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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보통 너무나 행복한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센 강가에 위치한 이 고서점을 찾는다.
주인공인 제레미 머서 또한 그렇다.
그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전도유망한 사회부 기자로 안정된 직장과 번듯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그는 사회의 온갖 추악한 범죄들로 돈을 벌고 사는터라 사회의 흉악함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사악한 기질과 무례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도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범죄 현장을 보고 역겨워하기보다 호기심을 느꼈던 것이다. (중략) 5년 동안 이렇게 일했다.
도덕적 타락과 직업적 압력이 똑같은 힘으로 나를 갉아먹었다. - p.17
그러던 중 그는 집필 중인 범죄서적에 수록된 범인과의 약속을 져버린 일로 범인의 협박을 받게 되고
순식간에 직장과 집을 떠나 파리로 도망을 가게 된다.
그때까지 안정되게 살아오던 저자는 한순간에 불안정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여행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주는 것처럼
무작정 처음 떠난 여행에서 불안에 떨던 그에게도 곧 새로운 기회가 왔다.
바로 파리에서 유명한 가난한 문학가들의 쉼터, '셰익스피어 & 컴퍼니' 를 만난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이름이 처음에는 책방치고는 좀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존재하는 서점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방을 처음 건립한 실비아 비치나 조지는 모두 셰익스피어를 좋아했고, 셰익스피어는 거의 문학의대부라고 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이름이 지금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부분은 주인공인 제레미가 어떻게 해서 파리의 멋진 고서점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두번째 부분에서는 고서점에서 생활하며 만난 사람들과 고서점에서의 생활들로 이루어진다.
이때의 그는 고서점에서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고서점을 만난 일을 행운으로 여기며 책방주인 조지의 눈에 들기 위해
성심성의껏 일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비밀을 쉽게 털어놓는 데에 나는 항상 놀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능력이 내게는 분명 있는 것 같다. - p.132
일요일마다 열리는 홍차파티, 고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사들(시낭송회)을 준비하는 것부터 매일 서점을 여닫고
장사 준비를 하며 청소를 하고, 조지와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조지의 사후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는 서점을 살리기 위한 모든 일을 계획하고 돕는다.
이는 장사수단은 좋지만 회계에는 영 빵점인 조지와 조지의 또 다른 계획 때문에 서점을 살리기 위한 계획들은 아직도 진행중인듯 하지만 말이다.
이제 새로 찾은 내 성소가 위기에 처한 듯했다.
새로 개종한 신자답게 나는 열성으로 서점을 살릴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 p.135
세번째 부분은 드디어 단조로운 일상과 주인 조지의 변덕스런 성격으로 인해 서점의 여러 단점들을 저자가 의식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지된 듯 천천히 흐르던 서점 안에서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이는 이제 그가 떠날 때가 됐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서점에서의 생활에 대한 의미를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을 기억하지 또 기억하지 않기도 한다고...
또 그는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어둠의 끝을 겪어낸 후라 이제는 어떤 일에도 맞설 수 있다고도 말했다.
서점을 찾는 대부분은 불행했지만 지금은 모두들 행복할꺼라 믿는다.
시간이 멈춘 그 곳에는 그들의 불행마저 멈춘 채로일테니...
불행은 두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그들은 서점을 떠난다.
자칭 공산주의자인 서점의 주인 조지와 아름답고 친절한 여인 이브와 피아, 유쾌하고 매력적인 바람둥이 커트와
약간은 음울하지만 똑똑한 루크, 소심하고 알콜중독 문제가 있지만 분명 멋진 시를 짓는 노시인 사이먼 등
약간은 내가 감당하기 힘든 면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모두를 만나고 싶다.
지금은 떠난 사람들이지만, 그곳엔 항상 새로운 매력적인 사람들로 북적되는 곳이니까 상관없다.
지금은 예전의 그 고서점이 아니라고는 해도 변한 모습 자체도 셰익스피어 & 컴퍼니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에게는 그 모습이 셰익스피어 & 컴퍼니 일테니까...
이 책은 그 구성과 표지마저도 너무 아릅답다.
우아한 고양이의 모습이나 자그마한 사이즈, 빛바랜 색깔의 속지나 그 파스텔 느낌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특히나 서점 그림 스케치가 마음에 든다. 무턱대고 좋은 느낌에,
초반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이 나올 때는 나와 서점 사이의 어떤 공통점을 찾은거 같아 기뻤다.
물론 실비아와 나 사이의 공톰점을 찾은 일은 더 기뻤다.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고, 무료로 숙식이 가능하며, 폭넓은 지식과 문학의 교류도 할 수 있는
이곳은 정말 꿈의 공간이다. 이런 위대한 장소를 만들고 지켜가는 실비아나 조지가 정말이지 대단한 것 같다.
아무 이익을 바라지 않고 꿈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진 일이다.
영어사전들에 처박혀 영어를 공부하고 글을 짓고자 그곳에 거주하고 싶다고 찾아간다면 그런 나를 조지가 받아줄까?
내가 찾아갈때까지 조지가 건강하기를...
아니면 그의 딸 실비아를 만나게 되도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