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것은 산더미,해야할것도 산더미,하고 싶은 얘기도 산더미같지만, 한가하게 늘어져서 아쉬케나쥐의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듣는다. 리히터의 연주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케나쥐의 것이 별로라는게 아니라,암튼) 이것만으로도 너무 좋으니까 아.좋다.라는 것 말고는 내뱉을 신음이 없다. 나로서는 라흐마니노프가 아니었다면(그의 입장에서는 니콜라이달 박사가 아니었다면,암시요법이 아니었다면^^;;), 리히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의욕적으로는 클래식을 듣지 않았을것 같다. 이런 [...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우연과 필연이 모이고 모여서 꾸준히 한사람의 인생이 쌓여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그때가 아니었다면, 그사람이 아니었다면
다행히 지금껏 겪어온 무엇에든 후회보다는 감사가 남는다. 긍정적이거나 겸손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쌓여가는 모양의 '나'에 만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이든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저 내가 나로 존재할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 또 지금 내 곁에 존재해주는 것들에 대한 감사(아마 이것의 감사가 훨씬 크다!)로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욕심이 없어보일수도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는 않다는 거...아마 감사라는 것이 나를 더 '있는(받은)'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감사함만큼 내게 돌아오는 것들을 오히려 욕심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그.퍼질러져서 음악을 듣다가 별 생각을 다 한다...나는 또.
리뷰...왠지 써낼 엄두가 안생겨난다. 특히 별점을 매겨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 객관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같다. 내 스스로 그 별점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또 그 영향이 다른사람에게 끼칠것 같아서...어렵다.이런 부분에서 유난스럽게 발휘되는 나의 소심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