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말 그대로 정말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낯선 곳으로 떠났다. 어린아이처럼 철자를 익히고 말을 배웠다. 그렇게 무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속인다거나 잃어간다는 감각으로부터, 그 익숙하고도 거추장스러운 나의 일부로부터 멀어지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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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세계는 거품이 사라진 최소한의 세계이고, 우리 세계는 거품으로 부풀린 최대한의 세계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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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조차 나는 투명해져갔다. 그런 나를 편안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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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도 닿을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어. 이 섬하고 육지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처럼. 그 사이를 오가는 배라고는 기억이라는 놈뿐인데, 그건 마치 유령선 같아. 우리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기억들은 결국 사라져 버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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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내가 바라는 삶’ 같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절망에 고착되어 있으면서도 절망을 누리는 것이 좋았고, 그런 자신에게 또다른 절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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