칙, 도덕성, 가치관을 '유동'시켰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전한다는 인식 때문에 한때는 견고했던 '근대' 사회의 절차와 규정이 이제는 새로운 것, 가장 나은 해결책, 혁신을 위한 혁신을 선호하는 특징을 보이며 유동했다. '유동'한다는 느낌, 일시성과 부족한 안정성이 우리 시대의 특징이었다. 

p.120

아마 독서의 힘이 지그문트의 눈을 틔워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고, 스탈린주의의 강력한 선전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을 잡게 했을 것이다. 그 책들 덕분에, 남다르게 생각하고 현실의 미묘한 부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 전 경험, 난민 생활, 바흐탄에서 읽은 책에 힘입어, 지그문트는 틀림없이 바흐탄 주민 대다수와 다르게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다. 


p.196

바우만도 예외 없이 이런 체계의 일원이었다.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이력이 있는, 국가 권력 기구의 구성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솔로몬이 '솔로몬의 재판'을 하렴녀 어떻게 해야 할까? 영향력 있는 고위층에게 협력하되, 정말로 가치 있는 자료는 상급자에게 주지 않는 것이다. 바우만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한 듯하다. 중요한 물음은 바우만이 기밀문서에서 정보원으로 분류되었느냐 상근 요원으로 분류되었느냐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이용했느냐, 군사 첩보 고위층에게 어떤 정보를 건넸느냐다. 

p.560

바우만은 많은 일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소장했다. 친구가 많았다. 열정과 취미도 많았다.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는 봉 비방 자체라 요리, 술, 텔레비전, 음악, 음식, 담배(골초였다), 요리 대접(엄청나게 먹였다), 말하기(쉴 새가 없었다), 오락(되도록 자주)을 즐겼다. 바우만은 따뜻하고 아늑한 집에서 손님을 반기는 완벽한 주인장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