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직업, 대출. 이런 현실의 단어들 앞에서 꿈은 허영으로 불렸고 꿈을 위한 시도는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야단쳐 없애야 할 허튼 생각으로 취급되던 순간 그것은 내 안에서도 쓸모없어 정리해야 할 것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온갖 리얼한 의미를 가진 숫자들과 이미 결정된 듯 토해지는 미래의 어두운 예상에, 없었던 편이 나았을 마음을 힘없이 떨군 적이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지금의 자신에 만족해요. 어떻게든 될 거고, 이렇게 사는 기분도 나쁘지 않아요. 인생이란 안 그래도 애매모호한 일이 많고 명확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