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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그리그 : 서정모음곡 - DG Originals
그리그 (Edvard Hagerup Grieg) 작곡, 에밀 길렐스 (Emil Gilels / DG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흔히 강철 타건이라 불리우는, 시원시원한 터치를 선호하는 것 같다. (듣기 시작한게 얼마 안돼 확신은 할 수 없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의 취향을 이렇게 '추측'해야하는 이 답답함...크) 아마 클래식을 계속 들어야겠다.라는 결심을 준 연주자가 '리히터'라는 것에 영향을 꽤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길렐스도 이런 강철 타건의 연주자로 알고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하는것을 듣게 된 이후로, 이 사람 좀 극단적인 서정성-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긍정적인 의미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기대)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음반을 구매해서 처음 포장을 뜯을 때 (추천을 받아 사게 되는 것일지라도)늘상, 내용물을 모르는 선물 포장을 뜯는 두근두근하는 기분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음반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아무래도 첫트랙에 영향을 받게되지 않나 싶어진다.(사실 나의 경우 그렇다.) 처음 CD를 돌린 순간부터 예상한만큼의,아니 그보다 기대한만큼의 서정이라 기분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거장의 능력을 예상하고 말고 기대하고 말고 하나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아마도 만년 미뤄두려고 했을것 같은(...)음반리뷰를 쓰도록 나를 이끈 것은 6번트랙인 [Melodie op.47 no.3]
배를 깔고 엎드려 누워서 넷북을 두드리며 음반을 듣고 있었는데,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이 늦여름에, 선풍기가 돌아가는 축축한 방안에서 '무려' 메마른 바람이 이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폭풍의 언덕, 황량한 들판에서 맞는 바람 같은...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폭풍의 언덕이라고 대답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 어렸을때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나이에는 어울리지도 않을) 적막한 분위기를 이유도 없이 동경했기 때문인것 같다. 아마 사춘기였나보다. 아니면 실제로 그 떄에는 좀 삶이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이 맞다면 IMF가 시잘될 즈음이었으니까. 아무튼, 그쯤부터 나는 가끔씩 낭떠러지 같은 기분들을 즐겼던것 같다. 아슬아슬하지만, 그래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더 명확해지는 복잡미묘한 기분. 또 가만보면 나는 삭막함 고독함 적적함 쓸쓸함 이런것들도 좀 작정하고 즐기는것 같을 때가 있다. 이런,분명히 피학적 (악)취미가 있는가보다.
아무튼 내가 참 좋아하는 Wuthering Heights의 정서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나는 사적인 이유로 이 음반을 아끼기로 했다.
아휴...아는게 없어 늘 이런 피상적인 감상이 될것 같다. 이런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 있을까? 그냥 일기장에 적어야할것들을 여기에 적는게 아닌가 싶어지네.
(그건 그렇고, 어쩔수 없이 별점은 죄다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