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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유쾌한 우주와도 같다.
하지만 단어를 인지하는 순간 그건 지상의 소유물이 되며, 한 문장을 완성하게 되면 지금까지 쓰인 모든 책들과 똑같이 완성품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최고가 아니라고 해서 최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천재성이 부족하다 해도 기교는 남는다.
최소한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책이라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 205
이번 리뷰를 쓰는데 좀 더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던 문구다. 지금 이 글도 주인공의 저 말처럼 대단한 창조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소설, 특히 추리,미스테리 장르를 좋아하고 즐겨 보면서도 거의 대부분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내 감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장르소설의 특성상 언제나 사건해결을 마지막으로 책을 끝맺지만 리뷰에서는 결말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이 책을 읽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책 내용에 대해서는 더 언급을 자제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 <고스트라이터> 는 정말이지 책을 읽고 난 후 그 결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픈 책인데 말이다.
나는 로버트 해리스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지만 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는 많이 들어보았고, 흥미로운 소재도 많았다.
특히나 이번 책은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 꽤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었는데 책을 읽기 전 이 책에 대한 추측으로는
출판하는 책들 중 상당수가 대필 작가에 의한 책이고 그 불합리하거나 비합리적인 출판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책의 표지띠만 봐도 엄청나게 저널리스트 책인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속에 나오는 자서전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표지띠를 벗긴 책의 느낌이
따뜻하고 고전적인 느낌이라 더 맘에 들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잘 살린 표지띠란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생각보다 조금은 어려운 책이었다. 나는 정치 쪽에는 그리 많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정치적 문제를 다룬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게다가 춘곤증 때문에 1/3 정도까지 읽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인공을 따라 수수께끼를 푸는 여행에 푹 빠지게 되었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점도 주인공에게 몰입되게 도움을 주었으며
특히 중반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하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바로 다음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소설 속 전 영국수상 애덤 랭과 그의 정적 라이카트의 대립 속에 밝혀지는 진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진실은 밝혀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진실은 곧 잊혀지고 또 누군가가 새로운 권력을 잡겠지
그리고 또 반복되는 실수, 은폐 등이 있을것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니까 말이다.
누가 민중을 어리석은 민중이라고 했던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언론이나, 방송, 출판업체들로부터
일부 가려진 진실을 듣고 판단한다.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나는 애덤 랭과 라이카트 모두 어느 정도는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들 자신의 소신이 있다는 점에서)
애덤은 아내의 의견을, 라이카트는 권력의 이익을 쫓는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은 틀린 듯 하다.
궁금한 건 언제나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남자,(p.388) 애덤의 결말은 충격때문일까, 아니면 책임감 때문일까
그리고 주인공 '나', 그러고보니 나는 주인공의 이름을 모른다. 제목처럼 완벽한 유령작가다.
그는 엄청난 돈과, 유명세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의 자서전 대필을 수락한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어지는 사건들 때문에 그는 대필작가 본연의 의무와 책임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이에서 고민한다.
아니 결국엔 생존의 문제 때문에라도 그는 계속 그 사건 속에 머물러야 했다.
이 유령작가에는 두 가지 중의적 의미가 있는 듯하다. 하나는 '대필작가' 라는 뜻, 나머지 하나는
결말과 관계가 있으니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영화화 된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지만, 관객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주인공을 처리한다면
나래이션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중반이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부분을 긴박감 넘치게 표현해내길 기대한다.
나는 시체실에서 대필 작가의 차가운 얼굴을 내려다보는 전직 수상을 떠올려 보았다.
그야말로 자신의 유령(ghost는 유령 작가, 대필 작가를 뜻함-옮긴이)을 보는 겻이 아닌가? (중략)
일이 성공적으로 끝낼 때면 난 그들보다 더 그들처럼 되고 만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변이를 즐기는 쪽이다.
잠깐이나마 다른 존재가 되는 자유. (중략)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뽑아낼 뿐 아니라,
무형으로만 존재하는 그들의 삶에 형체를 부여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p.17
베스트셀러 목록을 눈여겨봐라. 그중 얼마나 많은 것이 유령들의 작품인지 알면 아마 놀라 자빠질 것이다.
논픽션에서 소설까지 모두. 우리는 디즈니 월드의 숨은 일꾼처럼 출판계를 지탱하는 그림자 군단이다. - p.19
성공한 사람들이 삶을 반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의 시선은 늘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그래야 성공하기 때문이다.
(중략) 유령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우린 그들을 피와 땀이 흐르는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 p.129
"그해 여름은 워낙 아련하기만 해서. 길고도 행복한 일장춘몽이랄까?
주변세계는 산산이 부서져나가고 있는데 우린 무조건 즐겁기 위해 발악하던 그런 시절이었지." - p.304
마지막으로 소설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나는 대필작가도 그 나름대로는 흥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글솜씨와 약간의 유머만 있다면 나도 도전해보 싶은 일이다. 소설 속 유령작가의 아래 말만 아니라면 말이다.
수줍음이 많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없는 성격이라면 대필은 당신의 적성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