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체험한 삶에서는, 다른 인간들과 가까워져봐야 고독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꾸만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는 자신을 상상했다.
은을 만나고부터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 은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은과 산책을 하고 은 앞에서 울고, 그 과정이 형벌 같기만 했던 내 삶을 미래로 뻗어가게 했어. 공허가 아닌 미래로
만약 누군가 그녀의 글에 대해 묻는다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사분의 삼만큼의 미소를 지으며, "그것은 내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했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장을 묻는 거라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 라고 대답하리라.
내 몸은 어디서 왔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의 파편들이 거주하는 집이다. 내가 죽으면 그 말들은 또 다른 집을 찾아서 흘러갈 것이다. 그날 무대 아래서 대본을 속삭이는 경험을 통해 나는 비로소 막연하게나마 최초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말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그 말에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면서,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는 것을.