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엄마의 고해소는 사라지지 않았고 엄마는 잘못한 것도 없이 잘못한 사람처럼 살아야 했다. 내력이 죄가 되고 죄는 죄책감으로 수렴되는 삶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오래오래 젖은 머리칼을 빗었다. 거울 속 슬픔이 내가 예감하는 농도보다 옅어 보일까봐 두려워 끝까지 거울은 보지 않았다. 내가 가진 슬픔의 최대치를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면서도...
분명히 잘 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아니면 애초부터 길을 이탈해서 엉뚱한 곳을 걷고 있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처음부터 길 같은 것은 없던 건지도 몰랐다. 한때 유행하던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인생은 끝없는 궤도를 따라 달리는 별 같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