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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가
루보미르 라미 지음, 박수현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매우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따로 살던 동생과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이사하는 것과 같은 짐정리를 하고, 조금 몸이 아팠고, 동생과 여러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으며
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나의 활동시간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때문에 나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고, 무기력증에 빠져 책을 조금 읽다가도 금새
싫증을 내고 청소를 하던가 잠을 자던가, 다른 일에 빠지기 일쑤였다.
매 장마다 여러 일화들과 간략한 설명이 있을꺼란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내용도 내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일화가 있기는 했으나 그 분량이 내 예상과 달리 적어보였다. 대신 여러 실험들과 분석이 그 자릴 차지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것들이 조금 지루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저자가 말하듯 흔히 우리들은 사랑을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 책처럼 여러 실험으로 연구하고 조사하고 분석한 딱딱한 글들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이 책에선 사랑의 여러 유형들, 주로 금지된 사랑의 하나인
"우리는 왜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가?" 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을 추구하는지,
어떻게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지 등에 대해서 여러 권위있는 연구결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남자와 여자의 존재에 대한 여러 차이를 연구한 부분들인데,
나는 남자의 입장에 대해선 확실히 영원히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지고 설명하는 남자의 일반적 보여지는 특징들에 매우 동의한다.
당연히 여자의 특징들로 나타나는 거의 모든 이론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공감한다.
여기서 한가지 슬픈 것은 사랑에 빠지는 내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본능에 따른 나의 취향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는 태어나고 자란 내 사회적 관습과 기준에 맞춰 주입받은 결과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의 매번 우리는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꿈꿔오는 로맨틱하거나 감정적, 순수함의 결정체라고 생각해왔던 사랑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시 해준다.
특히 이러한 점은 그냥 애인으로 이성을 만날때와 결혼배우자로 이성을 선택할 때 더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분명히, 특히 여성들은 더 결혼을 할 때 더 현실적이 된다.
분명히 여성들이 더 로맨틱함을 꿈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이런 아이러니한 점들과 여러 현실성 때문에 우리는 바로 금지된 사랑, 즉 친구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다.
우리의 부족한 부분, 불확실한 미래가 더 분명히 드러날 경우엔 더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경제적 수준, 가까운 거리 등
익숙한 것들에 더 쉽게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도 그렇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비난하면서도 도리어 더 집착한다.
이 책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여럿 나오는데
바로 주위에서 반대하는 사랑이야기가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누군가 반대하면 반대할수록 더욱 더 그 사랑에 집착한다.
책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p.194~196, p.213~215), "트리스탄과 이졸데" (p.215~220) 의 이야기로 이를 말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위기의 상황을 함께 겪은 상황에서 커플이 된 경우가 있는데,
듣기로는 위기의 상황이 끝난 이후엔 사랑이 깨질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그저 그 상황, 위기, 위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이지, 정말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인기있는 대중가요 중 "이번엔 달라" 라는 노래가 있다.
'이번만은 달라, 넌 달라, 절대 널 놓치지 않아.' 라는 가사에서 보듯, 지금 만나게 된 이성이
이제까지 와는 다르게 정말 특별하고 내 연인임을 확신한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저 로맨틱한 가사가 아닌
사랑에 빠져 상대방의 어떠한 점도 장점이라 보고 어떤 것이든 장점으로만 보려는
착각에 빠진 것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이 중반에 접어들면 이전 연애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밀고당기기를 통해 서로의 진짜 모습들이 점차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유지하는가, 그리고 약간의 실망, 어쩌면 이별,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이성, 혹은 서로의 친구에게 새로이 사랑을 느껴 또 다시 이번엔 진짜라고 느끼는 것을 반복한다.
나는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럼으로써 사랑은 저자의 말대로 계속 존재하게 된거라고 생각한다.
금지된 사랑이란 사실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문화와 관습이 만들어낸 것이지
일반적으로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할 사랑은 없다고 본다.
인간이 숨쉬고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랑에 대한 감정,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한 금지된 사랑에 빠질 경우 사회의 비판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분석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