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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아이
아마두 함파테 바 지음, 이희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들판의 아이> 는 일반 성장소설이 아니라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이다.
특히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에게 생소한 1900년대 초의 아프리카 여러 민족의 풍습과 역사들을
아프리카 소년의 시각에서 재미있고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두 미개하고 문화도 없는 못사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고 조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신기하고 아픈 역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이 책은 저자 아마두 함파테, 암쿠렐이라 불리던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20세쯤 되었을 때까지 겪은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20살이 될때까지 무엇을 하고 얼마나 기억을 하고 있는가...
아마두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글이 없는 대신 머리 속에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들의 문화를 기억한다고 한다.
문자는 지식을 재현한 것이지 지식 그 자체는 아니야. (p.287) 라는 아프리카 지혜자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나는 지금 읽은 이 이야기들을 그들처럼 기억하기는 커녕 절반도 기억하기 바쁘니깐 말이다.
확실히 나에겐 아프리카 사람들같은 기억법은 없는것 같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각 중 나는 종교에 대해 관대한 점과
(아프리카 전통 종교는 모든 형태의 종교와 마술 의식을 용인했으므로 종교 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중략)...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며
아프리카인이건 유럽인이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 p.217)
불행 뒤엔 행복이 온다며 모든 상황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점이 참 놀라웠다.
아마두는 어린시절 부유하게 자랐지만 불행한 일들도 많이 겪었었다.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일, 양아버지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일, 존경해마지 않았던 형이 죽은 일,
오랜 기간 가족과 자주 떨어져 지낸 일 등... 이 책에 나오지 않은 20대 이후 그는 또 어떤 모험들을 겪었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아마도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신은 가장 위대하십니다) 라고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갔겠지.
저자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전도용으로 적지는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적었고, 그래서 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습이나 희한한 관습들,
(물론 그리 합리적인 논리는 아니지만 우리 아프리카 조상들, 그중에서도 특히 '지혜자' 들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인간은 주위의 모든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혜자들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사물의 형상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의미를 읽어낼 줄 알았다. - p.33)
그리고 종교적,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일들을 나도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토록 공명정대한 사람들을 일찍히 본 적이 없다.
또 그렇게 넓은 지역에 많은 민족의 아프리카인들이 섞여 살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서로를 발벗고 나서 도와주는지..
그들의 나눔의 풍습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아프리카인들이 자신의 자식들을 아주 어릴때부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점에 놀랐다.
그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당당한 어른처럼 여러 모임(왈데)을 조직하고 활동했으며
어른과 동등하게 발언권을 얻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그런 교육방침이 매우 부러웠다. 우리는 확실히 너무 나이가 들때까지 자식을 지나치게 보호한다.
아프리카 인들을 우리는 미개하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생각이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왔던 저자지만 그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쁠수만은 없듯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좋은점을 보고자 했다.
프랑스는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단다. 하나는 무척 선하고, 다른 하나는 무척 악하지...(중략)...
아버지는 몇몇 정치가들이 프랑스 국경 밖, 특히 식민지를 대할 때 취하는 태도와
프랑스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 p.216
아미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찌나 많고 흥미로운지 일일히 열거하기는 참 어렵다.
또 아프리카식 이름에는 적응이 아직도 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이름이 있는듯하다. 정적 관계에서도 자주 똑같은 이름이 나와서 무척 헷갈렸다)
그네들이 자신의 조상을 아끼고 섬기며 그들을 기억하는 자체가 매우 신기했다.
이름들 때문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아프리카에 대해 보석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미 100년쯤 전의 이야기이고 아프리카도 서구 열강들에 의해 많이 변했겠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그들의 전통과 풍습은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이어지고 있을테니
책에서와 같은 아프리카를 느끼기에는 지금도 별로 그때와 다르지 않을꺼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