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냐? 우리 편이냐?
사 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서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첫날이어서만은 아니다. 눈이 귀하다는 도쿄에서 갑작스레 함박눈을 맞아서도 아니다. 그건 모두 눈의 요정 때문이었다.
석주는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을. 허구의 서사가 불러일으키는 것은 내밀한 기억과 감정이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실은 읽는 행위의 전부라는 것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