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책들이 아버지의 물건에 대해 더 많이 설명해주기를, 그 책을 다 읽으면 아버지가 알았던 걸 자신도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럼 어떤 면에서는 아버지를 알게 되는 것이니까.
그녀가 체험한 삶에서는, 다른 인간들과 가까워져봐야 고독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꾸만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는 자신을 상상했다.
은을 만나고부터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 은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은과 산책을 하고 은 앞에서 울고, 그 과정이 형벌 같기만 했던 내 삶을 미래로 뻗어가게 했어. 공허가 아닌 미래로
만약 누군가 그녀의 글에 대해 묻는다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사분의 삼만큼의 미소를 지으며, "그것은 내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했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장을 묻는 거라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 라고 대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