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묵은 용서가 아니야. 내 침묵은 나를 위한 거였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지금까지는 침묵밖에 없었던 것뿐이야.
음식들의 맛도 농밀하기 그지없었지만 사혈택의 음식맛만은 못하다고 건방진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삼키지 않는 대신 아무것도 요구받고 싶지 않다는, 나쁜 신하다운 마음이었다.
그 언덕길에서, 그애는 때론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때론 사복을 입은 모습으로 겹쳐지며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마다 난 그애를 다시 마주치면 어떻게 할지를 상상했다. 또 모르는 체할까, 손만 들어서 인사할까, 메롱을 한번 해볼까, 이럴까, 저럴까. - P20
아침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의 정규 근무와 두 시간의 출퇴근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선해질 시간이 없다!
이제 네 삶을 살아. 나를 책임지지 마, 기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