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가
루보미르 라미 지음, 박수현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매우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따로 살던 동생과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이사하는 것과 같은 짐정리를 하고, 조금 몸이 아팠고, 동생과 여러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으며
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나의 활동시간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때문에 나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고, 무기력증에 빠져 책을 조금 읽다가도 금새
싫증을 내고 청소를 하던가 잠을 자던가, 다른 일에 빠지기 일쑤였다.
매 장마다 여러 일화들과 간략한 설명이 있을꺼란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내용도 내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일화가 있기는 했으나 그 분량이 내 예상과 달리 적어보였다. 대신 여러 실험들과 분석이 그 자릴 차지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것들이 조금 지루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저자가 말하듯 흔히 우리들은 사랑을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처럼 여러 실험으로 연구하고 조사하고 분석한 딱딱한 글들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이 책에선 사랑의 여러 유형들, 주로 금지된 사랑의 하나인
"우리는 왜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가?" 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을 추구하는지,
어떻게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지 등에 대해서 여러 권위있는 연구결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남자와 여자의 존재에 대한 여러 차이를 연구한 부분들인데,
나는 남자의 입장에 대해선 확실히 영원히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지고 설명하는 남자의 일반적 보여지는 특징들에 매우 동의한다.
당연히 여자의 특징들로 나타나는 거의 모든 이론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공감한다.
여기서 한가지 슬픈 것은 사랑에 빠지는 내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본능에 따른 나의 취향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는 태어나고 자란 내 사회적 관습과 기준에 맞춰 주입받은 결과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의 매번 우리는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꿈꿔오는 로맨틱하거나 감정적, 순수함의 결정체라고 생각해왔던 사랑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시 해준다.
특히 이러한 점은 그냥 애인으로 이성을 만날때와 결혼배우자로 이성을 선택할 때 더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분명히, 특히 여성들은 더 결혼을 할 때 더 현실적이 된다.
분명히 여성들이 더 로맨틱함을 꿈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이런 아이러니한 점들과 여러 현실성 때문에 우리는 바로 금지된 사랑, 즉 친구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다.
우리의 부족한 부분, 불확실한 미래가 더 분명히 드러날 경우엔 더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경제적 수준, 가까운 거리 등
익숙한 것들에 더 쉽게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도 그렇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비난하면서도 도리어 더 집착한다.
이 책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여럿 나오는데
바로 주위에서 반대하는 사랑이야기가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누군가 반대하면 반대할수록 더욱 더 그 사랑에 집착한다.
책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p.194~196, p.213~215), "트리스탄과 이졸데" (p.215~220) 의 이야기로 이를 말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위기의 상황을 함께 겪은 상황에서 커플이 된 경우가 있는데,
듣기로는 위기의 상황이 끝난 이후엔 사랑이 깨질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그저 그 상황, 위기, 위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이지, 정말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인기있는 대중가요 중 "이번엔 달라" 라는 노래가 있다.
'이번만은 달라, 넌 달라, 절대 널 놓치지 않아.' 라는 가사에서 보듯, 지금 만나게 된 이성이
이제까지 와는 다르게 정말 특별하고 내 연인임을 확신한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저 로맨틱한 가사가 아닌
사랑에 빠져 상대방의 어떠한 점도 장점이라 보고 어떤 것이든 장점으로만 보려는
착각에 빠진 것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이 중반에 접어들면 이전 연애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밀고당기기를 통해 서로의 진짜 모습들이 점차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유지하는가, 그리고 약간의 실망, 어쩌면 이별,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이성, 혹은 서로의 친구에게 새로이 사랑을 느껴 또 다시 이번엔 진짜라고 느끼는 것을 반복한다.
 
나는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럼으로써 사랑은 저자의 말대로 계속 존재하게 된거라고 생각한다.
금지된 사랑이란 사실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문화와 관습이 만들어낸 것이지
일반적으로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할 사랑은 없다고 본다.

인간이 숨쉬고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랑에 대한 감정,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한 금지된 사랑에 빠질 경우 사회의 비판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분석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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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업상 테살리아로 가던 루키우스는
도중에 두 여행자를 만나 마술에 관한 끔찍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마술적인 믿기 힘든 이야기는 앞으로 주인공 루키우스가 겪게 될
믿기 힘든 이야기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당신은 지금 친구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소.
그런데 그게 당신의 감성이 천성적으로 무뎌서 그런 것이 아니며,
학문에 대한 고리타분한 관념 때문도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소?
처음 듣는 이상한 이야기나,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마시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검증도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오."
- p.18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통해 마술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기회만 된다면 직접 마술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된다.
그런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오는데 그가 테살리아에 도착해 묵게 된 밀로의 아내가 바로 그러한 마술을 부리는 마녀였던 것이다.
그는 테살리아에 도착해 우연히 만난 이모의 경고도 무시하고
밀로의 아내의 하녀 포티스와 사랑을 나누며 마술을 경험할 기회를 노리게 된다.
그리고 밀로의 아내가 새로 변신해 날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호기심에 그녀가 발랐던 연고를 포티스를 시켜 꺼내오게 한 뒤 자신도 바르게 되는데..
이게 바로 루키우스가 그 모든 비극의 모험을 겪게 되는 원인이다.

그릇된 마술과 호기심이 불러온 대가로 루키우스는 당나귀로 변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당나귀로 변해 돌아다니며 그는 여러 신화적 이야기와 그릇된 욕망이 불러오는 불행에 관련된 이야기, 사악하고 욕심많은 사람들의 횡포를 겪게 된다.
쿠피도와 프쉬케 이야기처럼 익히 알고있는 신화적 이야기를 비롯해서
여러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이 책 속으로, 루키우스의 기구한 모험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물론 매우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들도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들에게 세속적인 인간들의 여러 그릇되고 잔혹한 면들을 풍자하는 듯하다.
그런 일련의 고통을 겪고 마지막에 루키우스가 들어선 신을 향한 믿음의 길을
우리처럼 현대적이고 세속에 빠진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지 모르겠다.
저자도 이 책의 결말 때문에 여러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재미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많은 흥미를 주며
또한 이럴 줄 알고 저자가 앞서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받아들여라
그러면 이 책이 주는 재미에 그저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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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 아흔아홉 번의 세탁계약과 거울의 세 가지 수수께끼 판타 빌리지
조선희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의 이야기가 왠지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같은 주인공들로 또 다른 모험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다.
나는 지금 무턱대고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나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혹은 이미 읽은 다른 독자라면 모두가 기대할 것이다.
졸토의 진짜 정체에 대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
프리가의 로맨스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 프리가의 진짜 능력, 
심지어 조수 유이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이 책을 읽는 재미는 크게 두 가지다.
마법사 졸토와 세탁부인 프리가의 만담식 대화 주고받기와 (여기에 가끔 조수 유이와 청소부 로테도 끼어든다)
잔잔한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점점 위험천만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마법사들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면 갑자기 떠난 어머니 때문에 생계가 막막해진 열다섯 소녀 프리가가
졸토 저택에서 세탁부를 고용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저택을 찾아가
저택의 주인인 졸토 씨의 예복을 아흔 아홉 번 빨아주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인데..
난데없이 세탁부라니.. 이런 희한한 직업이 판타지 책에서 나온 적이 있던가.
게다가 내용만 보면 심각한 모험을 겪을 일도 없어보이는데 책을 읽다보면 점점
마음과는 반대로 말하며 주인으로서의 위신을 세우려고 하는 (전혀 위신이 서지는 않는다)
귀엽고 웃긴 주인 졸토 씨와 프리가의 투닥투닥 대화에서 시작해 졸토저택의 비밀들에 점점 빠져든다.
아니 어쩌면 다정하고 잘생긴 조수 유이에게 빠져서 책을 계속 읽는건지도 모르겠다.
 
믿음으로써 발현되는 마법의 세계.
하지만 어느덧 믿음은 사라지고 의심만 점점 자라고 마법은 권력을 향한 집착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프리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중심에서 평상시라면 생각도 못할 여러 모험들을 겪게 된다
 
"어쩐지 바보 같아요. 화나고 슬퍼 죽겠는데 시를 읊다니요? 그런다고 벌어진 일이 없었던 일이 되기라도 하나요?"
"바로 그거야! 문득 그런 의심이 일어나면서 페레그리누스에서는 위대한 마법의 시대가 끝나게 됐지.
마법은 믿음 속에서만 이루어져."
- p.152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프리가이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도 프리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할 뿐이다.
그녀의 출생도, 그녀가 가끔 보이는 알 수 없는 능력도 그렇고,
이 책이 정녕코 해리포터나 타라 덩컨을 잇는 한국의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물이 아니라면
작가님은 앞으로 독자의 아니 나의 닥달에 시달리실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책을 빨리 내어달라고...
 
또 다른 주인공 졸토 씨에 대해선 비교적 그래도 설명이 나온다.
다만 그러한 점들은 스포일러라 자제하고, 대신 프리가와 졸토 씨의 귀엽고 재미난 대화를 소개하겠다.
 
지비스는 여전히 프리가의 귀를 잡아당긴 채 딴청을 부렸다.
"에잇, 정말 아프다니까요! 놔요"
...(중략)... "알았어. 놓지 뭐. 세탁부의 귀 같은 거 떼서 가져봐야 쓸 데도 없어"
...(중략)... "흥 그러지요"
"흥이라, 이번엔 코가 막혔나?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나 보네"
...(중략)...  프리가는 입을 삐죽거리며 저만치 걸어가는 지비스의 등짝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순간 지비스가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굴더니 재채기를 해대며 중얼거렸다.
"문득 비수가 내 등을 꿰뚫는 아픔이 있군. 심장까지 찔러 들어오기 전에 얼른 가서 한숨 자야지."
- p.187~188
 
사실 프리가가 몰라서 그렇지 졸토는 그녀를 위해 애써주는 일이 많다.
그녀를 위해 집게와 수레도 만들어주고, 그녀가 늦게 왔을땐 걱정이 되서 찾으러 나가 감기에 걸리고
그녀가 나쁜 마법사에게 잡혀갔을땐 구하러 갔다가 심하게 다쳐서 돌아오기도 했다.
또 아픈 프리가를 위해 아끼던 소중한 책들을 팔아 온 마을의 칠면조란 칠면조는 몽땅 사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토에 대해 끝까지 안좋은 편견만 가지고 있는 프리가를 보면
그녀가 조금 미워지기도 하고 졸토가 불쌍하기도 하다.
 
"참 이상하다. 왜 너한테만 지비스가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로 찍혔을까?
아무래도 지비스가 아니라 너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날까?"
- p.311
 
위 말을 한 책 속 주인공 로테와 나는 생각이 같다.
그럼 프리가와 지비스는 어떤 관계일까?
둘 사이의 앞으로를 암시하는 것 같은 서로의 이름에 대한 전설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직접 책을 보시라.
 
아무튼 이 책은 프리가의 판타지스러운 모험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바라지 않는 사정으로 세상에 첫 발을 디딘 프리가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일반 판타지 소설의 경우 거의 대부분 주인공이 영웅으로서 성장하는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성장의 중점을 따뜻한 가족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점도 다른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 된 점이라고 본다.
 
"넌 여기 오기 전에 네 가족을 떠났어. 그리고 여기서 우리와 다시 가족이 되었지.
아이는 자라면 가족의 품을 떠나게 마련이란다.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거든."
...(중략)... "어른이 되는 건 혼자가 되는 게 아니야. 부모형제로 이루어진 가족만 가족인 건 아니거든.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가족이 있단다. 가족은 만들어 가는거야.
어떤 가족을 만들지는 네게 달렸어. 그러니까 넌 혼자가 아니야.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야."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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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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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대상수상작이라고 떠들석한 소문을 진작에 듣고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던 책을 후속편을 먼저 보고난 뒤에서야 읽게 되었다.
 
사실 후속편 <나이팅게일의 침묵> 에서의 사건해결에선 기대했던것 보다
부정수소외래의 만년 강사 다구치 의사와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의 만담 콤비 플레이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이렇게 웃기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기막힌 콤비가 또 있으랴 싶었다.
 
사건은 다구치가 근무하는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에서 일어난다.
미국의 심장병 전문병원으로부터 심장이식 권위자인 기류 교이치라는 최고의사를 외과 조교수로 초빙하고
그는 심장의식 대체수술인 바티스타 수술팀을 꾸리게 된다.
이 바티스타 수술팀은 방송계에서도 떠들석할 정도로 수술성공률 100%의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는데
최근 이상하게 연달아 세번 수술이 실패하고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자
다카시나 병원장에게 부탁해 본격 수사에 들어가기 앞서 내부조사를 의뢰하게 되고
병원장은 이를 편견없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해 보고자 다구치 강사에게 조사를 부탁하게 된다.
 
일어나는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도 이 책은 여느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는 맞지만 그것외에도 조금씩 병원내부의 여러 문제들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너무 심각하지 않고 글의 재미를 떨어트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마취인력의 부족에 따른 여러 문제들(p.121), 소아 심장이식 수술 불가(p.135),
의료 과실에 대한 엉성한 대응(p.165) , 엉성한 의료개헉으로 융통성이 사라진 대학병원(p.215) 등)
 
또한 용의자의 취조는 일어나지만 사실 그건 취조라기보다는 대화에 가깝다.
이런 대화는 후속편에서도 계속 나온다.
대화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다보면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몇가지 중요한 힌트들이 나온다.
나는 후속편에서는 이러한 힌트들을 두 개 정도 찾아내었고 범인도 유추해냈었지만
이번 책은 그게 좀 어려웠다.
아무튼 그들의 대화에 푹 빠지다 보면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 외에도 이 책에는 재밌는 캐릭터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다카시나 병원장후지와라 간호사가 있다.
그들은 아마 가이도 다케루의 후속작의 고정캐릭터일것이다.
다카시나 병원장은 교묘한 말빨로 다구치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주요인물이고
후지와라 간호사는 독특한 방법으로 다구치를 다독여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나는 이들과 다구치 콤비도 꽤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뭔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p.91) 인 다구치와
뭐든 꺼리낄 것 없이 해내고 보는 시라토리.
이 둘이 꽤 재미있는 콤비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콤비의 문제는 다구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관계라는데 있다.
어쨌든 이 둘의 만담(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다구치가 밀리는 듯 하지만) 은 읽는 독자에게는 정말 재미있다.
 
무척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병원 안
그 속에서 붕 뜬 먼지처럼 부유하고 있는 다구치의 활약상이 앞으로도 너무 기대된다.
나는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그만의 멋이 있고 유능하고 유유자적한 다구치가 너무 좋다.
사건해결은 시라토리에게 맡기고 그저 다구치만 따라 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끝!
즐겁게 이 둘을 따라 병원탐험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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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아이
아마두 함파테 바 지음, 이희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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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들판의 아이> 는 일반 성장소설이 아니라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이다.
특히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에게 생소한 1900년대 초의 아프리카 여러 민족의 풍습과 역사들을
아프리카 소년의 시각에서 재미있고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미개하고 문화도 없는 못사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고 조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신기하고 아픈 역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이 책은 저자 아마두 함파테, 암쿠렐이라 불리던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20세쯤 되었을 때까지 겪은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20살이 될때까지 무엇을 하고 얼마나 기억을 하고 있는가...
 
아마두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글이 없는 대신 머리 속에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들의 문화를 기억한다고 한다.
문자는 지식을 재현한 것이지 지식 그 자체는 아니야. (p.287) 라는 아프리카 지혜자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나는 지금 읽은 이 이야기들을 그들처럼 기억하기는 커녕 절반도 기억하기 바쁘니깐 말이다.
확실히 나에겐 아프리카 사람들같은 기억법은 없는것 같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각 중 나는 종교에 대해 관대한 점과
(아프리카 전통 종교는 모든 형태의 종교와 마술 의식을 용인했으므로 종교 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중략)...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며
아프리카인이건 유럽인이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 - p.217)
불행 뒤엔 행복이 온다며 모든 상황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점이 참 놀라웠다.
아마두는 어린시절 부유하게 자랐지만 불행한 일들도 많이 겪었었다.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일, 양아버지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일, 존경해마지 않았던 형이 죽은 일,
오랜 기간 가족과 자주 떨어져 지낸 일 등... 이 책에 나오지 않은 20대 이후 그는 또 어떤 모험들을 겪었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아마도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신은 가장 위대하십니다) 라고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갔겠지.
 
저자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전도용으로 적지는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적었고, 그래서 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습이나 희한한 관습들,
(물론 그리 합리적인 논리는 아니지만 우리 아프리카 조상들, 그중에서도 특히 '지혜자' 들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인간은 주위의 모든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혜자들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사물의 형상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의미를 읽어낼 줄 알았다.
- p.33)
그리고 종교적,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일들을 나도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토록 공명정대한 사람들을 일찍히 본 적이 없다.
또 그렇게 넓은 지역에 많은 민족의 아프리카인들이 섞여 살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서로를 발벗고 나서 도와주는지..
그들의 나눔의 풍습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아프리카인들이 자신의 자식들을 아주 어릴때부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점에 놀랐다.
그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당당한 어른처럼 여러 모임(왈데)을 조직하고 활동했으며
어른과 동등하게 발언권을 얻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그런 교육방침이 매우 부러웠다. 우리는 확실히 너무 나이가 들때까지 자식을 지나치게 보호한다.
아프리카 인들을 우리는 미개하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생각이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왔던 저자지만 그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쁠수만은 없듯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좋은점을 보고자 했다.
프랑스는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단다. 하나는 무척 선하고, 다른 하나는 무척 악하지...(중략)...
아버지는 몇몇 정치가들이 프랑스 국경 밖, 특히 식민지를 대할 때 취하는 태도와
프랑스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 p.216
 
아미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찌나 많고 흥미로운지 일일히 열거하기는 참 어렵다.
또 아프리카식 이름에는 적응이 아직도 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이름이 있는듯하다. 정적 관계에서도 자주 똑같은 이름이 나와서 무척 헷갈렸다)
그네들이 자신의 조상을 아끼고 섬기며 그들을 기억하는 자체가 매우 신기했다.
이름들 때문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아프리카에 대해 보석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미 100년쯤 전의 이야기이고 아프리카도 서구 열강들에 의해 많이 변했겠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그들의 전통과 풍습은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이어지고 있을테니
책에서와 같은 아프리카를 느끼기에는 지금도 별로 그때와 다르지 않을꺼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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