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성을 향한 탐구의 여정
최성환 지음 / 좋은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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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익명'과 '상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1장 <생각의 숲>부터 14장 <다시 생각의 숲으로>까지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익명, 상식, 신념, 이념, 그리고 개인과 사회로 키워드를 확장하면서 저자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왔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거대 익명의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언론과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매개체를 통해 오랜 기간 자리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 온 '상식'에 대해 저자는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가 믿는 상식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이 생각들은 항상 옳은 것일까? 


저자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며 설명한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는 회사원들. 어떻게 보면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임금을 많이 받는 정규직들과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비정규직들. 이들을 보면 평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는 국가임에 분명함에도, 그리고 우리 상식으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삶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상대방의 불운에 의한 안식으로 유지되는 사회만큼 비참한 곳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서열의 계층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자신보다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안식을 느끼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면 갈수록 살기가 빡빡해지고, 밝은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출산율 0.7명.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에 보았다. 아파트 가격은 치솟고, 물가는 오르고,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감소하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출산율이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문제임을 알지만 바꾸기가 힘들다. 잘못된 현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관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을까? 투표를 잘해야 한다. 전 국민 투표율이 90퍼센트를 넘긴다고 생각하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물론, 선거기간에만 포퓰리즘식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니 일단 저질러보고 생각하자. 국민의힘이랑 민주당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다수가 믿는 '상식'을 한번 깨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생각들을 한 번씩 다 의심해 보게 되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강조한 것처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모든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고, 기록해두고 싶은 구절도 많았지만 아래의 분량 정도로만 남겨 놓는 것이 좋겠다. 자세한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주제인 만큼, 독서모임에서도 같이 읽어고 생각을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p.21-22

'생각을 제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자. 이 질문의 답은 이 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그 무엇에 대항할 수 있다면, 생각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생각의 숲에서 길을 나타내는 표지는 우리가 피부를 직접 맞대고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런 현실 속의 환경이 제공하는 수많은 요인은 생각의 숲의 지형을 마음대로 휘저어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p.35

사회의 목소리는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밝혀지지 않은 이름들로부터 터져 나온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익명'이라는 용어로 함축하고자 한다. 사회의 거대한 익명은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암시를 보내는데, 암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의미 전달의 방법이다. 암시는 모든 개인의 행동, 언어, 심지어 표정, 분위기 모든 것에 녹아 들어가 있으며, 사람을 연결시키는 모든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p.36-37

실제로 우리는 가치편향적인 언론과 교육이 국민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배웠으며, 외형상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익명의 암시는 언론과 교육의 효과에 선행하는 더욱 근원적인 것이다. 만약 익명의 암시가 없는 언론과 교육이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 공동체에서 익명의 암시는 교육이나 각종 미디어가 없더라도 작동한다는 의미다. 다른 측면에서 언론과 교육은 우리에게 각종 가치를 주입하는 암시의 최종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p.44

이런 자본의 암시로 만들어진 생각들은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기에, 이를 인지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익숙함이란 특별하게 인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익숙함은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어색한 감정을 거울로 삼아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익숙하여 쉽게 인지되지 않는 생각들은 사회 구조, 법령, 자본의 분배 지형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상생활 속의 사람들의 숨결 속에도 숨어 있다. 


p.84

우리는 모두에게 익명인 상태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여전히 익명인 채로 남아 있다. 우리는 관계를 맺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고 고유한 이름으로 불린다. 익명의 관계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들은 서로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아주 조금씩 나눠 갖는 것과 같다.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야말로 관계의 본질이며, 그 관계의 마지막 핵심에는 서로에게 모든 것이라 선언하는 사랑이 있다. 


p.97

익명의 그림자가 암시하는 공포는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그 가치가 무엇을 가리키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본을 지향하는 사회는 자본이 공포를 만들어 내며, 관계를 지향하는 사회는 관계가 공포를 만들어 낸다. 공포는 그 가치의 방향에 따라 함께 움직일 뿐이다. 


p.125

우리 시대의 안식은 쉽게 변질될 수 있기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제든지 특정 대상의 파멸을 통해 안도하는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안식의 감정으로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상대방의 불운에 의한 안식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사회만큼 비참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회의 개인들이야말로 완전하게 고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불행을 근거로 안식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기제는 자본의 서열로 계층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며, 이렇게 삐뚤어진 안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p.151

정치는 사회의 무의식적 영역인 익명의 외침과 암시를 의식화하는 중심에 있으며, 이를 현실화시킨다. 그렇기에 익명의 그림자로 야기되는 문제가 현실에 터져 나오면 결국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념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행위를 위반하는 탐욕적인 행태들은 법으로 금지된다. 특히 경쟁은 자본주의 시장의 핵심 가치로, 경쟁을 무력화하는 자본의 탐욕적인 행태야말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것이다. 


p.161

익명의 암시로 견고화된 상식들 중에는 기존의 상식과 충돌하여 전복되고 폐기되는 상식도 있는 반면, 기존의 상식과 공존하는 상식 역시 수두룩하다. 물론 상식이 폐기되는 과정이란 순탄치만은 않은데, 상식의 폐기는 현실의 거대한 기둥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상식은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수반한다. 상식이란 누군가의 입에서 말해지는 한마디, 누군가가 종이에 쓴 한 문장을 넘어서는 실체적인 힘을 갖는 것이다. 


p.191

상식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강한 당위성을 갖고, 익명의 의식적인 연장이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의 본질적인 성격이다. 한 인간의 눈에 비친 세상, 한 인간이 말하는 세상은 바로 그 인간의 상식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것이다. 상식은 사람의 사고와 행동체계에 있어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사회화된 사람들 중에 상식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회화란 바로 그 사회의 상식을 습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p.206

자본주의 시장은 자유롭게 있는 자에게 책임을 반드시 묻는 법이다. 자본주의는 그 사람이 생활을 이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여, 자유를 추구하는 상태를 일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결국 그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시간을 빼앗기고, 좀 더 빠른 신체적 노쇠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실에서 우리가 평등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자유롭지 않고, 부분적으로는 자유롭다. 


p.208

우리가 자본으로부터 그나마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생활을 이어 나가는 데 적당한 재산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갖는다면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노동을 줄임으로써 새롭게 확보한 시간을 통해 성찰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질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정신적 목마름을 느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적당함이란 어느 수준인가 하는 것이다. 

p.213

우리가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상식을 과감히 거둬 내고, 현상을 새롭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과 상식의 대조를 통해 그 상식으로부터 연역되는 사실들이 그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차라리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마치 인류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p.223

상식의 믿음이 쌓이면 자연스레 신념으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신념과 확신 없이 이뤄지는 일은 없다. 사실 신념 그 자체는 특별히 어렵게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신념은 확고부동한 믿음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며, 이런 믿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적인 것이다. 


p.294

생각의 숲에서 나무속을 헤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당신에게 필요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이념과 상식을 떠올리고 천천히 의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눈을 사회와 개인의 현실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현실의 모습이 과연 무엇인지 집중해 보자. 상식에서 이념으로 이어지는 것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익명 속에 스며들고, 익명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암시를 보낸다. 


p.311

우리가 당면한 사명은 현실을 바로 보는 것, 바로 그것이어야만 한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사회의 이념과 자신의 신념에 대한 고찰이 시작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련의 무게를 감내하기 벅찬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많은 이가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조금은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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