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토토짱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호박넝쿨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구로나야기 테츠코는 일본의 유명한 방송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아니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매우 엉뚱하고 주변인들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천부적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때 퇴학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이건 그녀가 타고난 말썽장이이거나 모자란 아이여서가 아니다.
나는 그녀가 약간의 산만함은 가지고 있을지언정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은 그녀의 대책없는 순수함과 열정이 나를 당혹케 하더라도
그녀가 고의로 그러리라곤 상상할 수 없다.
그저 그녀는 남들이 볼 수 없는 부분까지도 유심히 관찰하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자주 하는 것뿐이다.
그런 그녀를 나는 '생각마저도 자유로운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서두에 그녀가 말한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 하나씩의 재능을 꼭 주시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그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기 위해 그야말로 수많은 일에 도전하고 해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와중에 실수를 더 많이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으나,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란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모든 것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그녀가 참 대단해 보였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난 못할꺼야' 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은데..
이 책을 읽고 앞으론 그녀를 따라 나도 용기를 내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의 실수담, 혹은 덜떨어진 점을 적은 책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킥킥 웃어댈 때가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남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보인다는게
참 어려운 일인데, 그런 점에서 그녀가 더 대단해보였다.
 
저자의 다른 책 <창가의토토> 는 주로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방송일을 막 시작한 때의 여러 에피소드이지만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도 약간 나온다
 
전쟁통에 음식이 없어지기 전 빨리 먹어야 했던 습관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웃음도 줬지만
한편으론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또 장례식과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은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나도 그만 "신랑과 내연의 관계였습니다" 라고 외치는 테츠코짱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음주측정기를 마이크라 착각하고 거기에 대고 노래를 불렀던 일화며
첫사랑 목사님에게 자신을 기억시키려고 사마귀알을 (본인은 그게 사마귀알인지 몰랐다지만) 선물했었던 이야기를 읽었을땐
그녀의 엉뚱함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목사님은 그녀의 바램대로 그녀를 잊지 않았다!
 
실수를 많이 한다는걸 본인도 잘 알았기에 길을가다 떨어지는 유리창에 맞고도 제자리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그녀가 참 안쓰럽기도 했다.
이런 엉뚱한 그녀의 말과 행동을 남들이 모두 그냥 웃어넘길때 한 아주머니 혼자서만
그녀를 영특한 아이로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 아주머니를 이렇게 평한다.
 
"모든 일을 선의로 받아들이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나도 가끔은 토토짱이 내 친구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재미있고 많이 웃을지는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만난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이 아이는 왜 이럴까?" 하고 피곤해하거나 짜증을 낼런지도 모를 일이다.
토토짱, 이미 나보다 훨씬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이지만
그냥 내 맘속에선 영원히 토토짱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로 인해 조금은 더 나와는 다른 이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미소짓는 법을 배운것 같다.
난, 토토짱이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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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
데이브 펠처 지음, 신현승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기뻤다.
나는 단지 내 친구들처럼 귀여움과 사랑을 듬뿍 받고 싶었을 뿐이다."

 
이 문구에 끌려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세번째로 가혹했던 아동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였던 아동이 자신이 겪었던 일을 직접 서술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영화나 이야기는 간혹 들었으나
그래도 그건 영화이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 여겼기에 볼때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고 금방 잊곤 했었는데
이 책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한때 이 책의 저자도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었다.
러시안 강에서 온 가족이 행복했던 한 때를 보냈던 따뜻한 기억...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변한다.
나는 그녀가 어째서 유독 데이브만을 괴롭혔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그 후에 아기를 2명 정도 더 낳은거 같은데, 그 아기들은 정성껏 돌본것 같다.
하지만 데이브만은 자신의 아이라 생각치 않았나 보다
나는 그녀가 유독가스를 만들어 데이브의 목을 타게 하거나 죽기직전까지 꺼내주지 않던 일
배를 칼로 찌르고도 설겆이를 시켰던 일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 불을 켜둔 오븐 안에 들어가라고 말했던 때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결과적으로 데이브는 살아남았다.
그를 주의깊게 지켜본 학교 선생님 때문이기도 하지만
데이브 스스로도 살아남고자 모든 노력을 했다.
삶을 포기하지 않은 데이브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이 책을 보고 다시 한번 아동학대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아이를 할 권리를 갖지 않았는데..
아이는 어리고 아는게 없어서 스스로를 방어하기가 힘이든다.
게다가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가 가장 가까운 가족인데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
게다가 이 책에서는 비단 엄마만이 그를 괴롭힌게 아니다.
다른 형제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에게 도움주기를 거절하고 심지어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기까지 한다
잘못된 지식의 습득이다. 이것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주위의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주어 제2,제3의 데이브가 생겨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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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유쾌한 하녀 마리사> 란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너무 집중을 하다보니
그 비슷한 시녀라는 말에도 혹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한동안, 나는 계속해서 이 책에 나온 시녀에 대해 생각했다
밥을 먹을 때도, 잠들기 직전에도,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동안 너무 아플때도
계속 그녀에 대해 생각하며 아픔을 달랬다.
사실 그녀를 생각하면 매우 슬펐는데 나는 이상하게 나 자신이 시녀가 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책 속의 세계는 국가도, 시대도 어디인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과 매우 닮은 구석이 있지만 이곳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가상의 공간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런 나라가 있을리가 없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하지만 혹시 먼 미래에서는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멈추지 않는 전쟁과 환경오염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책 속에 그녀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시녀' 란 신분이고 시녀란 국가의 높은 계급인 '사령관' 이 '아내' 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을 경우 지급되는.. 그저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한 여자들이다.
그녀는 사령관에게 속해있다는 뜻으로 그저 오브'사령관의 이름' 으로 불린다.
그녀의 경우, 그녀는 그냥 '오브프레드'였다.
그녀의 전에도 다른 오브프레드가 있었고 그후에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실패할 경우나 구제를 당할 경우에...
 
아.. 구제.. 구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하기 싫다.
나라의 반동분자들은 잡히면 구제를 당한다.
사형을 당한단 말이다. 그녀는 시장에 외출을 나갔다가 집에 돌아가기전
구제를 당한 사람들이 걸려있는 장벽에 항상 들려 그들을 잠시 바라보곤 한다.
자신의 전 남편을 찾는거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지만
그녀도 나도 그녀의 남편이 거기에 걸릴 일은 없다는걸 알고있다.
이미죽었으니까...
 
그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던 일, 남편을 사랑했던 일들이
정말 있었던 일인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현실의 암담한 생활을 그저 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깊은 상심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매우 슬펐다.
 
"세상에는 자유가 한 가지밖에 없는 게 아니야, 리디아 <아주머니> 가 말했다.
목표를 향한 자유가 있는가 하면 무언가로부터의 자유가 있지.
무정부 시대의 자유는 무엇을 행할 자유였어.
하지만 지금 여러분에게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거야. 그것을 얕보지 마."
-p.46-47
그들은 이렇게 그녀에게 국가가 그녀들을 보호하고 있는거라고 말한다.
 
"내 반감의 일부는 그런 거였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좀 평범한 삶을 살아줬으면 하는.
하지만 거기에 더해 나는 엄마가 임시변통과 이사가 이어지는 삶을 정리해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p.306
"제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고 싶으신 거군요" ... (중략) ... 내 삶이 견딜만하다면,
그럼 그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들이 다 정당화된다. ... (중략)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말이에요"
- p.320-321
불합리한 사회라는 걸 알면서도 그저 순응하며 살고자 하던 그녀가 여기서부터는 아주 조금이지만
변하려고 한다는걸 난 느꼈다.
자신의 삶이 지금 견디기 힘든 상태라는 것도 인정하고 지금 어째서 이렇게 되고 있는건지 궁금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했으니까...
 
"우리가 간과한게 뭐라고 생각되시오?"
"사랑이요" 내가 말했다.
"사랑?" 사령관이 말했다. "어떤 종류의 사랑 말이오?"
"사랑에 빠지는 것" 내가 말했다. ... (중략) "...하지만 통계를 보시오, 아가씨.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소? 사랑에 빠질 만한 가치가? 중매 결혼도 언제나 연애 결혼만큼이나 성과가 있었소. 적어도 나으면 나았지 못할 건 없소."
- p.375
 
"사랑에 빠지는 일 말이에요", 나는 말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 그때는 우리 모두 사랑에 빠졌죠. 어떤 식으로든.
어떻게 그는 사랑을 그렇게 우습게 생각할 수가 있지? 심지어 조롱하기까지 한다.
마치 사랑이 우리에게 하찮기 그지없는 것이었던 양, 변덕이나 유행이었던 것처럼, 천만의 말씀. 사랑은 중차대한 일이었다. 핵심적인 사건이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 - p.384
 
이 책은 처음엔 읽기 좀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어떻게 될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른건지 궁금해서 손에서 놀 수 없었던 책이었다.
내용은 끔찍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부드러운 어조에 끔찍함보단 아륻다움이 먼저 기억된다면
이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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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잡아라 - 행복의 열쇠, 지혜의 샘 2
뤄시 지음, 이지영 옮김 / 북공간(프리치)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랑,일,가족,행복,웃음...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직접 겪었던 일이나
주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보고 들은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조근조근 하고 있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생각해 볼 감동을 전해주려 하는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텔레비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본 것들을 작가의 느낌과 함께 전달해주던 이야기들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많이 공감되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상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땀흘리며 고된 훈련을 겪고 우승을 차지하는 감동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면
나도 그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때의 흥분과 감동이 전해져 같이 눈물을 흘릴때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같은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
 
행복과 사랑에 대한 많은 일화들을 읽으면서 행복은 그다지 멀지 않음을 느꼈다.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늕에 따라 우리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기회를 그냥 보내는 것 같다.
지난번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에 대해서 한국인 부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결국은 살아서 함께 했다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여객기 추락사고로 남편을 잃은 왕샤오휘의 말은 참 슬프다.
 
"왜 살아있을 때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요?"
사랑은 표현을 통해 더 빛을 발한다.
 
또 사랑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깨달았다.
"'존재' 자체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사실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만일 무엇인가 소중한 한 가지를 위해 다른 전부를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전부를 포기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떠오르는 태양을 놓쳐버렸다고 떠오르는 별까지 포기하려함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 p.65
<위대한 개츠비> 라는 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기억남는 이야기는 역시 헤어지는 연인에 대한 <사랑의 풍경>이라는 이야기다.
이 내용에는 중국민간설화 이야기인 축영대와 양산백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이야기가 중국설화인줄은 몰랐지만 알고는 있었다.
중학교 시절, 새로오신 총각 선생님 두 분이 계셨다. 그 시절 여중생들만 있던 학교에 총각선생님 두 분은
외모를 떠나서 모두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두 분은 무척 대조적으로 생기셨지만 두 분 모두 친절하고 막 부임하신 선생님답게 열정으로 가득차 계셨다.
두 분 모두 여타의 교육방법과는 조금 다른 수업방식으로 우릴 가르치셨는데 신기하게도 기존 다른 선생님들과도 반감없이 잘 지내셨다.
그 중 한 선생님은 <영화부> 를 만들고 우리에게 자주 영화를 보여주셨는데 그때 제일 처음 본 영화가 바로 이 설화에 대한 이야기로
<양축> 이라는 제목의 영화였었다.
말씀하실때마다 얼굴이 빨갛게 변하시던 서글서글한 웃음이 멋지셨던 그 선생님은 아직도 제자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며
수업시간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 뭔가를 가르쳐주고 계신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행복의 한 자락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며
열정과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말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행복의 길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이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나와 내가족,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또다른 행복을 잡아라> 라는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겠지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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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내일은 나를 사랑해줘요 - 시즌 4 엘링(Elling) 4
잉바르 암비에른센 지음, 한희진 옮김 / 푸른숲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괴팍하지만 사랑스러운 엘링이 다시 돌아왔다.
책 속에서의 시간은 무려 3편에서보다 3년이나 훌쩍 건너뛴 채..
그 사이 엘링은 조금 변한듯 하다.
아니 다시 원래의 엘링으로 돌아간 듯 하다.
분위기가 왠지 우울하다.
엘링은 혼자였고, 다시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돌아갔으며, 그의 유쾌한 시인 친구 알폰스는
전신마비를 일으켜 요양소에 입원해 있다.
 
물론 키엘이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한 층 위에 집으로 옮겨간 것 뿐이다. 그의 사랑 레이둔을 따라서
하지만 이것은 엘링에게 큰 변화였고, 다시금 엘링이 사회속에서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는 누군가, 아니 자신과 비슷했던 절친한 친구가 평범한 사람이 된 것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이는데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어쩄든 엘링은 그런 키엘을 받아들인다.
나는 그런 엘링의 변화가 좋다.
그의 끝이 없는 상상력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번 책에서 엘링은 한 여자와의 완벽한 사랑을 꿈꾼다.
오랜동안 준비를 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즐거워하지만 결국엔 실패한다.
솔직히 그 끈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나는 아직도 조금은 어리둥절하다.
그것이 엘링의 오해이든, 혹은 진실이든 혹은 또 상상일지라도
누구나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맺고 다치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엘링도 그렇게 하나의 시도를 하고 실패를 겪고 그만큼 성장하는 것 같아서
그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했음에도 제목처럼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엘링에게도 언젠가는 키엘과 레이둔처럼 그런 사랑이 올꺼라 믿는다.
키엘과 레이둔도 마냥 완벽하거나 행복하지만은 않듯이 엘링도 그런것 뿐이니까...
오히려 남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다
 
끊임없이 '나' 와 '타인'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엘링만큼 과연 나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이 세상을 낳은 것이다. 우리는 매번 각자 세상을 낳는다.
어찌 되었건 내가 사는 세상은 내게서 탄생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세상을 낳는다.
- p.14
 
문득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움직이고 멈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열매 속에서 말이다.
아직 겨울잠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않은 나무와 덤불 그리고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를 제외하면
내 주위 모든 사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p.24
 
그렇다면 이 세상이란 개별적인 존재들이 저마다 따로따로 움직이는, 그저 아무 의미없는 게임같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함께 겪어야만 하는 하나의 운명, 하나의 법 같은 것이 존재할까?
- p.124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떄문에
사람은 자기 생긴대로 살 수 밖에 없다.
- p.170-171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시절이 좋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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